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3:40 (월)
 실시간뉴스
환자 엄마 갑질에 소아과 문닫아 ... 악성민원 등으로 전공의 기피, 지원율 16% '뚝'
환자 엄마 갑질에 소아과 문닫아 ... 악성민원 등으로 전공의 기피, 지원율 16% '뚝'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3.07.07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 광산구의  김OO 소아청소년과 원장이 악성민원에 시달린 끝에 폐과 결정을 내리자 한 보호자의 어머니가 "힘 내시가"는 위로 문자를 보내 김 원장을 울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택 대한소청과의사회장 SNS 갈무리)
광주 광산구의 김OO 소아청소년과 원장이 악성민원에 시달린 끝에 폐과 결정을 내리자 한 보호자의 어머니가 "힘 내시가"는 위로 문자를 보내 김 원장을 울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택 대한소청과의사회장 SNS 갈무리)

보호자의 악성 민원에 견디다 못해 20년간 운영해 온 소아청소년과(소청과) 문을 닫기로 한 의사가 어느 한 아이의 엄마가 보낸 "힘내세요"라는 위로 문자에 눈시울을 붉혔다.

유튜브 의학채널 '비온뒤'를 운영중인 홍혜걸 박사는 이 소식에 "사람들이 갈수록 사나워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며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6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소청과 원장의 폐과 공지문이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큰 이목을 끌었다.

올초만 해도 "함께 일할 간호사님을 구합니다. 업계 최고 대우를 해 드리겠습니다"며 몇차례나 구인광고를 하는 등 소청과 운영에 힘을 쏟았던 김모 원장은 "박모 어린이의 어머니가 '간호사 서비스 불충분'을 운운하며 악성민원을 제기, (도저히 참기 힘든 상황이 돼) 오는 8월 6일 폐과, 다른 진료를 보는 의사로 살아가겠다"고 알렸다.

김 원장은 "이런 보호자를 위한 의료행위는 더 이상 힘들다"고 해 얼마나 많은 시달림을 받았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이 소식에 홍혜걸 박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람들이 갈수록 사나워지는 게 걱정스럽다"며 "전문가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박사는 자신이 SNS 글쓰기를 자제하는 이유도 김 원장이 받은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어떤 일에 의견을 나타내면) 빛의 속도로 공유돼 '니가 뭔데?'란 험한 모욕과 인신공격에 시달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는 것.

그러면서 홍 박사는 "나는 상관없지만 마음 약한 집사(여에스터 박사)람에겐 큰 상처가 된다"며 인신공격, 악성 민원은 당자를 넘어 가족, 이웃에게까지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며 배려와 존중의 사회를 희망했다.

한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회장은 김 원장이 자신에게 '한 환자 보호자가 보낸 톡'이라 카톡 메시지를 소개했다. 또 김 원장이 경위를 묻는 이들에게 '울먹울먹했다'며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김 원장이 받은 한 어린이 보호자의 메시지는 "선생님이 아이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잘 알기에 박00 아이 보호자에게 화가 나고 속상했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힘 내시라, 선생님을 응원하고 신뢰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 김 원장을 울게 만들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는 2013년 2200곳에서 올해 1분기 기준 2147곳으로 53곳(2.4%) 감소했다.

이는 저출산, 낮은 수가, 지속적인 수입 감소에다 다른 과에 비해 보호자들의 악성 민원이 심한 것도 폐과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소청과 수련병원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2023년엔 15.9%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는 지난 3월 29일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까지 열어 소아과 진료 수가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폐과 선언'을 했다.

나아가 '소아청소년과 탈출(No kids zone)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를 열고 보톡스 진료 등 성인 진료 중심의 강의를 진행하는 등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폐과 이후의 삶을 알아볼 수밖에 없다는 무언의 시위를 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