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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골목길 300m 70곳중 65곳 '개문냉방' ... "시원해서 좋지만 정전사태 걱정"
명동 골목길 300m 70곳중 65곳 '개문냉방' ... "시원해서 좋지만 정전사태 걱정"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3.06.20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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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명동 거리. 가게들이 에어컨을 튼 채 영업 중이다.
19일 명동 거리. 가게들이 에어컨을 튼 채 영업 중이다.

19일 오후 3시쯤 찾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올 들어 최고 기온을 기록한 탓에 얼굴이 열기에 상기돼 있었다.

하지만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니 금세 시원함이 느껴졌다. 모든 가게들이 문을 열어놓고 호객 행위를 하고 있어서다. 가게 안에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이 골목길 온도를 낮추고 있는 셈이다.

이날 기자가 명동역 6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300m 가량의 명동 거리와 인근 골목들을 돌아보니 1층에 위치한 70여개의 가게 중 음식점, 약국 등을 포함한 5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게 문을 열고 영업하고 있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연신 손부채질을 하던 행인들은 에어컨 냉기가 느껴질 때마다 걸음을 멈췄고 상인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유창한 중국어, 일본어로 들고 있던 마스크팩이나 모자 등을 들이밀었다.

화장품 가판대에 서서 제품을 구경하던 중국인 관광객 진모씨(20)는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며 "어차피 와서 이리저리 둘러보게 될 거 시원한 곳이 좋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하늘길이 열리자 명동 상인들도 에어컨을 튼 채 가게 문을 활짝 열기 시작했다. 전기료 폭탄이 걱정되긴 하지만 매출을 올리려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영업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명동 옷가게에서 일하는 20대 우모씨는 "날이 더워 5월 말부터 에어컨을 틀었다"며 "더위가 일찍 찾아오니 밖에서 손부채질을 하며 들어오는 손님들이 많다. 확실히 호객에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역 인근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조모씨는 "날이 더울 때 에어컨을 틀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매출이 30% 가까이 차이난다"며 "전기세가 올라 냉방비 부담이 없진 않지만 늘어나는 매출로 어느 정도 상쇄가 되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주위 가게가 문을 열어놓으니 호객 행위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문을 열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최모씨는 "주위 가게만 둘러봐도 일단 다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지 않나"며 "전기세가 걱정되긴 하지만 문을 열어야 손님들을 뺏기지 않으니 앞으로도 계속 열어놓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명동의 이같은 풍경에 시민들은 "시원해서 좋지만 걱정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더위를 날려버리고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지만 한여름 전기가 모자라 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다.

친구와 함께 손선풍기를 들고 명동 거리를 돌아다니던 20대 김모씨는 "좁은 골목길에서 저마다 문을 열어놓고 영업을 하면 오히려 중앙 거리보다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라며 "이렇게 에어컨을 틀어도 정전 우려는 없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선물을 사기 위해 오랜만에 명동에 들렀다는 30대 이모씨는 "화장품, 액세서리 등 사소한 물건은 에어컨 바람에 이끌려 하나 둘 사기도 하니 손님 모으기엔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전기세도 많이 올랐는데 에너지 낭비가 심한 개문냉방은 자제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에너지공단 등에 따르면 개문냉방 시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 때보다 전력소비가 최대 3~4배 가량 증가한다. 정부에선 2011년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개문냉방 영업 자제를 안내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단속을 실시했지만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2016년 이후엔 별도 단속을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여름철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는만큼 서울시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e 반하다' 합동 캠페인을 열고 명동 상점에 개문냉방 자제를 요청할 방침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서울시 시민동행단 등과 함께 7월부터 명동일대를 다니면서 상인들에게 개문 냉방 자제 요청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산자부에서도 단속 공문이 내려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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