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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법] 출생통보제의 도입
[여성과 법] 출생통보제의 도입
  • 전현정
  • 승인 2023.08.0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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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동의 출생신고 누락을 방지하기 위한 ‘출생통보제’가 도입된다. 지난 6월 30일 이 제도를 규정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출생을 통보하는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의료기관이 아이가 태어난 사실을 통보하면 출생등록이 되기 때문에 이 제도는 출생등록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감사결과에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의료기관에서 출생하였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2,236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중 23명을 조사한 결과 출생신고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하는 등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견되었다. 연이어 출생신고가 안 된 영아가 친부모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출생통보제가 전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출생통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12년 전인 2011년에 이미 대한민국에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출생등록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런데도 부모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원시적인 출생신고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을 뿐, 출생통보제 도입은 요원하게만 여겨졌다. 이번에 출생통보제를 도입한 것은 우리나라 경제수준에 비추어 볼 때 늦은 것이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출생통보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이 제도는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아동에 대해 적용되는 것으로서, ‘의료기관의 출생통보’와 ‘시·읍·면의 직권 출생등록’두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의료기관에서 아동이 출생하면, 의료인은 출생정보를 출생자 모의 진료기록부에 기재하고, 의료기관의 장은 14일 이내에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체없이 모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시·읍·면의 장에게 출생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에서 시·읍·면의 확인, 최고, 직권 출생등록 절차가 진행된다. 시·읍·면의 장은 통보받은 아동이 출생신고 기간인 출생 후 1개월 내에 출생신고가 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 신고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할 것을 최고해야 하고, 신고의무자가 최고기간 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의무자를 특정할 수 없는 등 최고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감독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등록을 해야 한다.

경찰에서는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없는 아이들의 숫자가 1,000명에 육박하고 사망자 숫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지고 사라지는 신생아 뉴스는 너무나도 끔찍하고 비극적이다. 영아살해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몽테뉴는‘진정 본성에 속하는 어떤 법칙이 있다면 다시 말해 짐승들에게나 우리에게나 보편적이며 항구적으로(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나) 새겨진 어떤 본능이 있다면, 모든 동물이 지닌 바, 자기를 보존하고 제게 해로운 것을 피하고자 하는 본능 다음으로는 낳은 자가 태어난 자에 대해 갖는 애정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하였다(「에세」,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에 관하여). 자식에 대한 애정이나 집착은 본능이라고 할 정도로 강한 것이지만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출생등록은 생명을 지키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기초이다. 출생등록이 되지 않으면, 영아매매, 영아살해, 영아유기 등의 심각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범죄들이 이렇게 늘어난 데에는 출생신고제를 고수해온 제도적 공백도 한 원인이다. 모든 아이가 출생등록이 되어야만 영아매매나 유기 등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출생통보제에는 한계가 있다. 이 제도는 병원에서 출산을 하지 않거나 외국인 이주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출생통보제에 따르면, 의료인은 모의 진료기록부에 모의 성명·주민등록번호, 출생자의 성별·출생연월일시 등을 의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병원 출산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제 보호출산제를 도입할 것인지에 관해서도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 보호출산제는 산모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다. 익명출산이라고도 한다. 독일은 신뢰출산제도를 도입하여 산모의 익명출산을 인정하고 임신갈등여성이 손쉽게 상담소에 접근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모든 아동이 빠짐없이 출생등록이 될 수 있도록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그와 함께 가족과 교류가 단절된 상태에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미혼모의 딱한 현실에 대해서도 되돌아 볼 일이다. 출생신고를 미룬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제도를 운영하고 보완해나가야 새로운 제도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글 전현정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파트너 변호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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