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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서울백병원 30%만 수도권 병원 발령… 후폭풍 ‘직원 갈리치기?’
문 닫는 서울백병원 30%만 수도권 병원 발령… 후폭풍 ‘직원 갈리치기?’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8.28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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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 소송 중 25일 교직원 일괄전보 통보…70% 부산으로 위로금에 조건 걸고…자리 없다면서 일산백병원은 채용공고
사진-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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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폐원으로 예상됐던 혼란과 후폭풍이 시작되는 모습이다. 특히 재단측이 교직원들을 전보 조치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회유책을 이용해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인제학원 이사회는 수년간의 적자를 이유로 들어 지난 6월 서울백병원을 폐원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달 31일 폐원을 앞둔 서울백병원은 응급환자를 받지 않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으며 입원이 필요한 새로운 환자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들도 지난주 모두 다른 병원으로 옮긴 상태다. 교직원들의 이동도 이미 시작됐다.

28일 인제학원 재단본부 측과 교직원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백병원 사무직과 간호직 등 직원 약 400명의 인원이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으로 일괄 전보됐다.

이 가운데 70% 이상의 인원이 부산으로 향한다. 당초 재단 측은 교직원들을 상대로 전원 부산 전보를 예고했었다. 이사비와 일정 기간 정도의 월세만 지원하고 갑작스럽게 근무지를 옮기라는 통보에 직원들은 황당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맞벌이에 육아도 같이 하는 직원들은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와중에 형제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일산백병원은 의료기술직과 간호사, 행정직 등의 직종에 대해 채용공고를 내 직원들을 더욱 황당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일산백병원이 채용공고를 낸 상황에서도 서울백병원 직원들의 전원 부산 발령을 낸 배경에 대해 당시 재단 관계자는 "일산백병원은 증축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고 1년에서 1년 반 후에나 개원할 예정이라 여력이 없다"며 "상대적으로 부산 지역 병원들이 경영 상태가 좋고 인력 풀에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었다.

직원들이 더욱더 분노한 것은 가처분 소송 이후 재단 측의 제안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재단 측에서 30% 정도의 일부 직원에 한해서 일산백병원과 상계백병원의 전보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동민 보건의료노조 서울백병원 지부장은 "수도권 병원 티오(TO)를 두고 직원들끼리 경쟁시키는 것"이라며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경력이 더 많은 직원이 배제된 경우도 있는데 '재단에 밉보여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단이 직원들을 '갈라치기'하기 위한 회유책 아니냐는 비판이다.

더욱이 재단 측은 그동안 서울백병원에 상당 기간 일해온 직원들을 상대로 31일까지 서울백병원에서 사직하지 않으면 위로금을 주지 않겠다는 차별적인 조건까지 내걸었다.

재단측의 이 같은 압박과 회유책으로 직원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한 상태다. 직원들에 따르면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고 부산으로 향하는 일부 직원과 아예 그만두는 직원 등이 혼재한 상황이라고 한다. 아울러 육아와 가정, 당장 부산에서 지낼 곳조차 마련하지 못한 대다수 직원들은 일단 31일 폐원 이후에도 서울백병원으로 출근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백병원의 한 간호사는 "이동하는 직원과 남는 직원이 뒤엉켜 이번 주부터는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처분소송 이후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에 재단 측은 "재단이 입장을 바꾼 건 아니다"라며 "폐원 결정 이후 각 백병원 원장들이 논의하면서 수도권 티오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교직원 입장에서 압박을 느낄 만한 사안은 또 있다. 가처분 소송이 진행된 이후 재단 측에서 직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소송장을 직접 봤는지, 도장도 직접 찍었는지 등을 확인했다고 다수의 교직원은 증언했다. 현재 가처분 소송에는 교수 24명과 일반 직원 200여명이 참여한 상황이다.

재단측은 가처분 소송과 전보 조치는 상관성이 없고 폐원 사유는 적자가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적자 운영을 놓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백중앙의료원의 합산재무제표에 따르면 병원 법인은 최근 5년간 수익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비영리법인인 병원에 적용되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 계상되면서 적자로 바뀌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장부상 비용으로 비영리법인이 고정자산 취득을 목적으로 적립하는 금액을 말한다. 재단이나 법인이 이 금액을 얼마로 계상하느냐에 따라 흑자와 적자가 뒤바뀌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매년 국회 국정감사마다 문제시되기도 한다. 국립대병원들이 이 비용을 이용해 당기순이익을 축소하고 법인세도 면제받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다.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폐원 결정에 위법 사항이 다분하다고 주장한다. 폐원 의결 과정이 사립학교법과 정관을 위배해 무효이며 폐원에 따른 직원들의 부산 전보 발령 역시 근로기준법에 반한다는 것이다. 교직원들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폐원 의결 효력 정지를 위해 가처분을 제기한 상황이다.

아울러 인제대학교 내부에서는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 이후 둘러싼 일련의 과정들을 놓고 부끄럽고 민망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 22일 이뤄진 인제대 새 총장 임명 건이다. 인제대는 지난 18일 제9대 총장 선거 선거인단 결선 투표를 진행했는데 서울백병원 폐원 반대 목소리를 낸 백진경 멀티미디어학부 교수가 17표로 1위를 기록했다. 현 총장인 전민현 총장은 14표, 백중앙의료원 부의료원장을 지냈던 김동수 교수는 12표를 받았다.

그러나 총장 선출 최종 의결권을 가진 이사회는 2위 후보인 전민현 총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이번 이사회의 결정이 너무 노골적이라 부끄럽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이사회가 서울백병원 폐원을 반대하는 백진경 교수는 껄끄럽고, 그렇다고 폐원에 찬성한 김동수 교수를 선출하자니 내부 반발이 부담스러워 선택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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