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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치료 방법이 청소?… 법원 “인격권 침해” 
알코올 중독 치료 방법이 청소?… 법원 “인격권 침해”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9.04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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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치료기관, 환자 치료 위해 세탁 등 업무 부과 인권위 시정 권고 지적에 소송…법원 "치료 목적 아냐"
사진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2022.7.24/뉴스1
사진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2022.7.24/뉴스1

재활 명목으로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한 환자에게 청소와 세탁 등 업무를 시킨 병원 지침이 헌법에 어긋나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재차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함상훈 표현덕 박영욱)는 A병원 공동운영자가 국가인권위위원회(인권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 부과 행위 중단 권고 결정 취소 소송에서 "항소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 치료 전문기관인 A병원에 입원한 환자 B씨는 병원의 부당한 격리와 강박, 청소,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 제한으로 인권침해를 받았다며 2020년 5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병원 측은 스트레스 관리와 음주 욕구 극복, 대인관계 향상, 책임감 향상을 목적으로 환자들에 청소·세탁 업무를 시키고 있었다.

조사를 마친 인권위는 병원장에게 "병원 운영을 위해 환자에 청소, 배식, 세탁 부과를 중단하고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병원 행위가 정신건강복지법상 작업치료 범위와 기준을 벗어났고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병원 측은 "법령에 재활치료로 청소 등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고 관련 업무도 환자 동의를 거쳐 일정 비용을 지급한 뒤 실시했다"며 인권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올 초 1심은 "병원 지침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인권위 손을 들어줬고 2심도 이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 존엄의 가치와 행복추구권 등 인격권에서 비롯된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신질환 치료는 사회로부터 격리될 우려가 높아 인권침해에 대비해야 한다"며 "관련법은 시설 편의에 따라 노동착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치료받을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작업치료 효과를 별도로 평가하지 않았고, 청소 등 업무가 치료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며 "환자 스트레스 관리와 대인관계 향상 등은 막연하고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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