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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집] 시공업자에게 발등 찍힌 집
[건축탐구-집] 시공업자에게 발등 찍힌 집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8.1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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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15일) 저녁 EBS '건축탐구-집'은 '시공업자에게 발등 찍힌 집'을 방송한다.

흙 만지는 것이 좋아 집 짓기를 시작해 집 안 곳곳에서 앞마당 정원뷰를 볼 수 있는 부부의 집. 집 한 채 짓는 게 이렇게나 힘들 일인가? 건축사도 시공사도 2번 구한 사연, 시공업자 심기 건드리면 혹여나 내 집 잘못 지어질까 노파심에 하고 싶은 말 마음속에 접어 두고, 속앓이한 사연을 알아본다.

시공업자 때문에 눈물 흘리며 지은 집

 

전원주택 하면 바로 떠오르는 곳 양평, 시공업자에게 제대로 발등 찍힌 집이 있다고. 낡고 비싼 아파트보다는 공기 좋고 넓은 땅에 지어진 전원주택이 좋다는 남편 종윤씨와 남들 자는 데서 자고, 먹는 데서 먹는 아파트가 싫다는 아내 희선씨는 집 장사가 지은 집이 아닌, 우리가 원했던 공간만으로 이루어진 우리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집 짓는 과정은 첩첩산중 그 자체였다고.

차근차근 집이 잘 지어지면 좋으련만... 도장깨기 하듯 집을 지었다고. 첫 번째 시공사는 주차장 공사만 해주고 연락이 끊기질 않나, 첫 번째 설계사는 인허가나 감리 없이 설계 도면만 그려주는 깡통 설계이질 않나. 별의별 일을 다 겪고 나니 문득 집 한 채 짓기가 이리도 힘든 일이었나 싶었단다. 집 짓는 3년 동안 집 짓는 법을 배운 게 아니라, 인생을 배웠다고 말해도 될 정도. 그래도 전원주택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흙 만지며 살고 싶었던 것.

죽으란 법은 없다고 마음 맞는 설계사 만나 부부 마음에 딱 드는 집이 완성되었다. 부부의 요구대로 넓은 마당, 햇빛이 잘 드는 남향 거실과 남향 안방. 그리고 꼭 지키고 싶었던 호텔식 화장실에 조적 욕조까지.

물론, 두 번째 만난 시공사와 소송까지 갈 뻔했지만. 아무튼 집 한 채 짓기까지 정말 10년은 늙은 것 같다고 말하는 부부. 그래도 지나고 보니 다 추억이란다. 힘든 과정 다 잊을 만큼 만족스럽다는 부부의 다사다난했던 고생담이 고스란히 담긴 집을 만나러 가보자.

 

시공업자에게 할 말 못한 집

 

산골 중의 산골, 봉화 어느 마을의 끝자락, 아기 돼지 삼 형제의 벽돌집을 연상케 하는 붉은색 고벽돌 집이 눈에 띈다. 겉으로 보기에도 튼튼해 보이는데, 부부가 튼튼한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꼭 있었다고. 사실 부부는 포항 지진 이후 트라우마가 생겼다. 가장 안전했던 집이 가장 위험한 집으로 삽시간에 바뀌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짓기로 결심했던 것.

지진에 강한 목조주택을 기반으로, 위에서 물건 떨어질 일이 없는 단층, 그리고 언제든 밖으로 나갈 수 있게 21개의 창문을 설계했다. 심지어는 지질학과 친구에게 자문하여, 안전한 땅임을 확인했을 정도. 그렇게 아내 민경씨가 설계하고, 남편 찬욱씨가 시공하여 안전한 집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집 한 채 지으면서 속앓이했을 정도로 고생했다고.

남편 찬욱씨 성격상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시 공사해 달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 이유는 시공업자 심기 불편하게 만들었다가, 못 세 개 박아야 하는 일, 못 두 개만 박아버릴지도 모른다는 노파심 때문. 내 눈에만 보이는 하자를 집 안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아내 민경씨는 딱 적당하다고 말하는 화장실은 남편 찬욱씨가 편하게 쓰기에는 조금 좁단다. 또, 성인 한 명이 제대로 서 있기에는 조금 낮은 다락방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해달라 말하지 못해 다락방 갈 때마다 늘 구부정한 자세로 왔다 갔다 해야 한다고. 다음에 또 집을 짓는다면, 내가 직접 짓겠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는 남편 찬욱씨. 몸이 아플 만큼 고생했지만, 땅이 맞닿은 곳에서 자연과 가까이 사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는 부부의 안전하고 튼튼한 집을 만나보자!

2023년 8월 15일(화) 밤 10시 50분, EBS1 방송.

퀸 이주영 기자 사진 EBS1 '건축탐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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