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0:35 (토)
 실시간뉴스
‘가장 신뢰받는 애널리스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의 투자 조언
‘가장 신뢰받는 애널리스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의 투자 조언
  • 신민섭 기자
  • 승인 2023.09.11 0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돈의 역사’에서 배우는 핵심 자산관리법”
나만의 ‘달러 스위칭 투자법’ 공개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국내 주식보다는 부동산 투자를 권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국내 주식보다는 부동산 투자를 권한다.

 

홍춘욱 대표는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명지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다. 에프엔가이드가 ‘가장 신뢰받는 애널리스트’로 선정하기도 한 그는 현재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로 일하고 있다. 
‘투자에도 순서가 있다’,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의 저자이기도 한 그가 최근 ‘대한민국 돈의 역사’를 냈다. 신간을 통해 그는 한국 경제와 주식‧부동산 시장의 역사를 폭넓게 훑는다. 나아가 돈의 역사가 시사하는 바에 주목하며, 자산관리를 위한 두 가지 솔루션을 내놓는다.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삼성동 프리즘투자자문 사무실을 찾았다.   

경제사 서적들은 많지만, ‘돈의 역사’와 관련한 책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책을 기획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맥락을 잘 모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회사 주식을 샀는데, 그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 모르고 차트만 보고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아무리 차트가 좋아도 공시 위반이나 경영자가 바뀌었다면 사면 안 됩니다. 세력이나, 대주주의 장난으로 일시적으로 차트는 좋게 보일 수 있거든요. 이런 예처럼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그 전에 히스토리를 알아야 합니다. ‘돈의 역사’를 쓰면서 그 히스토리를 들려주고, 나아가 좋은 투자처도 알려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경제의 흐름을 바꾼 19대 사건, 주식 11대 사건, 부동산 7대 사건을 소개하게 된 겁니다. 흥미도 끌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려고요.”

결론부터 묻겠습니다. 투자자라면 어디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당연히 부동산입니다. 국내 주식은 재산권 보호가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주식 재산권이 있다면 안전하고 거래가 가능해야 하는데, 한국 주식은 선진국 같은 주식이 되기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한샘입니다.“

한샘은 1973년 설립된 국내 가구업계 1위 업체다. 오랜 기간 한샘을 이끌어 오던 조창걸 명예회장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에 2021년 10월 매각을 결정했다. 직계자손 중 경영권을 이을 후계자가 없어 매각 협상을 꾸준히 진행해왔다는 게 조 명예회장의 매각 입장이었다.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는 당시 조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 27.7%(652만주)를 1조4500억원에 인수했다. IMM의 주당 인수 가격은 22만2550원. 2021년 10월 전후 한샘의 주가가 10만~13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2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매각 당시에도 고평가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샘만 봐도 대주주 지분과 소액주주 지분의 가치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걸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 하죠. 한국 주식만의 특징입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만 2천개가 넘는데, 그중에는 나쁜 기업도 많습니다. 한샘은 그나마 좋은 기업인데도 그렇습니다.” 

재벌로 통칭하는 한국기업들의 지배력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한국 기업은 대주주 지배력이 굉장히 강합니다. 오래 전부터 정부가 그걸 인정해줬어요. 대기업 총수나 회장의 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주는 나라가 돼버린 거죠. 외국계 펀드나 국내 지배구조펀드가 기업에 경영권을 유치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입니다. 지배구조개선펀드로 알려진 KCGI가 한진칼을 인수하려할 때, 산업은행이 갑자기 뛰어들어 M&A를 저지했어요. 국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평균 3.6%입니다. 그걸로 대기업 전체를 지배합니다. 주식의 역사를 알면 이렇게 된 배경을 이해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한국 주식의 소유권은 희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벌’이란 단어가 영어에는 없는 표현이긴 합니다.  
“원래 재벌이란 말은 일본에서 유래했지만, 한국에 와서 특유의 경영권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의 영향이 컸고요. 이런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권리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굴지의 대기업 중에는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에 못 들어오게 문을 닫은 곳도 있습니다. 주식보다 부동산을 먼저 고려하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요?
“진보든, 보수든 대기업 정책은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사모펀드의 한진칼 M&A 시도 때 산업은행이 개입한 게 문재인 정부 때입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한 게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5년이고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로인해 엄청난 손실을 봤고요.  
“국민연금 자산배분팀장으로 그 역사적인 순간을 생생하게 지켜봤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한국 정부가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고. 국내 재벌들이 지금처럼 성장한 데는 정부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총수 입장에서 상속세 적게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주가를 박살내는 겁니다. 국내 상장기업들 중 PBR(주가순자산비율) 0.5 이하인 곳이 많은 이유가 대주주가 증여세, 상속세를 적게 내기 위해 주가를 누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들이 관행처럼 그런 일을 한다는 거군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그렇습니다. 기업 합병과 분할을 반복하면 주가는 널을 뛰는데, 그 사이 대주주의 경영권이 강화되거나, 장남의 증여세는 줄게 되는 거죠. 분식회계를 하는 기업이 있어도, 기업가들에 대한 보호가 너무 과해요. 그런 시장에 올인하는 게 과연 현명한 투자일까요?” 

한국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계신 듯합니다.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이 대부분 업계에 있다 보니, 덕담처럼 전망하는 분들이 많아서일 겁니다. 주식에 올인한 젊은 투자자들 중, 성공한 사람은 손에 꼽습니다. 저는 ‘주식 투자 쉽다’고 말하는 분들이 그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시장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면 어떤 종목을 선택하십니까?
“국내 기업은 수출실적을 보고 투자합니다. 손쉽게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게 좋고요. 그런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가 좋을 땐 실적도 뒷받침되고 주가도 좋은 편입니다. 단, ‘국내 우량주에 장기 투자한다’는 건 잘못된 판단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주식보다는 부동산 투자가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씀하시는 거군요.     
“부동산 시장에 접근할 때도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구가 감소하거나 노인 단독주택이 증가하는 곳은 피해야 합니다. 단독주택 거주민이 75세 이상, 그런 분들이 많이 계신 곳이 지방도시의 중심지입니다. 밤에 다니기가 무서울 정도로 사람이 없어요. 거주자인 노인들은 재개발이나 재건축에도 관심도 없고요. 그런 곳은 투자가 조심스럽죠.” 

반대로 눈여겨볼만한 부동산은 어떤 곳인가요.
“핫플레이스죠. 핫플레이스의 조건이 30대 미혼 여성이 많이 가는 곳입니다. 안목도 어느 정도 있고, 소비도 가능한 연령층이죠. 서울의 유명한 곳이 다 그런 곳이잖아요. 그런데 지방에 가면 그런 핫플레이스가 없습니다. 이런 걸 공부하고 투자를 해야 합니다.” 

프리즘투자자문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전 세계 연기금을 추종, 투자하기에 수수료가 국내 최저다.
프리즘투자자문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전 세계 연기금을 추종, 투자하기에 수수료가 국내 최저다.

 

프리즘투자자문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궁금합니다. 2023년 초에 프리즘투자자문을 설립하셨는데요. 
“전체 자산의 60%는 글로벌 채권이나 금 등에 투자합니다. 주식 투자 비중은 40% 정도인데, 한국 주식에는 10% 내외만 투자합니다.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지만, 소액만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전체 포트폴리오 운용 차원에서 편입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요. 한국 기업들은 주주를 경시하는 오랜 전통이 있어, 만만하게 투자할 대상은 아닙니다.”  

프리즘투자자문이 추종하는 지수나 선호하는 투자패턴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전 세계 연기금을 따라 투자합니다. 투자정보가 다 공개돼 있으니까요. 그 결과 손해 볼 땐 덜 보고, 이익 날 때는 제대로 수익을 얻습니다. 그러다보니 매매회전율도 1년 20% 수준이고, 수수료도 업계 최저입니다.”

운용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올 3월 설립했는데, 5개월만에 100억원 정도가 들어왔습니다. 1조원이 넘으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눈 감고 투자해도 되는 시장이 결코 아니거든요. 주식은 재산권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부동산도 쉬운 투자처는 아니고요.”

개인 자산은 어떻게 관리하십니까?
“자금의 60%는 ‘달러 스위칭 투자’를 합니다. ‘달러 스위칭’이라고 어려운 건 아닙니다. 평소에는 달러로 저축하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2022년처럼 환율이 20%, 30% 폭등할 때 달러 자산을 팝니다. 그걸로 국내에 가장 저평가된 투자처에 투자하는 거죠.”

가장 저평가된 투자처라면?
“주식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수출 종목, 부동산은 대단지 중 역사적 고점 대비 하락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면 됩니다. 대단지 아파트는 KB선도아파트50지수를 보면 됩니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아파트 단지 50개를 모은 건데, 지방 1~2곳 빼고는 다 서울에 있습니다.”

투자자 중에는 계좌를 공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웃음)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2019년 초에 키움증권을 나오면서 퇴직금을 받았습니다. 임원이었으니까 억대는 됐겠죠. 그걸로 달러를 샀습니다. 환율이 1100원대였습니다. 이듬해인 2020년 초 환율이 1300원까지 올라 달러를 팔아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우선주를 샀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이 깨질 때라 좋을 기회라 생각하고 매집했습니다. 평균 단가는 3만5000원 정도. 그해 연말에 삼성전자와 현대차 우선주를 2배 이상 남기고 팔았습니다. 서울에 작은 아파트가 하나 있어서 그나마 여유가 좀 있었어요.”

그걸로 다시 달러를 매입하셨나요?
“그해 연말, 1100원이 깨졌어요. 달러를 다시 샀습니다. 60만달러 가까이요. 2022년이 되면서 환율이 1400원으로 올랐어요. 그때부터 달러를 팔았습니다. 그러고 한국 주식을 보니까 주가가 별로 안 빠졌더군요. 그래서 지난해 말 소형아파트를 처분하고 강남에 아파트를 샀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건 이처럼 투자하면 모두 부자는 되기 어렵지만, 실수는 최소한 줄일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대한민국 돈의 역사’ 말미에 홍 대표는 ‘위험을 적당히 감수하며 투자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 해법은 ‘돈의 역사’에서 얻은 지식을 기반으로 사이클을 활용한 투자 기법을 갈고 닦아 실천하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자라면 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양도세율을 인하하고 분양가 규제를 완화할 때 주택 매입에 나서는 것이다. 주식 투자자라면 대중이 주식에 대한 관심을 잃고 일부 ‘테마주’만 시장에서 짧은 유행을 타는 시기에 주식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두 번째 해법은 자산 배분 투자다. 한국 주식과 미국 국채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1997년이나 2008년 같은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도 큰 손실을 억제하는 전략이다. 나아가 홍 대표는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은 가계라면, 미국 주식에 일정 부분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신민섭 기자 사진제공 상상스퀘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