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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캠프 잼버리’ 학부모…“운영 전반 재검토해야" 
‘생존 캠프 잼버리’ 학부모…“운영 전반 재검토해야"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8.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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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뒤늦게 '폭염' 특교세 30억원 교부…3일차에야 대응 나서
전국 대부분이 폭염 경보가 발효된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계잼버리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 News1 
전국 대부분이 폭염 경보가 발효된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계잼버리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 News1 

'역대급 폭염' 속에 치러지고 있는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온열질환자와 부상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가 행사 사흘째에야 관련 대책을 내놓으면서 '늑장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4일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대회 첫날인 지난 1일 잼버리 영지 내 온열환자가 400여명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지난 2일에는 벌레 물림 318명, 온열 질환 207명, 일광 화상 106명, 골절 등 기타 278명 등 총 992명의 환자가 나왔다.

특히 2일 오후 8시부터 3시간 넘게 진행된 개영식에서만 13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온열 질환 108명, 두통 10명, 피부 질환 8명, 복통 6명, 근골격계 4명, 기타 3명 등으로 분류된다.

이와 관련해 잼버리 조직위 관계자는 "단순 벌레 물림이나 휴식을 위해 병원에 들른 대원들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라며 "대부분 경증이고 중환자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북소방본부가 개영식이 열린 2일 오후 10시54분 조직위 측에 행사 중단을 최초로 요청했으나 20여분간 행사가 더 진행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어 전북 부안경찰서가 오후 11시쯤 폭죽 사용 중단을 요청했고, 행사는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던 불꽃놀이 없이 마무리됐다.

잼버리 조직위 관계자는 "소방에서 행사 중단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와서 중단하려고 했는데 확인해 보니 온열 질환자가 발생한 상황이었다"며 "갑자기 행사를 중단하면 청소년들이 더 놀랄 수 있고 안전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했고 불꽃놀이는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참여 대원들과 학부모는 행사장 안전 문제를 염려하며 현장 진행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잼버리 참여 학생 학부모는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개영식에서) '내·외빈이 입장하는데 모두 일어나 달라', '큰 박수 부탁'에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힘든데 도열은 왜 하는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아이들이 잔디에서 벌레와 싸우고 있는데 무려 25분간 알파벳순으로 입장국을 다 호명했다. 아이들은 완전히 지쳐 있었다"고 개영식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자녀가 잼버리에 참여 중이라는 또다른 학부모 역시 잼버리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올린 댓글을 통해 "폭염, 비위생, 수면 부족은 극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행사 취소, 운영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학부모는 이에 더해 "화장실은 관리가 안 돼 역겨워 사용을 못할 정도이고, 밥은 맛이 없고 양도 적어 배가 고프고, 매장에서는 물건을 비싸게 팔고 있다"며 "이제 행사 2일째인데 아이가 제발 집에 가고 싶다며 데리러 오라고 난리다. 외국인 친구들도 너희 나라 수준이 이 정도냐고 욕한다는데 너무 창피하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잇따르자 정부는 대회 사흘째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159개국 참가자 4만3000명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얼음 등을 충분히 현장에 제공하고 매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현장 상황과 조치 내역을 국민과 언론에 투명하게 알리라고 요청했다.

국방부에는 공병대 지원을 요청하며 그늘막·샤워시설 등 편의시설 증설에 나서달라고 했다. 군의관을 신속하게 파견해 응급상황 대응능력을 강화하라고도 지시했다.

잼버리 조직위에는 온열질환을 유발할 위험성이 큰 프로그램을 최소화하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휴식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세계스카우트연맹 등과 신속히 협의하라고 당부했다.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전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의사 30명, 간호사 60명 등 의료진 추가 확보 지원 △냉방기 보강 △온열환자 휴식용 헌혈차 5대 추가 투입 △150병상 추가 설치 △화장실·샤워실 등 편의시설 관리 강화 방안 등을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잼버리 종합상황실에서 긴급 현장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전라북도에 폭염 예방을 위한 특별교부세 30억원을 즉시 교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시원한 생수와 이온음료 공급 △그늘쉼터 등 폭염저감시설 점검 △냉방기 추가 확보 △대규모 온열질환자 발생 시 이동을 위한 대피시설 운영계획 수립 등을 요청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잼버리 내 식음료 안전 관리를 전보다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식재료 검수 인원을 3명에서 총 6명으로 보강했고, 물류센터 내 24시간 상주 인원을 배치했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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