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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대전 교사 2019년부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홀로 버텨
숨진 대전 교사 2019년부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홀로 버텨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9.11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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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발인이 거행된 9일 숨진 교사가 근무했던 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 추모객들이 추모하고 있다. 2023.9.9/뉴스1 
사진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발인이 거행된 9일 숨진 교사가 근무했던 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 추모객들이 추모하고 있다. 2023.9.9/뉴스1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결국 나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는 검찰 조사에서 아동학대가 무혐의로 결론이 나올 때까지 10개월을 혼자서 싸워야 했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아동학대 관련 법안들이 조금만 더 일찍 개정됐다면 또 한 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까.

11일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교조)에 따르면 2019년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던 A교사는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다.

해당 학부모의 자녀인 B학생은 팔로 다른 친구 목을 조르거나 수업 중 다른 학생을 발로 차고 얼굴을 때리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한다.

3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어진 폭력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A교사는 B학생을 교장실로 보냈다.

다음날 B학생의 학부모는 교무실로 찾아와 사과를 요구하며 A교사를 국민신문고와 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대전교육청에서 나온 장학사는 해당 사건을 조사한 뒤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듬해 2월 A교사가 학생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며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이후 사건은 경찰·검찰로 넘어갔고 2020년 10월20일이 돼서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이 났다. A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후 10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A교사는 교사노조의 교권침해 사례 모집 제보에서 "아동학대 조사 기관은 교육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책임지지 않았다"라고 적었다.

A교사의 사례처럼 무분별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는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은 현재 여러 형태로 국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모두 답보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교권 4법'(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가운데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한 여야 견해차는 크지 않다.

그러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아동학대사례판단위원회 설치 등 다른 쟁점 사안이 부각되면서 전체 법안 처리가 밀리고 있다.

국회 본회의가 21일 예정돼 있는 만큼 여야는 13일 다시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법안 통과를 재추진하기로 했으나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아동학대처벌법,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아동복지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두 법안은 아직 상임위에 상정도 되지 않은 상태다.

교사들은 신체·정서적 학대와 방임 등을 금지하고 있는 아동복지법 17조에서 아동에 대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면책한다는 취지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신고에 대해서는 조사·수사 전 해당 교원의 소속 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다만 '누구도 아동학대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등의 반론도 있어 논의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교사들은 또 다른 안타까움이 재현되지 않도록 법안 처리가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도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은 전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교권 회복을 위한 교원단체 간담회'에서 "교육의 특수성과 교육과정에서의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지방자치단체 아동학대전담 공무원과 아동 기구에서의 판단은 결국 많은 문제점과 비극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현 교육관련 법률들은 네모난 자동차의 바퀴와 다름없다"며 "바퀴가 동그래지기 위해서는 많은 숙의와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다. 9월 국회에서 반드시 교권 입법을 완성해달라"고 강조했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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