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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시행 아파트 철근 누락 전수 조사 실시… 업계 긴장  
민간 시행 아파트 철근 누락 전수 조사 실시… 업계 긴장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8.04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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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시행 아파트서도 철근 누락 사례 나올까… 업계 “과도한 불안 조성에 퇴출될까 우려"
국토교통부와 LH는 지난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을 공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가운데 15곳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기둥 154개 가운데 단 한 곳도 보강철근이 설치되지 않는 등 심각한 수준의 단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News1 
국토교통부와 LH는 지난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을 공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가운데 15곳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기둥 154개 가운데 단 한 곳도 보강철근이 설치되지 않는 등 심각한 수준의 단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News1 

정부가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아파트 철근 누락 여부 등 전수조사 대상을 민간아파트까지 확대하기로 밝히자 건설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입장이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지난 4월 29일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슬래브 붕괴 사고 발생 직후부터 비상이 걸린 터라 자체 검사 등 나름의 대비를 해왔다는 업체도 있다.

보 없이 기둥 위에 지붕을 바로 얹는 무량판 구조(Flat plate slab system)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후 사라졌다가 지난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입하면서 재등장했는데, 공공발주가 아닌 자체 시행 사업에는 적용하지 않아 왔다는 업체도 다수 있었다.

◇2017년 부활한 무량판 구조…민간·공공 293개 단지 및 현장 전수조사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민간아파트 무량판구조 조사계획 브리핑'을 열고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아파트 293개 단지(약 25만 가구)의 철근 누락 여부 등을 전수 조사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는 총 293개 단지(약 25만 가구)로 파악된다. 2017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가운데 민간 159개 단지 및 공공 29개 단지, 시공 중인 현장은 민간 95곳 및 공공 10곳이 있다.

정확한 수치는 현재 지방자치조사단체도 조사 중에 있어 단지 수는 일부 변동될 수 있다. 또한 무량판 구조도 공법이 여럿이고 혼합식도 있는 만큼, 필요 시 2017년 이전 준공 아파트로도 대상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이번 전수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당초 문제의 발단이 된 지하주차장 등 공용부분뿐만 아니라 주거동까지 빠짐없이 점검한다는 점이다. 입주민 동의를 얻어 세대 내부도 점검하고, 문제 시 후속조치 등 모든 비용은 시공사가 부담토록 한다.

김 차관은 "지금 문제는 무량판이니깐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먼저 안전진단 점검이 최우선"이라며 "전단보강근 등이 적절하게 설계됐는지, 설계도면대로 시공했는지, 콘크리트 강도, 철근 여부 등을 다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완전 무량판구조는 2017년 이후 지하주차장에만 있다. 민간은 복합돼 있어 안전성이 높기도 하지만 아직 점검이 시행되지 않은 구조도 많아서 일단 무량판 구조가 조금이라고 섞여 있으면 조사해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취지는 공감…주거동·주차장 하중 다른데 과도한 위험 프레임 우려"

김 차관도 밝혔듯, 완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하는 경우는 민간 시행 아파트에 많지 않다고 시공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주로 주거동에는 무량판과 기둥식, 벽식을 혼합한 형태의 공법을 채택해왔고 이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검단 사태처럼 근본적으론 무량판 구조 자체가 지하주차장에 비해 하중이 가벼운 주거동에 더 적합한 공법이라 주차장에 채택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는 원래 주거부분에서 검증된 공법인데 개방감 등 공간 활용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주거동과는 하중 등 조건이 다른 지하주차장까지 확대 적용한 점이 문제였다"며 "지하주차장에는 라멘구조까진 아니라도 기둥과 지붕이 만나는 부분을 철근과 콘크리트구조물로 좀 더 보강했어야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철근 누락은 시공의 문제인데, 이번 주거동 전수조사로 인해 '사람들 사는 공간까지 무량판이면 위험하다'는 잘못된 프레임이 씌어지는 건 문제"라며 "지하주차장 전수조사는 바람직하지만 주거동까지 포함하면 일종의 '포비아(phobia·공포증)'가 만들어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불거져 국민 불안이 큰 만큼 이번 조사 의미에 공감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왔다는 업체도 있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무량판 구조를 채택하지 않지만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조합이 시공사를 바꾼 경우 이미 무량판 구조로 설계돼 시간상 바꿀 수 없는 경우가 있어 (이곳은) 설계안정성을 보강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 외엔 무량판 채택 현장이 없고 이미 검단 사태 직후 구조엔지니어를 통한 전수검사를 진행한 뒤 필요한 곳은 추가 보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LH가 설계에 채택하긴 했지만 공공발주가 아닌 자체 민간사업에는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적 없다는 업체도 다수 있었다. 이는 완전 무량판 구조의 안정성이나 사업성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풀이되는데, LH에 대한 별개 조사에서 더 입증될 전망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는 공간 활용도가 높고 용적률 등 인센티브가 있어 LH현장에서 많이 쓰는 공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철근이 다른 것보다 더 많이 들어가야 해 공사비가 더 많이 드는 공법이라 중견 업체 중엔 자체 시행 사업엔 채택하지 않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무량판 구조는 기본적으로 공사비용이 많이 드는 공법인데, 원가 절감이 중요한 LH에서 왜 이 설계를 채택해 발주했는지에 대해서는 집중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설계 과정에서 잘못 설계된 부분이 내려오면 시공 쪽에서 뒤집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전했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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