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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졸업 둘 다 먼 얘기’… 대학가 깊어진 한숨
‘취업· 졸업 둘 다 먼 얘기’… 대학가 깊어진 한숨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8.18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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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 건물 로비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 News1 
1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 건물 로비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 News1 

"선배들 취업이 힘들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한 마음에 졸업 1년 앞두고 휴학했어요. 근데 하면 할수록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직까지 복학을 못 하고 있습니다."

1년 넘게 휴학 중인 정모씨(22·여)는 취업 준비에 이미 지쳐 있었다. 지난 17일 만난 그는 원하는 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자격증도 따고 입사지원도 해봤지만 서류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털어놨다.

한때는 매일 도서관 열람실에서 하루 9시간씩 순수 공부 시간(순공시간)을 채우던 정씨는 현재 별다른 활동 없이 보름 넘게 본인의 자취방에서 쉬고 있다. 정씨는 "탈락 경험이 반복되니까 자존감도 떨어지고 오히려 이런 상황에 무뎌져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씨처럼 졸업 이후 공백기가 취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대학생 신분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졸업과 취업 둘 다 늦춰져 무기력해져 가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15∼29세 청년 비(非)경제활동인구 중 재학 상태에서 학교도 다니지 않고 취업·직업훈련과 같은 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었다'는 청년은 3년새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0만8300명, 2021년 11만800명, 2022년 11만7500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15∼29세 청년 인구가 891만1000명에서 856만7000명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증가 폭이다.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사회로 곧바로 진출하기보단 학교에서 취업을 위한 스펙을 더 쌓거나 다음 연도 채용을 준비하는 청년층이 늘어난 셈이다.

◇ "취업 위한 자격증·직무경험 필요해"···이번 추석도 고향갈 계획 없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의 한 대학 지하 열람실 복도에는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로 북적였다. 다음주부터 각 대학마다 2022년 후기 학위수여식이 시작되지만 졸업할 학점이 이미 충분한 고학번 대학생들도 학교를 떠날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한다고 해서 무조건 졸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별로 차이는 있지만 졸업을 신청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유예되는 학교가 많다. 일부 학생들은 학과별로 요구하는 자격증 혹은 논문 등을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졸업을 미루고 있다.    

공대생 이모씨(24)도 원래대로라면 다음주 학위수여식에서 학사모를 쓸 예정이었다. 하지만 졸업 준비보다 자격증 취득에 몰두해 있었다. 이씨는 "공기업은 아무래도 기사 자격증이 필수인데 기사 시험은 대부분 4학년이 돼야만 응시자격이 주어진다"며 "결국 마지막 학기쯤에 또 최소 1년 이상 추가적인 공부를 해야해 학교를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해 졸업을 한 후 1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박모씨(26·여)는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토익 점수도 올리고 자격증도 2개를 더 땄지만 쉽지 않았다"며 "올해 중견기업 원서도 같이 냈는데 한편으로는 합격을 해도 연봉이나 복지가 걱정되는 기업도 많아서 이제는 차라리 그 에너지로 직무경험을 쌓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졸업을 미루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대부분 덥고 답답한 자취방보다 따로 돈이 들지 않는 학교가 쾌적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이날 만난 취업준비생 대부분은 올 추석을 '패스'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미 추석에 본가에 못 간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는 박지혜씨(24·여)는 "지금이 서류 준비하고 제출하는데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고 취준 시기를 한번 놓치면 영영 놓칠 것 같다"며 "번아웃이 온 친구들도 주변에 많은데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하기 힘들어 보여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일정한 생활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양질의 일자리 나올 수 있도록 여건 만들어야"

일각에선 취업난의 원인으로 '청년층의 눈높이'를 꼽기도 한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우선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의존도를 낮추면서 양질의 사회 일자리를 만들 여건을 갖춰야 한다"며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지 않다는 얘기도 있는데 미래를 그릴 수 있을 만한 일자리가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가 유망하거나 전망이 밝으면 당장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자리가 워낙 많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발간한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 보고서를 통해 청년 고용의 부진 원인으로 고학력화, 임금 격차 등으로 인한 '인력 수요·공급 미스매치'를 꼽았다. 국민 대학 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 수준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및 복지 격차가 워낙 커 인력 쏠림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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