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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인데 가을 실종’ 필리핀보다 더 더운 서울, 88년만에 9월 열대야 
‘9월인데 가을 실종’ 필리핀보다 더 더운 서울, 88년만에 9월 열대야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9.06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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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물빛광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 © News1 
사진-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물빛광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 © News1 

"필리핀만큼 덥네요." "9월인데 가을이 오지 않아 속상합니다." 

가을을 알리는 입추(立秋)가 한 달가량 지났지만 한 여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는 88년만에 '9월 열대야'가 나타났다.  

시민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꺾이지 않는 더위에 당황해 하고 있다. 실제로 5일 오후 6시 기준 서울 기온은 32도인 반면 필리핀 마닐라 기온은 28도를 나타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5일 오전 9시까지 서울과 인천, 청주, 군산, 여수, 제주 등의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전날 필리핀에서 입국한 윤모씨(33·여)는 예상치 못한 9월 날씨에 놀라워했다. 그는 "혹시나 추울까봐 얇은 긴팔 셔츠를 준비했는데 습하고 더워 다시 반팔 셔츠를 입었다"면서 "필리핀만큼 더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서울 최저기온은 25.2도였다. 서울에서는 지난 1914년 9월 2일, 1935년 9월 7~8일에 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만난 룩셈부르크 관광객 알렌은 "유럽이나 룩셈부르크는 이 정도 더위가 아니다"면서 "한국에 온 지 5일 정도 됐는데 오늘이 제일 덥다. 지구온난화 (영향) 때문인 것 같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의도를 비롯한 서울 서남권에는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폭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도를 웃도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처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여름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9월도 사실상 여름으로 보고 대응하는 분위기다.

서울시청 지하에서 메밀국수 집을 운영하는 전순자 사장은 "예년에는 8월 중순이 되면 메밀국수 매출이 확 꺾였다"면서 "지난주랑 이번주 더워서 그런지 차가운 메밀국수 찾는 손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을이 사라져 아쉽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사계절 중에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데 거의 사라진 것 같다"며 "너무 속상하다"고 한숨을 내쉬며 여의도 공원 근처에 앉아 선크림을 발랐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유모씨(33·남)는 "가을이 얼른 와야 시원하게 한강에서 자전거도 타는데 아직 여름 날씨여서 너무 힘들다"며 "이러다 정말 봄·가을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아쉬워했다.

기상청은 오늘도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올라간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최저기온은 18~23도, 최고기온은 25~32도로 평년(최저기온 16~21도, 최고기온 25~29도)보다 높다. 

전주와 광주는 낮 기온이 32도까지 치솟고 서울과 청주, 대전, 목포, 창원도 31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와 춘천, 제주, 인천은 30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보됐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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