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우리나라 기업이 장사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이 이자비용의 2배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이자보상비율은 같은 분기를 기준으로 통계 사상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금융감독원 지정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외감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14.6%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분기(723.1%)와 비교해 508.5%포인트(p) 급락한 수치다. 1년 만에 거의 3분의 1토막이 났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사업을 벌여 낸 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
외감기업 이자보상비율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1분기 377.5%를 기록했지만 기준금리 '빅 컷'(한 번에 0.5%p 인하) 등에 2021년 1분기에는 678.3%까지 회복했다. 이어서 지난해 1분기와 2분기(784.7%) 연속 700%대를 유지하고 3분기에는 487.1%로 떨어지더니 4분기(115.6%)와 올해 1분기까지 역대 최저 수준을 연달아 썼다.
이번 1분기 이자보상비율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5년 1분기 이후 같은 분기를 기준으로 최저치였다. 모든 분기를 통틀어서는 작년 4분기를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글로벌 긴축에 따른 고금리와 경기 냉각에 기업 경영 환경이 빠르게 얼어붙은 상황으로 풀이된다. 대내외 경기가 둔화하며 수요가 줄어들자 영업이익이 축소된 데다,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에 금리가 상승하며 이자비용까지 불어나는 이중고를 겪었던 셈이다.
실제로 한은의 1분기 외감기업 경영 분석을 보면, 매출액영업이익률이 2.84%로 1년 전(6.31%)보다 3.47%p 하락했다.
통계 편제 이래 영업이익률이 이같이 낮아진 것은 지난해 4분기(1.32%)와 2019년 4분기(2.59%) 말고는 없다.
매출액 증가율은 0.37%로, 전분기(6.90%) 대비 6.53%p 급락했다.
매출은 정체, 수익성은 반감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기업을 짓누르는 이자율은 올랐다. 1분기 외감기업의 차입금 이자율은 평균 4.22%로, 2017년 4분기(4.40%) 이후 가장 높게 조사됐다.
기업 차입금 이자율은 전분기(3.96%)에 비하면 0.26%p 상승했으며, 지난해 같은 분기(3.06%)에 비하면 1.16%p 올랐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과 주요국 통화 긴축에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이 컸다.
다만 한은은 반도체 등 기계·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수익성은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성환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이번 부진은 전기전자 부문에서 매출액 상위 대기업 3곳 정도가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며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률도 많이 상승하고 매출액 증가율도 0.4%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1분기 기계·전기전자 부문 외감기업의 영업이익률은 -3.08%, 이자보상비율은 -292.3%였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