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카르텔 업체를 원스트라이크 아웃하는 등 고강도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만 이같은 LH의 고강도 혁신안이 적용되면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소형 건설사들에게 미칠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LH는 2일 서울 강남 서울지역본부에서 이한준 LH사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반카르텔 공정건설 혁신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실시한 점검에서 LH 발주 무량판 구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무더기 철근 누락이 확인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주요 내용은 카르텔 관련 부실시공 유발업체를 적발 한 번만에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고, 중대재해와 건설사고 발생 업체의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것 등이다.
이같은 LH의 고강도 혁신안에 대해 건설사들은 긴장감을 표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중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보다 LH와 같은 공공 발주에는 중소형 건설사가 많이 참여한다"며 "만약 적발이 돼 퇴출 되고 입찰 참가가 제한되면 중소형 건설사 입장에서는 매출이 발생하지 못하는 '사형선고'로 봐도 될 정도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도 현재 상황을 긴장하면서 보고 있다"면서도 "대형사들은 품질관리를 철저하게 해 왔기 때문에 큰 타격이 당장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전보다 한층 더 철근 등 품질관리에 신경을 쓰게 될 것으로 보여 전반적인 아파트 건설 시 안전이 더 확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까다로워진 안전기준 강화로 분양가 인상이나 공사비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전보다 더 좋은 품질의 자재를 쓰다 보면 원가 상승의 가능성이 있을텐데 이러면 분양가와 공사비 상승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LH는 이번 혁신계획에서 부실시공 근절을 위해 건설현장 전 과정의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공사단계별로 정밀안전점검을 의무시행하고, 영상기록검측 및 디지털 시공확인 체계도 도입한다.
또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신설해 카르텔이 철폐될때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압찰 담합 징후 분석 시스템을 통한 자체 분석결과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감리제도도 전면 개편해 감리 범위를 설계까지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다단계 발주구조 개선, 설계·시공·감리 전 단계에 걸친 발주기관의 역할도 강화한다.
이번에 부실시공이 드러난 무량판구조 철근누락 15개 현장에 대해서는 4일 경찰청에 수사의뢰를 진행한다.
이한준 LH사장은 "이번에 건설안전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고 LH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전관특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LH의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고강도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퀸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