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4 10:15 (토)
 실시간뉴스
문 닫는 백병원 180명 신입 채용?… 직원 ‘분통’ 
문 닫는 백병원 180명 신입 채용?… 직원 ‘분통’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8.25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 인제대학교 인재채용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 인제대학교 인재채용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일산백병원이 내년도 신입 간호사 180명을 공개채용한다고 24일 발표했다. 서울백병원 폐원을 앞두고 인제학원 재단이 그동안 '수도권은 수용 여력이 부족하다'며 70% 이상 부산 지역 발령을 공언해왔던 터라 직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인제대학교 인재채용센터는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2024학년도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신입 간호사 모집'이라는 제목으로 채용공고를 게시했다. 채용공고에 따르면 일산백병원은 29일부터 지원서를 접수해 오는 11월까지 전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일산백병원의 대규모 신입 채용 소식에 형제병원인 서울백병원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재단 측이 직원들에게 '전원 고용승계'를 약속하면서도 수도권에 있는 상계백과 일산백에는 수용 여력이 합쳐서 8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백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380여명으로 그중 간호사는 14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수도권으로 발령될 수 있는 인원은 전체 서울백 직원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김동민 보건의료노조 서울백병원 지부장은 "재단 측에서 노조에 공식적으로 전한 수도권 전보 인원은 80여명 정도"라며 "일산백에서 서울백 직원을 더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있으면서도 안 받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 직원들에 따르면 재단은 수도권 TO(정원)가 적다는 이유로 지난 10일 상계·일산백병원에 전보될 인력 우선순위까지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했다. 퇴직자를 제외한 나머지 약 70%는 부산백이나 해운대백으로 발령낼 계획이다.

서울백병원에서 근무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간호사 A씨는 "신규 간호사는 기본적으로 훈련하는 데만 두 달 이상 걸린다"며 "일이 완전히 익숙해지려면 6개월 이상 걸리는데 (일산백병원이) 인력이 부족하고 바쁜 상황이면 여기(서울백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을 바로 투입할 수 있지 않나"라고 의아해했다.

다른 간호사 B씨는 "(수도권은) 작년에 뽑은 신규 간호사도 아직 자리가 안 나서 못 들어간다며 부산을 가라더니 신입 180명을 뽑는다고 한다"며 "서울백에서 (일산백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이 다 가고도 남을 만한 규모"라고 분개했다.

재단 측은 서울백병원 폐원 후 고용승계할 직원 수가 각 백병원 원장들의 경영상 판단에 달렸다고 설명한다. 상계백병원은 재정이 좋지 않아 고용 여력이 별로 없으며 일산백병원은 현재 증축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라 당장 고용할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부산 지역 백병원들은 경영 상태도 좋고 인력 풀에도 여유가 있어서 부산 발령 기조를 잡았던 것"이라며 "최대한 직원들이 바라는 쪽으로 전보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인사팀도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단은 25일 서울백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괄 전보조치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재단을 상대로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이 제기한 폐원 무효 가처분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면담을 거부하거나 전보발령 동의서에 서명을 못한 직원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단은 형제병원 전보를 대신해 퇴직을 선택한 직원들에게는 위로금조로 근속연수 20년 이상 기준 최대 3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8월말까지 사직한 직원에 한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사실상 9월 이후로 미뤄진 가처분소송에 참여한 직원들을 회유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간호사 C씨는 "병원 내부망에 거의 매일 누가 어디로 전보발령됐다는 공지가 뜬다. 한명 한명씩 전보발령에 사인을 했다는 사실이 다 공개되는 셈"이라며 "재단이 전보발령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압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퀸 이주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