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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106㎞ 커브가 160㎞ 강속구 제압했다 ... 신시내티전 빛나는 완급조절
류현진의 106㎞ 커브가 160㎞ 강속구 제압했다 ... 신시내티전 빛나는 완급조절
  • 김원근 기자
  • 승인 2023.08.21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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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강속구의 가치는 매우 크다.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압박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투수들이 직구 구속 1~2㎞/h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 강속구를 던지는 '영건'이 각광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언제나 이기는 것은 아니다. 빠른 공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형편없이 얻어맞고, 느린 공도 완급 조절과 제구를 바탕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것이 야구다.

'코리안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의 21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전이 바로 그랬다. 이날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87.4마일(약 140.7㎞)이었고 최고 구속은 89.6마일(약 144.2㎞)에 그쳤다.

KBO리그를 기준으로 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구속. 하지만 류현진은 이날 5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복귀 이후 최고의 피칭을 했다. 시속 140㎞를 간신히 넘고 최고 구속이 145㎞가 되지 않지만 빅리그 레벨의 타자들에게 삼진 7개를 뽑아냈다.

류현진 특유의 완벽한 제구와 변화구를 통한 완급 조절이 뒷받침 된 덕분이었다.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더불어 느린 커브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류현진은 이날 시속 최저 구속 66.8마일(약 107.5㎞)짜리 공을 던지는 등 느린 커브를 16개 던졌다. 커브 중 가장 빨랐던 공도 71마일(약 115㎞)이었다. 타격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는 한편 제구까지 갖춰져 있으니 신시내티의 젊은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류현진은 5회말 2사 1,2루 위기에서도 엘리 데 라 크루즈를 상대로 연속 커브를 던져 3구 삼진으로 솎아냈다. 류현진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마지막 아웃카운트 역시 느린 커브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이날 경기 후 "류현진은 다른 투수들보다 세게 던지지도 않고, 감탄을 자아낼 구종도 없지만 영리하다"면서 "타자의 스윙을 잘 읽어내기 때문에 어리고 공격적인 타자들에겐 위협적"이라고 전했다.


류현진의 '관록'이 보다 빛난 것은 이날 상대 선발이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영건' 헌터 그린(24)이었기 때문이다.

그린은 메이저리그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직구를 던지는 선발 투수로 잘 알려져 있다. 평균 구속이 시속 100마일(약 160.9㎞)에 육박하고 최고 구속은 104마일(약 167.4㎞)에 달한다.

이날 역시 자신의 강점인 강속구를 1회부터 뿌려댔는데,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토론토 타자들에게 많은 장타를 허용했다.

1회부터 1점을 내준 그는 2회엔 케빈 키어마이어와 브랜든 벨트에게 잇따라 2점홈런을 맞았다.

3회를 간신히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4회들어 보 비솃과 벨트에게 백투백 홈런, 조지 스프링어에게 2점홈런을 추가로 맞으며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3이닝동안 10피안타, 이중 5개가 홈런이었고 3볼넷을 곁들이며 무려 9실점(8자책)했다. 삼진도 4개로 류현진보다 적었다.

구속을 나타내는 숫자로만 보면 그린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어야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베테랑' 류현진이 어린 투수인 그린에게 "구속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교훈을 일깨워 준 경기였다.

 

[퀸 김원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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