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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과 서현역 피의자 조현성 인격장애는 다른 질환… “범죄자 취급은 편견”
조현병과 서현역 피의자 조현성 인격장애는 다른 질환… “범죄자 취급은 편견”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8.09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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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News1 
사진- News1 

지난 3일 오후 6시께 발생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특정 집단이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고 밝히는 등 망상 증상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3년 전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으나 치료를 중단했고 망상이 심해진 정황까지 이른 데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조기 치료와 관리만 이뤄졌어도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피의자 최원종(22)은 당시 차를 몰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백화점 앞 인도로 돌진, 보행자를 들이받은 뒤 차에서 내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흉기를 시민들에게 휘두른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범행으로 1명이 숨지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그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로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피해망상 등 정신적 질환에 따른 범행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최씨가 진단받은 분열성 성격장애는 사회적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고립돼 살고, 감정 표현이 제한적인 게 특징이다. 부정적 뉘앙스 때문에 한국표준질병분류상 명칭이 조현성 인격장애로 바뀌었다.

조현병과는 이름이 비슷한데 조현병의 주 증상은 망상·환청, 와해된 사고와 언어 등이다. 조현성 인격장애는 공상 등 기이한 사고 패턴이 나타날 수 있으나 조현병만큼 망상 수준은 아니다.

따라서 최씨가 망상 증상을 보였으면 제때 치료를 받지 않아 조현병으로 악화했거나, 조현병 인격장애 진단 당시 조현병 초기 단계였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대한조현병학회는 "망상은 일반 인구 7%에서 관찰되는 현상으로 망상이 있다고 모두 조현병은 아니다"며 "(정신질환은) 병원에서 꾸준한 치료만 받으면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밝혔다.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는 누군가 자신을 욕하거나 해치려 한다는 환청에 휩싸여, 피해망상 또는 관계망상 등의 증상을 보인다.

환각과 망상에 빠지면 공격적이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매우 위축되고 공포에 빠져 말이나 행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김 교수는 "비율로 치면 후자(위축, 공포)의 환자가 훨씬 많은데 심각한 사건 사고들이 소개돼 환자들이 굉장히 위험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으나, 그런 환자들은 전체의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조현병이든 조현성 인격장애든 공통적으론 중증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빠르게 치료하는 체계가 중요한데, 아직 국내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토로했다.

조현병학회는 "조현병은 초기에 집중적 치료와 관리로 회복 가능한 질병이다. 적정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병이 심해지고 만성화되면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해외 각국이 청소년과 청년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지원체계를 만들어 시행하고, 거점 조기치료 센터도 운영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보다 지원체계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조현병이나 망상장애 환자 8명 중 1명만 지역사회에서 관리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지역사회 정신건강 증진 사업을 이용하는 조현병과 망상장애 환자 비율은 0.13%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학회는 "조현병 환자가 병원에서 꾸준한 약물치료와 사례관리 그리고 정신 사회적 중재를 받을 수 있다면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해 재발하는 상황도 예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젊을 때는 부모가 돌보지만 나이 들어 부모가 사망하면 혼자 남는다. 혼자 살 능력이 없는 환자들도 많아 국가가 사회 보장 차원에서 돌볼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조현병이든 조현성 성격장애든 중증 정신질환이 범죄로 직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범죄의 원인을 정신질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고 의료계는 우려한다.

학회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고 조현병 증상 때문에 범죄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조현병과 범죄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 편견을 조장하고 치료를 기피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최근 성명을 내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를 환자와 그 가족에게 떠맡길 게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외래 치료지원제를 통해 조기 치료를 권장하면서 입원을 최소화해 인권과 안전, 치료를 함께 고려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인권과 치료가 보장될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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