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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영국의 다빈치 ‘헤더윅 전’ 기획한 이지윤 숨 프로젝트 대표
21세기 영국의 다빈치 ‘헤더윅 전’ 기획한 이지윤 숨 프로젝트 대표
  • 신민섭 기자
  • 승인 2023.09.07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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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예술, 삶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다!
'헤더윅 스튜디오 : 감성을 빚다' 전을 기획한 숨 프로젝트 이지윤 대표.
'헤더윅 스튜디오 : 감성을 빚다' 전을 기획한 숨 프로젝트 이지윤 대표.

 

토마스 알렉산더 헤더윅(Thomas Alexander Heatherwick)은 영국의 디자이너이자 런던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회사인 헤더윅 스튜디오의 창업자이다. 헤디윅은 동시대 영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킹스 크로스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180여명에 달하는 건축가, 디자이너, 공예가 및 기술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
“나의 철학은 일상에서 미처 예상치 못 했던 탁월한 매력을 창조하는 일이다. 관심분야는 공공 디자인이며, 난 도시를 사랑한다. 도시란 얼마나 놀라운 장소인가, 도시 환경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도시의 모습과 기능을 바꾸는데 관심이 많다.”
헤더윅의 디자인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말이다. ‘21세기 영국의 다빈치’로 불리는 그가 문화역서울284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헤더윅 스튜디오 : 감성을 빚다’전을 가졌다. 6월 29일 시작한 전시는 많은 관람객을 동원하며 문화역서울284를 더욱 핫한 곳으로 만들었다. 
전시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이지윤 숨 프로젝트 대표 "디자이너이며 건축가 그리고 아티스트인 헤더윅은 도시 환경 속 인간의 감성을 담는 건축 디자인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의 모습과 기능에 대한 새롭고 창의적인 제안을 보여준다"며, “이번 전시는 한영수교 140주년 기념 전시로 선정돼 더욱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 햇살이 여전히 뜨거웠던 9월 초, 문화역서울284에서 이지윤 대표를 만났다.  

헤더윅과 오랜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15년 정도 인연이 있는 분이에요. 제가 현대 미술 큐레이터지만 건축에도 애정이 많아요. 2014년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오픈을 축하하며 ‘자하 하디드 360 ̊’을 기획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요. ‘자하 하디드 360 ̊’전 이후 꼭 10년만에 ‘헤더윅’전을 기획했네요. 

많은 전시를 기획하셨는데, 전시마다 ‘이것만은 꼭 보여줘야겠다’는 기본 철학이 있을 텐데요.

“가장 중요한 건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것 같아요. 20년 동안 150개 이상의 전시에 관여했거든요. 직접 기획한 게 50여개, 간접적으로 관여한 게 90개 가까이 되니까요. 전시에는 무척 많은 자원이 동원돼요. 예산도 크고요. 그래서 메시지가 더 중요한 거죠.”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떤 건가요?
“한국 드라마, K뮤직, K무비 모두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어요.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는 분야가 건축이었어요. 지난 몇 년,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생각한 게 부동산이었어요. 한국은 부동산 정책이 자주 바뀌는데, 그 탓에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어버렸어요. 유럽은 평생 렌트로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은 모든 사람이 집을 사기위해 모든 걸 걸잖아요. 집은 거주하는 공간이면서 삶을 담는 공간이기도 해요. 그런데 한국은 아파트에서의 삭막한 삶이 너무 당연시되고, 그 자체도 너무 비싸요. 그럼에도 멋진 건축물 하나 없는 게 현실이죠. 그래서 전시를 통해 한국 건축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토마스 헤더윅을 제안하고 싶었던 거죠.” 

토마스 헤더윅, 그리고 전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토마스 헤더윅은 자연주의적이면서 혁신적인 건축을 추구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예요. 이번 전시에 앞서 그가 일본 모리미술관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가 말하는 도시 재생, 공공 건축 등에 대한 생각이 제가 기획하는 것과 많은 부분 오버랩 됐어요. 전시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죠.”

헤더윅 스튜디오는 뉴욕, 싱가포르, 상하이, 홍콩 등지에서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일본에서도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도쿄 아자부다이 1가 대형 복합시설 프로젝트인 ‘아자부다이 힐즈’가 그것이다. 
‘아자부다이 힐즈’ 프로젝트는 이번 전시에서도 확인이 가능한데, 헤더윅은 ‘아자부다이 힐즈’ 프로젝트 중 C구 저층부 빌딩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올 3월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열린 ‘헤더윅 스튜디오 : 공감하는 건축’은 일본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성격이 짙었다.  

 

'헤더윅' 전을 통해 건축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이지윤 대표.
'헤더윅' 전을 통해 건축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이지윤 대표.

 

모리미술관 전시가 어떻게 이번 전시로 이어졌는지 궁금합니다. 
“모리미술관 전시가 끝나면 다시 런던으로 가야하는데, 그러자면 시간도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요. 모리미술관 전시 끝나고 서울, 그리고 다시 상하이 전시장으로 가면 서스테인어블한 전시가 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기획이 바뀌면 전시는 전혀 새롭게 탄생하니까요.” 

전시 공간도 중요했을 것 같은데요, 문화역서울284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한국에서는 40년이 지나면 재개발 붐이 일잖아요. 그런 건물 말고 100년 넘은 공간을 찾아 무척 헤맸어요. 그러다 찾은 게 서울역 구역사인 문화역서울284였어요. 이곳이 문화재청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건물인 걸 확인하고, 외부 협력 전시로 들어오게 된 겁니다.”

‘글로벌한 큐레이터로 문화예술 확산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는 분’이라고 이 대표님을 소개받았습니다. 해외생활을 오래 하셨다는 말과 함께요. 
“연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곤 런던에서 공부를 했으니까요. 런던에서만 25년을 살았어요. 현대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보다 앞선 대학교 1학년 때였고요. 소르본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왔는데, 학교 옆에 루브르 박물관이 있었어요. 소장품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인류 문명사가 그 안에 다 들어있었고요. 그런 박물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그때 생겼어요.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요.” 

대학 졸업 후 영국 유학을 택한 이유군요 
“박물관에서 일 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런 곳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어요. 유학을 하면서 미술경영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영국에 가서 골드스미스대, 코톨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에서 미술경영학과 미술사를 공부하셨더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때는 한국에 큐레이터라는 말도 생소하던 때였어요. 요즘은 한국에서도 갤러리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분들을 큐레이터라고 하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큐레이터는 아니고 딜러에 가깝죠. 큐레이터는 작가들을 연구하고, 박물관 소장품을 구입하는 일 등을 하는 사람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미술사는 기본적으로 공부해야 하고요.”

20대에 유학생활을 하셨습니다. 그것도 예술관련 공부를요. 유학 후 큐레이터 일을 하셨는데,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업(業)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열심히 기획하고 전시를 했어요. 큐레이터로 커리어를 쌓을 때는 한국 미술이 유럽에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어요. 여러 기금을 받고, 다양한 후원금에 어플라이하면서 유럽 미술관에 한국 작가들을 소개했어요. 그 덕에, 운 좋게도 대영박물관에서 한국관을 만들 때 일을 맡게 됐고요.” 

많은 작가들을 유럽에 소개하셨을 텐데요, 대표적인 작가는 누가 있을까요? 
“한두 명이 아니라서 일일이 말하기가 어려운데요.(웃음) 최정화, 김범, 김소라. 노상균, 전준호, 함경아, 권오상 등 현대미술을 이끄는 작가는 거의 소개한 것 같은데요.”

유학을 시작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유학 초기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한국 미술은 존재감이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죠.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유럽에 소개했을 때, 굉장히 신선해하며 새로운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작품 퀄리티가 너무 좋았거든요. 그런데 마켓에서 서포트하는 게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그 후 국내 갤러리들의 마켓 파워도 강해지고, 해외 아트페어 등에도 자주 나가면서 많은 부분 작가들을 서포트하게 되었어요. 그 덕에 ‘프리즈 아트페어’도 들어왔고요.”

 

이 대표는 '프리즈 서울' 개최를 통해 한국미술이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누구보다 바란다.
이 대표는 '프리즈 서울' 개최가 한국미술이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국 미술시장에 커다란 기회, ‘프리즈 서울’ 
프리즈 아트페어는 영국 런던의 레전트 공원에서 해마다 10월 중에 열리는 국제적 미술시장으로서 2003년에 창설됐다. 비교적 짧은 시기, '프리즈 주간(Frieze Week)'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만큼 런던을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떠오르게 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 미술계에서는 몇해 전부터 프리즈 아트페어의 한국 진출을 모색했고, 지난해 ‘프리즈 서울 2022’가 개최됐다. 세계 다섯 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였다. 세계 최고 미술시장 브랜드인 프리즈 아트페어가 서울에 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였다. 
아트 바젤이 2013년 홍콩에 입성하면서 상하이와 함께 아시아 글로벌 미술시장의 메카가 된 것과 같이, 2022년 프리즈 서울의 개최는 서울이 중국과 함께 글로벌 미술시장의 한 축으로 부상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 대표는 한 칼럼에서 ‘프리즈 서울 2022’의 개최 의의를 “한국 미술계와 미술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칼럼을 통해 ‘프리즈 서울 2022’에 거는 기대를 피력했다. 
‘그동안 참가하기 어려웠던 런던 프리즈 페어에 가지 않고도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과 글로벌 콜렉터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더욱 다양한 작가들을 알게 되고, 개개인의 취향을 넓혀 가며 국제적인 콜렉션을 넓혀 갈 수 있는 동시에, 한국 작가들의 시장을 넓힐 수 있는 바잉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행히 ‘프리즈 서울 2022’는 ‘관람객 7만명 이상, 예상 매출액 6천억원 이상’라는 결산표를 보이며, 기대에 부응했다. 5일간 치른 전시치고는 고무적인 결과였고, 한국 미술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전시로 평가받는다.  

‘프리즈 서울 2022’의 성공에 누구보다 기뻤을 것 같습니다.   
“프리즈는 작가, 혹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혹독하게 하는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프리즈 서울 2022’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반면,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며 한국 미술시장을 이끌었던 ‘키아프(Kiaf, 한국국제아트페어)’ 입장에선 서운한 면도 있는 듯합니다. 프리즈에 ‘안방을 내줬다’고 평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동안 키아프가 한국 작가들에게 판매 기회를 주고, 프리즈에 들어가지 않는 국제적인 갤러리들을 유치하는 등의 역할을 해온 건 사실이에요. 그런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트페어를 프리즈와 공동으로 주최한 것도 의미가 있고요. 그런 점에서 앞으로 키아프에 오는 국제적인 갤러리들과 어떻게 협업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경영 차원에서 그게 더 의미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제가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12년 동안, 창조산업과 예술경영을 가르쳐왔어요. 예술 안에 있는 문제는 경영 차원에서 풀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국내 갤러리들이 프리즈만 보지 말고, 키아프에 오는 국제 갤러리들에게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고 그들과 협업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거라고 봐요. 그게 국내 갤러리들을 위한 보다 나은 솔루션이 될 거예요.”

국제적인 갤러리에 소속된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역할도 의미가 있겠네요. 
“그럴 수 있죠. 협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프리즈에 참여하는 갤러리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대부분 억대 이상이에요. 아쉽게도 국내 작가들 중, 그 반열에 오른 작가는 그리 많지 않아요.”

좀 다른 질문입니다만, 해외에서 아트테크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요. 국내에서는 아트테크에 대한 관심이 꾸준한 편인데요.  
“해외에도 아트 펀드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공익적인 의미의 아트펀드들이 많아요. 내셔널갤러리를 도와주기 위한 펀드를 조성한다든가, 은행에서 5~10년 기금을 만들어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정도죠. 

미술품이 고가이다 보니, 일부에선 ‘쪼개선 투자’하는 ‘조각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있습니다. ‘증권형 토큰’이라고 통칭하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음에 드는 작품을 보면 자기가 소유하고 싶어지거든요. 집에 걸어 놓고 보고 싶어지는 거죠. ‘쪼개서 산다’는 건 그리 익숙한 개념은 아니에요. 작품에 접근하는 새로운 개념에 대해 흥미롭긴 하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럭스:시적 해상도’전과 ‘MCM X 잉카 일로리’전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
인터뷰를 마치고 이 대표는 또 다른 미팅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 인터뷰 직전에도 그는 DDP 뮤지엄 ‘럭스: 시적 해상도 (LUX: Poetic Resolution)’전 준비로 서울역과 동대문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럭스: 시적 해상도 (LUX: Poetic Resolution)’전은 2021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대규모 미디어 전시 ‘럭스: 현대미술의 새로운 물결 (LUX: New Wave of Contemporary Art)’의 두 번째 전시다. 
전시에는 동시대 현대 미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작가 카스텐 니콜라이(Carsten Nicolai),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드리프트(DRIFT) 등 12팀의 아티스트 그룹이 참가해 대규모 시청각 설치 작품 16점을 선보였다. 
MCM HAUS에서 10월 22일까지 선보이는 ‘MCM X 잉카 일로리(Yinka Ilori)’ 아트전도 그녀의 손을 거쳤다. 지난해에 이어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개최되는 ‘MCM X 잉카 일로리(Yinka Ilori)’전은 예술과 브랜드의 만남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신민섭 기자 사진 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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