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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3주년 특별기획②] 재벌가의 여인들 - 그녀들은 누구인가
[창간 33주년 특별기획②] 재벌가의 여인들 - 그녀들은 누구인가
  • 홍성추
  • 승인 2023.07.11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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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인가, 황후인가, 축복받은 신데렐라인가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손녀 선아영씨의 결혼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16.11.11.). 이날 결혼식에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원 한라 회장, 정몽혁 현대종합
상사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탤앤드리조트 전무 등 범 현대가(家) 딸 등 친인척들이 대거 참석했다.

 

퀸(Queen) 창간 33주년 기념 특별기획②는 재계 특집으로 ‘재벌가의 여인들’을 조명했다. 그림자 내조로 남편 경영에 일조해온 재벌가 여인들이 3세, 4세에 이르며 달라지고 있다. 재벌가의 딸들은 오빠나 남동생을 경쟁에서 누르고 당당하게 경영일선에 나섰다. 이제 대한민국 재계에서 당당한 경영인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 맹활약 중인 재벌가의 여인들. 그녀들은 누구인가, 하나씩 짚어본다.

1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빌딩 2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5층 루프가든(아모레퍼시픽 제공) 3 서울 중구 대신증권 사옥 ‘대신343’.(대신증권)
4 아워홈 마곡 본사 전경.(아워홈)

 

재벌집 사람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아들보다 딸로 태어난 것이 더 축복이다’라고 말을 한다. 왜 아들로 태어나서 경영권을 물려받아 황제처럼 사는 것이 좋지 않냐 물으면 황제가 되기 위해 ‘서바이벌’이 치열하고 기업을 이끌면서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 아냐고 반문한다. 부친으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 평생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풍족하게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얘기다.

물론 일리가 있다. 재벌가 아들들은 기업을 물려받기 위해 형제들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고 또 물려받아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키우기 위해 온갖 시련과 역경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딸들은 일정한 재산을 물려받아 남편 사업에 도움을 주거나 아니면 그 돈으로 평생을 편안히 보내면 된다.

이러한 평범한 재벌가 딸들의 일상에도 3세, 4세에 이르러서는 변화가 온다. 기업 분할을 당당하게 요구하거나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2세 딸들은 주로 국내 대학에서 가정학이나 예술을 공부해 흔히 얘기하는 ‘현모양처’로 길러졌다면 3세, 4세 딸들은 대부분 외국 유학을 하고 전공도 경영학 등 다방면으로 이뤄진다. 그녀들의 역할도 자연 많아진 셈이다. 일부 재벌 집안에선 딸이지만 오빠나 남동생과 경쟁에서 이겨 경영인으로서 당당하게 생활하고 있다. 어떤 딸들은 이혼 후 경영인으로 변신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재벌가 딸들 3세 4세, 달라지고 있다

이제 재벌가 딸들은 단순한 한 집안의 여식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한 축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재벌가 딸에서 인정받는 여성 경제인으로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를 조망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한 일간신문 산업부장을 할 때 재밌는 전수 조사를 한 적이 있다. 2005년 일이다. ‘재계 인맥 혼맥 대탐구’라는 시리즈를 1년 넘게 기획하면서 재벌가 딸들의 이혼 현황을 살펴봤었다. 가계도를 그리려면 당연히 배우자를 기재해야 하는데 딸의 배우자는 공란으로 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결혼할 적령기가 지났는데도 배우자가 없는 경우는 대부분 이혼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사별했을 때는 사별로 표기했었다. 당시 우리나라 이혼율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1%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30대 그룹 딸들의 이혼율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넘는 30%에 이르렀다. 10명 중에 3사람은 이혼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대 그룹 가문 중에 이혼한 여식이 없는 가정이 없을 정도로 많았다. 아들보다 딸들이 더 이혼율이 높았다. 아마 가부장적인 집안 내력과 아들이 이혼하게 되면 재산분할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겨 이혼이 많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딸들은 대부분 좋은 집안과 결혼했거나 학벌이 우수한 신랑을 만나 결혼 생활을 영위했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재벌가 딸들의 기가 강해서 이혼율이 높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근 20년이 흐른 지금은 아들이나 딸이나 상관없이 이혼하고 있다. 창업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창업 회장 세대에는 사실혼 관계에서 딴 살림을 차렸어도 이혼은 하지 않았다. 창업 회장 부인들은 남편이 다른 여자와 관계에서 아이가 있어도 숙명처럼 호적에 올리고 부인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다.

삼성 이병철 회장이 그랬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대농그룹 박용학 회장이나 두산그룹 박두병 회장도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인이 따로 있었다. 대신그룹 양재봉 회장 역시 사실혼 관계의 여인이 있었고, 한일합섬의 김한수 창업 회장 또한 본 부인 외에 다른 여인이 있었다. 물론 이들 사이에 자식도 있었다.

그러나 창업 회장은 본부인을 나름 인정해 이혼은 하지 않았다. 다만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은 나이 80이 다 돼 황혼 이혼을 했다. 나중에 사실혼 관계에 있던 부인과 재혼 형식을 빌어 호적에 올렸다. 두번째 부인한테서 난 아들을 그룹 총수로 앉혀 재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창업 회장과 달리 2세, 3세 총수들은 이혼도 다반사로 일어났다.

쌍용 김석원 회장이나 동아건설 최원석 회장이 본처와 이혼 후 새 가정을 꾸린 케이스고 3세에 이르러서는 수없이 많은 총수가 이혼했다. 대표적인 예가 이재용 삼성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KCC글라스 정몽익 회장 등 수없이 많다. SK 최태원 회장은 지리한 이혼소송을 현재 진행중이다. 재벌 총수는 이혼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뜨린 이들이다.

 

(왼쪽)구지은 부회장과 구자학 회장 모습. 아워홈 마곡 본사 집무실에서. (구지은 페이스북) (우)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뉴스1 ) 

 

재벌가 딸들과 이혼

재벌가 딸들은 이름을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혼했다. 주요 그룹 총수 집안에 이혼 안 한 딸이 없을 정도로 허다하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집안을 보면 2세 딸 5명 중에 이혼한 사람은 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러나 3세에 들어서는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이 이혼했고 CJ그룹 이미경 부회장도 이혼했다. 이부진 사장은 이혼하면서 지리한 재산분할 소송을 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국 거액의 재산분할을 함으로써 이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현대차 그룹에는 정몽구 회장의 셋째딸인 정윤이씨가 이혼했다. 이들의 이혼은 그런대로 말끔하게 정리해 역시 ‘현대가문답다’라는 얘기가 재계에 돌았다. 정윤이씨와 이혼한 신성재씨는 다른 재벌가 사위와 달리 재산분할 소송이나 위자료 청구 등을 하지 않고 쿨하게 이혼에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정윤이씨는 이혼 후 경영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LG그룹에는 방계 회사까지는 파악이 안 될 정도로 많지만 직계 중에는 구인회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의 딸인 구지은 아워홈 대표가 이혼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구지은씨의 전남편이 지상욱 전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상욱 씨는 이혼 후 영화배우 심은하씨와 결혼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구지은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재원으로 오빠와 ‘왕좌’의 자리를 놓고 승부를 벌여 이긴 전력이 있다. SK그룹은 최종현 회장의 외동딸인 최기원 씨가 결혼 후 얼마 안 돼 이혼했다. 최종현 회장 생전에 사위는 SK사원 중에 고르겠다고 천명 후에 사위를 직원 중에 선택했으나 결국 파경하고 말았다. 롯데 그룹은 신격호 회장의 큰 딸인 신영자씨가 오래전에 이혼했다. 신영자씨는 신격호 회장의 한국 부인한테서 난 유일한 혈육이고 외동딸인데도 이혼한 케이스다.

한진그룹은 얼마 전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씨가 이혼 판결이 났다. 초등학교 동창인 의사와 결혼한 조현아씨는 한때 갑질 욕설 파문으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는데 이혼하면서도 여러 가지 뒷말을 남겼다.

최근에 이혼한 재벌가 딸 중에 가장 화제가 됐던 인물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다. 민정 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문으로 통하는 중앙일보 그룹 홍석현 회장의 동생 아들과 결혼해 화제가 됐던 재벌가 딸이다.

서경배 회장은 슬하에 딸만 2명이어서 사실상 민정 씨가 그룹 대권을 이어받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홍씨 집안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가 직계가족이라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화려하게 결혼했지만 그렇게 오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고 파경을 맞고 말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이혼 사유는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지만 아직은 베일에 싸여 있다. 그냥 설(說)들만 무성할 뿐이다.

재벌가 딸들의 이혼 이유는 다양하다. 재벌가 딸들은 대부분 정략결혼이나 통혼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평범한 집안과 결혼한 케이스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부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가의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씨다. 삼성 계열사의 평범한 사원이었던 임우재 씨와 그룹 총수의 장녀가 결혼해 한때 온갖 매스컴의 조명을 받았으나 결국 이혼으로 막을 내렸다.

1960년대와 70년대 초반에 결혼한 재벌 2세 딸들은 대부분 정략결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하겠다. 정권 실세 집안과 재벌가 집안이 이뤄진 케이스다. 창업 회장이 똑똑한 사위를 고른다고 학벌이 좋은 사위를 택한 경우도 허다하다. 1980년대를 넘어서며 통혼이 자리를 잡는다. 재벌집안끼리 결혼하는 것이다. 재벌의 힘이 커지면서 정략결혼보다 비슷한 집안끼리 결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혼사를 맺은 경우다. 미국 유학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사귀도록 해 연애 형식을 띤 통혼이 많아졌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하겠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재벌가 사모님에서 경영인으로

재벌가 사모님에서 당당하게 경영인으로 변신해 사업 현장에 나서는 이들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다. 남편이 일찍 사망하자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기업총수로 변신해 대그룹으로 키운 여걸이다. 이 장영신 모델은 많은 재벌가 미망인들의 로망이었다.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그랬고 대신그룹 이어룡 회장도 남편이 사망하자 경영전면에 나섰다. 대한전선 양귀애 회장이나 유원건설 박경자 회장도 경영 일선에 나섰으나 그룹 경영권을 내놓아야했던 아픈 역사를 만들었다. 가정주부에서 경영인으로의 변신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증명해주는 한 사례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재벌가 미망인들이 앞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재벌가 딸들이나 미망인들은 이제 당당한 경영인의 한축으로 자리잡아 맹활약 중이다. 그들 중에는 아들이나 남편 못지않은 능력을 발휘해 재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이 우리 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훗날 기업의 성장과 몰락에 따라 그들의 평가도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글 홍성추(본지 회장) | 사진 뉴스1

홍성추 언론인…
필자는 서울신문 기자 때부터 30년 넘게 재벌가를 취재해 온 재벌 전문기자. 서울신문 산업부장 때 기획 연재한 ‘재벌가 혼맥 인맥 대 탐구’는 재벌집안의 이면사를 다룬 최초의 기획이었다. 이 기획은 나중에 ‘재벌가맥’으로 출간 되었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재벌 3세를 정면으로 다룬 저서 ‘재벌3세’와 논문으로 ‘재벌가 분쟁 유형 연구’가 있다. 국내 최초로 재벌가 이야기를 다룬 유튜브 채널 홍성추TV'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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