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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신드롬...담담한 치유와 위로에 스며들다
임영웅 신드롬...담담한 치유와 위로에 스며들다
  • 문은하
  • 승인 2023.07.03 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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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히어로>가 보여준 소탈한 영웅 여정기
‘모래 알갱이’로 보여준 서정적 자아...담담하고도 담백한 치유의 메시지
임영웅(물고기뮤직)


퀸은 창간 33주년을 맞아 그동안 꾸준히 취재, 분석해온 대중음악계의 아티스트들 중에서 괄목할만한 활약과 성장을 보여온 임영웅 특집을 준비했다.

히어로 임영웅은 데뷔 무대였던 트로트라는 장르를 넘어 무한 확장하며 스스로의 한계를 넘는 놀라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아이돌 일색이었던 음원 차트에서 성인가요와 중년들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되찾아주었으며 도전과 실험으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쳐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뮤지션으로서 성장하고 나아가 K-뮤직, K-콘텐츠로서 전세계인들이 함께 즐기고 열광할 수 있는 K-유니버스를 만들어나가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임영웅의 인기와 성공을 트로트 열풍과 신드롬, 개인적인 매력에 있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은 대한민국 대중음악과 문화예술공연계가 코로나를 전후로 크게 달라졌으며 그 변화를 감지할만큼 대중문화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 축에 있는 30대 젊은 가수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노래를 부르는 뮤지션을 넘어 전방위 아티스트로 발전하고 있는 임영웅이 이뤄낸 성과를 짚어보고 더불어 앞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션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이야기해 본다.
 

임영웅 '마이 리틀 히어로' 포스터(KBS)

 

1. <마이 리틀 히어로>가 보여준 소탈한 영웅 여정기

임영웅은 TV조선과 전속계약이 끝난 2021년 가을 이후 두문불출하며 정규 앨범 준비에 몰두했다. 2022년 5월 아임 히어로 앨범이 세상에 나오고 2022년 한 해는 가히 자신의 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값진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가 세운 기록들은 K팝스타 아이돌과의 비교가 의미 없을 정도로 가요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떠올랐으며 앨범 발표 이후 단독 콘서트, 고척돔에서 가진 앵콜 콘서트에 이어 미국 투어까지 성공적으로 치뤘다. 그리고 그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팬들에게 KBS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히어로>로 돌아왔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안하기로 유명한 임영웅의 예능 프로 단독 출연이라니, <마이 리틀 히어로>(이하 마리히)는 스튜디오 녹화 예능이 아닌 임영웅의 미국 LA 투어를 팔로우하는 리얼리티 다큐 예능으로 처음 기획됐다. 요즘 K-POP 스타들의 공연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해 영화로 극장과 OTT 플랫폼에 제공하는 콘텐츠가 트렌드지만 임영웅의 미국 투어를 지상파에서 그냥 스크린이나 OTT로 직행하게 놔둘 리가 없었다. 임영웅을 비롯해 영탁, 이찬원 등 KBS는 이들이 유명해지기 전 거쳐간 수많은 프로그램과 그 영상을 가지고 있다. 일반인 신분으로 <전국노래자랑>에 세 번이나 출연했던 이찬원이나 KBS <아침이 좋다>에 리포터로 활약하며 프로그램 홍보 영상을 촬영했던 영탁, 아침 마당 <도전 꿈의 무대>에서 5주 연속 우승했던 임영웅. 이들은 스타가수가 되고 나서 이젠 고인이 된 MC 송해 편 <불후의 명곡>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서로 자신이 KBS의 아들이라고 주장했다는 우스갯말이 나돌 정도였다. 이렇게 무명 시절 이들과 인연이 있던 KBS는 예능 프로그램 섭외 요청을 번번이 거절해온 임영웅을 끈질기게 설득해 5부작 예능 프로그램을 성사시켰다.

현재 세 번의 방송이 나갔고 최고 시청률은 6.3%. 일요일 저녁 9시 25분 동시간대 SBS 시청률 강자인 <미운 우리새끼>와 맞편성 돼서 12%대 미우새의 아성을 깨진 못했지만 시청률 고전에 허덕이던 KBS 숨통을 틔워주었다 그뿐 아니라 KBS에서는 주말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이 됐다.

임영웅은 <뽕숭아학당>을 빼놓고 지금까지 사생활을 비교적 많이 노출하지 않았던 스타이기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미국 공연을 앞두고 미국인 타일러와 함께 속성으로 영어 과외를 하는 모습이나 그동안 가장 좋아하는 엄마의 요리라고 여러 번 밝힌 오징어찌개 요리를 할머니, 엄마와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해 맛있게 먹는 모습은 그에게 관심 없던 사람이라도 인간 임영웅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제는 수백억대의 자산가가 되었을 이 서른 두 살의 청년이 늘 먹어도 또 먹고픈 요리가 엄마가 해주는 오징어 찌개라니...

<마리히>는 그동안 지상파 프로그램과 술래잡기를 하듯 꼭꼭 숨어 모습을 볼 수 없던 임영웅의 소탈한 매력을 대중들에게 부각시키고 솔직담백한 예능맨으로서 면모를 가감없이 발휘했다. 사실 임영웅을 TV에서 자주 볼 수 없다고 해서 자신을 꽁꽁 감춘 신비주의 전략을 쓰느냐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임영웅은 지상파 프로그램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대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쇼츠(1분 이내의 짧은 영상)와 현장 스케치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공개해왔다. 소속사 물고기뮤직의 매니지먼트 방향이기도 하겠지만 임영웅이란 가수와 스타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이미지를 소모하는 것보다는 뮤지션과 아티스트로서 면모를 부각하는 컨셉으로 가고자 했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임영웅이 중년 이후의 어머니, 할머니 같은 어르신 팬들을 포함해 젊은 세대 팬들에게 어필한 이유 중 하나는 차분하고 진지한 평소 모습에 간혹 묻어나오는 반전 매력인 특유의 엉뚱함 때문이다.
 

'마리히' 임영웅 LA플리마켓에서 쇼핑 삼매경(KBS)

 

<마리히>에서 보여준 턱수염 뽑는 ASMR이라든지, 갑자기 음식점에서 먹방 라이브를 하기 위해 캠을 켜서 말없이 음식만 먹거나 목을 푸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셀카를 찍다가 카메라를 놓을 곳이 없어 그냥 바로 꺼버리는 쏘쿨한 MZ 세대의 모습은 임영웅만의 엉뚱미를 발산하며 잔잔한 웃음을 던져준다. 이렇게 큰 자극이나 무리한 설정 없이 담백하다가도 심심하고, 뭔가 밋밋한 것 같다가도 그만의 매력이 있는 일상을 엿보며 사람들은 임영웅의 스타일에 빠져든다.

자신이 꽂히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다른 활동을 일체하지 않는다는 점도 임영웅이란 브랜드 평가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한강 공원과 부산의 해수욕장 앞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면서 대중과 소통하고 트로트 가수로서 전국의 무대에 섰던 일을 떠올리는 팬들은 행사 무대에서 그를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할지 모른다. 하지만 행사 무대에 서지 않겠다는 임영웅의 철칙은 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다.

한동안 공식행사 무대에서 보기 힘들었던 임영웅은 지난 4월 K리그 FC 서울과 대구 FC 시축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개런티로 시축행사에 나선 임영웅은 축구 마니아로 알려진 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무대에 꼭 서고 싶어 그가 먼저 행사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웅은 일체 사례비와 최소한의 거마비도 받지 않고 축하 무대까지 펼쳤다. ‘백만 번의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을 하겠다는 임영웅의 원칙은 행사무대 역시 돈보다 명분에 따르며 그 명분의 기준 또한 자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이유일 터, 당분간 그를 대규모 행사보다는 자신의 원하고 마음이 움직이는 그런 곳에서 보게 되지 않을까.

 

임영웅 신곡 '모래알갱이'(유튜브 캡처)
임영웅 신곡 '모래알갱이'(유튜브 캡처)

2. ‘모래 알갱이’로 보여준 서정적 자아...담담하고도 담백한 치유의 메시지

자신의 본업은 가수임을 잊지 않고 상기시키는 임영웅은 꾸준히 음악활동을 하며 이번에도 자신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를 발표했다. 언젠가 그가 잔잔하고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섬집 아기’ 같은 자장가를 불러주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부른 ‘모래 알갱이’가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임영웅 노래의 미학은 쉼과 휴식이다. 바쁘게 달려온 사람들, 그저 자식과 남편과 아내, 부모 뒷바라지와 돌봄에 눈물마저 말라 달라붙은 사람들에게 내미는 위로는 그동안 그 누구도 내어주지 못한 손길이자 따뜻한 자리였다. 이제 갓 서른이 넘은 청년이 내는 목소리의 울림은 그렇게 동굴처럼 장작불처럼 따뜻하게 삶의 파도에 지친 사람들의 젖은 몸을 말려주고, 오늘 삶을 포기하려 했던 사람마저 내일을 간절하게 살고 싶게 만든다. 언젠가 팬들이 그에게 써준 팬레터에서 본 가장 인상깊었던 문구는 바로 ‘고맙습니다, 나를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였다.

‘모래 알갱이’의 가사처럼 ‘우리는 누구나 바람에 홀연히 쓸려가고 파도에 적셔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 그런 미미한 존재들이지만, 나라는 세상에 발을 디디며 푹 패이지 말고 살짝 가볍게 발자국을 내어, 편한 숨을 쉬듯이 쉬어가라’는 구절은 다시 한 번 임영웅의 존재의 가치와 그의 세계관을 피력한다.

일상의 무게에 치여 허덕이는 이들을 치유하는 존재로서 모래 알갱이에 빗대어 임영웅이라는 자신의 존재를 형상화한다. ‘런던보이’로 자신의 내면에 숨 쉬는 또 다른 자아인 경쾌하고 파워풀한 모습을 통해 영국이라는 공간에 홀릭 하는 마니아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모래 알갱이’는 ‘폴라로이드’에서 보여준 아련함으로 다시 돌아와 임영웅만이 잘할 수 있는 담담하고도 담백한 치유의 메시지를 건넨다. 끊임없는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면서 자신의 영혼을 반추하는 그의 음악이 임영웅이라는 레떼르를 달고서 이렇게 완성되어간다.
 

임영웅의 팬클럽이 임영웅의 생일을 축하하는 제천 랩핑 홍보 버스(뉴스1)

3. 브랜드 임영웅의 확장 가능성은

임영웅이란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대중을 치유한 서사를 들고 나온 가수의 신드롬이라고만 보기엔 뭔가 부족함이 있고 그의 인간적, 아티스트적 면모를 추앙하는 대중의 사랑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중 연예인의 인기는 세월이 흐르면 그를 대체할 후속타가 나오고 그것이 대중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질이지만 그것이 임영웅에게도 적용될 것인가...(중략)................

전문은 퀸(Queen) 창간33주년 기념 7월호 특집에 있습니다.
 

에디터 문은하 사진 물고기뮤직, 뉴스1,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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