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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 김영희의 차 이야기⑤ 연꽃차
청명 김영희의 차 이야기⑤ 연꽃차
  • 김영희
  • 승인 2023.07.2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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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차

 

여름날 해질녘, 연못 방죽에 앉아 바람에 실려 오는 연향을 맡으며 시원하게 얼음 띄운 연꽃차를 마시노라면 자연의 청정함이 온몸으로 스며들어 몸과 마음에서 향기가 난다. 여름차의 대명사이자 차 행사의 꽃이 되어 있는 연꽃차는 그 유례가 독특하다.

중국 청나라 말기에 지어진 《부생육기》에 따르면 ‘운’이라는 여인으로부터 이 차가 시작되었다. 가난한 지방관리 심복의 부인 운은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시대를 앞서간 여인으로, 연꽃이 오므라들 때 연꽃 속에 차를 넣었다가 아침에 연꽃이 벌어지면 밤새 연향이 밴 차를 꺼내어 첫 샘물을 길어 차를 우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에 아산 인취사 혜민스님께서 처음으로 연꽃차를 개발하고 백련시사라는 행사를 개최하면서 연꽃차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80년대 말부터 커다란 연지에 연꽃을 펼쳐놓고 녹차를 넣어 우려 마시는 연꽃차 퍼포먼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G20 정상회의 때 정상 부인들을 위한 찻자리를 창덕궁 부용지에서 가졌는데, 그때 까만 흑유 연지에 하얀 백련을 피워 놓아 정상 부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연차가 대용차의 대명사로 급부상하면서 대한민국 곳곳에 연꽃이 피어나는, 그야말로 연향 그윽한 연꽃 나라가 되고 있다.
 

신성한 아름다움, 꽃 중의 군자

 

세미원 연꽃

 

북송 시대의 문장가 주돈이는 “나는 연을 사랑하나니 진흙에서 나왔어도 때 묻지 아니하고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이 비고 밖이 곧으며 덩굴지지도 않고 가지도 없다. 향기는 멀리 갈수록 맑으며 우뚝 서 있는 모습은 멀리서 보아야 참맛을 느끼게 하니 연은 꽃다례경연대회 입선_차향이있는고택(하동군) 중의 군자이다.”라 예찬했다.

불가에선 연꽃이 속세의 더러움 속에서 꽃을 피우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고 하여 생명의 근원과 극락,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상징하기도 한다. 특히 부처님의 좌대를 연꽃 모양으로 수놓아 연화좌라 부르며, 꽃말은 ‘청결, 신성, 아름다움’이다. 또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며 그림이나 건축물, 의복의 자수 등에 연꽃을 많이 새기고 있다.

연꽃은 연못과 논밭에서 재배한다. 잎 표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잔털이 촘촘히 나 있어 물이 떨어지면 방울처럼 둥글게 뭉쳐 굴러다닐 뿐 전혀 젖지 않는다. 연은 인도와 이집트가 원산지로 6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꽃을 피운다.

보통 새벽에 피기 시작해 오전 8~9시경에 활짝 피었다가 오후 2시 정도부터 오므라들기 시작하여 3일 동안 이를 되풀이한다.

연은 지구상 모든 식물 중에서 정화력이 가장 뛰어난 식물로 인류를 살릴 식물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연뿌리의 작은 털이 양분을 흡수하여 연근에 두고, 줄기를 통해 잎까지 전달되며, 잎에서 중화시키고 정화하여 좋은 향기와 산소를 잎 밖으로 내보낸다고 한다.

땅속줄기 끝의 살진 부분을 연근, 씨앗을 연밥 또는 연실, 연자라 하며 식용한다. 모든 연은 무독이며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그야말로 완전식품이다. 연근은 담백하고 연밥은 고소하다. 잎으로는 차술 등을 담아 먹으며 지혈제로 약용한다.
 

인간에게 가장 이로운 식물

연은 수련과 연으로 크게 나누며 전 세계적으로 약 450종류가 있다. 연꽃은 긴 타원형 꽃에 떡잎 4~5개, 꽃잎 18개 정도로 구성되며, 40개 전후의 암술과 300~400개 정도의 수술이 한 꽃 안에 있는 양성화로 연꽃 스스로 열을 내어 자가수정한다.

수정 후 1.5㎝ 크기의 연밥이 생기고 그 안에는 20~30개 정도의 검은 색 씨가 들어찬다. 잘 익은 종자의 수명은 500년 정도이나 3,000년 된 종자가 발아된 경우도 있다.

한방에서는 연뿌리의 마디를 우절, 잎을 하엽, 잎자루를 하경, 꽃의 수술을 연수, 열매 및 종자를 연실, 꽃받침을 연방이라 하여 생약으로 쓴다. 잎·수술·열매·종자에는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어 다른 생약과 배합하여 위궤양 자궁출혈 등의 치료제로 쓴다. 연실은 자양강장제로 다른 생약과 배합하여 만성 설사, 심장병 등에 쓰이기도 한다.

연차를 오래도록 마시면 늙지 않고 흰머리가 검게 된다는 내용이 《본초십유》에 보인다. 또 《산동중약》에 따르면 연차가 함유한 성분이 매우 다양하고 약효가 강하며 건강식으로 좋다고 한다. 혈을 잘 순환하게 하고 어혈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명의별록》에서는 연차를 장복하면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도 연차의 효능이 기술되어 있는데, 이를 오래도록 마시면 인체의 온갖 병을 낫게 하고 몸을 좋게 한다고 했다. 특히 산후의 산모에게 하혈을 멈추게 하고 피를 맑게 해준다고 한다.

이하에서 연을 이용한 대표적인 차들 몇 가지를 소개한다.
 

 

몸과 마음에서 향기가 나는 연향차

중국 문학사상 가장 사랑스럽고 지혜로운 여인이라 거론되는 ‘운’이 사용한 제다법으로, 1590년경 편찬된 《고반여사考槃餘事》의 <다전茶箋> 편에 그 제법이 소개되어 있다.

연향차는 해가 아직 뜨기 전 반쯤 핀 백련꽃의 봉우리를 열어 가는 차 한 주먹을 집어 꽃 수염 속에 채운 다음 삼실로 살짝 봉우리를 봉합하여 하룻밤을 재우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연꽃에서 찻잎을 꺼낸 후 종이봉지[建紙]에 싸서 불기운을 쬔다. 이런 일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연꽃향이 찻잎 깊숙이 스미게 하여 말려서 마신다.

한마디로 차에 연꽃향이 배도록 한 차이다. 요즈음은 피기 시작하는 연꽃을 따다 그 안에 녹차를 넣어 냉동 보관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연꽃차

옛날부터 절반 핀 연꽃을 그늘에 말려 뜨거운 물에 우려 마셔왔으나 최근 한국에서는 생연꽃이나 냉동 연꽃을 뜨거운 물에 우리거나 전날 밤 찬물에 연꽃을 우리고 거기에 냉침한 녹차나 연잎차를 함께 블렌딩하여 향과 맛을 더하기도 한다.

또 그 차를 페트병에 넣어 냉장하거나 일부 얼음으로 얼려 새 연꽃을 곱게 피운 후 그 차를 부어서 마시면 많은 사람에게 변함없는 향기와 맛을 전할 수 있다. 얼음을 띄우면 시원하고 갈변을 막아준다. 연꽃차는 심신을 맑게 하고 정력을 돕는 미용차로 자양강장의 효과가 있고 아름답고 윤기 있는 머리카락이 된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늙지 않게 해준다고도 한다.
 

연잎차

연잎차는 피를 맑게 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입 냄새와 니코틴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갈증을 해소하며,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여행 가서 물이 바뀌어 고생할 때 마시면 좋다. 연잎 삶은 물에 목욕을 하면 피부가 고와지고 피부병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연잎을 깨끗이 씻어 줄기를 다듬어 그늘에서 말린 후 1∼2㎜로 가늘게 썰어 녹차를 덖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덖어 말리기를 세 번 반복하면 연잎차가 완성된다. 연한 연잎차의 경우 싱그러운 녹색 찻물이 한없이 우러난다. 연잎은 지혈제로 사용되고, 야뇨증이나 출산 후 불순물 제거에 좋다.
 

연근차, 연자말차, 연배아차

연근차는 연근을 적당히 썰고 건조한 후 뜨거운 물로 우려 마시는 차다. 연뿌리는 녹말이 주성분으로 신장 기능 강화, 고혈압과 당뇨 예방효과가 있다. 말린 연근을 곱게 갈아 차선으로 저어 마시거나 뜨거운 물로 죽처럼 마시기도 한다.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연자말차는 다완에 죽염과 연자말차, 찬물을 넣고 차선으로 저어 마시는 차다. 카페인이 없고 영양이 풍부해 찻자리의 마무리 차로 이용되고 있다. 연자는 가슴 두근거림, 불안과 초조, 불면증, 어지럼증에 효과가 있다.

연배아차도 있는데, 배아(싹)는 생명의 근원으로 영양이 풍부하나 미세한 독이 있다. 이 독을 열로 제거하여 배아차로 만들어 음용한다. 배아는 맛이 쓰고 성질이 차서 열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한 증상에 좋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연꽃의 개화 시기도 앞당겨져 6월 20일경이면 꽃이 피기 시작하여 8월 말까지 이어진다. 7월 즈음이면 전국에서 연꽃 축제가 열린다. 10만 평이 연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회산백련지 제25회 무안연꽃축제는 7월 21일부터 24일까지, 부여 궁남지에서 열리는 제21회 부여서동연꽃축제는 7월 13일부터 16일까지이며, 기타 양평세미원, 조치원, 일산 호수공원 등 전국의 연지에서 연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무더운 여름을 이기는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7월에 권하고 싶은 최고의 풍류차가 바로 백련차다.
 

글 김영희(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겸 편집주간, 청명헌차회 회장) 사진 홍철용 바이오굴바라 대표

 

 

김영희는…

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겸 편집주간. 동국대미래융합교육원 차명상지도자과정 주임교수 역임.
46년 전 여연스님께 차 입문하여 최고의 차선생님들께 사사.
청명헌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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