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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4006%’ 불법 사채업자 추심에 시달린 사회복무요원 
‘대출금리 4006%’ 불법 사채업자 추심에 시달린 사회복무요원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9.11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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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News1
사진 -© News1

“어느 날에는 제가 근무하는 곳에 찾아오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라고요. 일주일 안에 빌린 돈을 모두 갚으라는데, 사회복무요원이 그 큰돈을 어떻게 벌겠어요. 매일 근무지에 전화하는데, 동료를 볼 면목이 없어요."

사회복무요원 이 모 씨는 요즘 근무지로 걸려 오는 불법 사채업자의 추심 전화 때문에 출근하기가 겁난다. "조금씩 갚아나가겠으니 기다려 달라"고 해도 막무가내식으로 나온다.

무턱대고 대출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과거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생활비 명목으로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입대 후 소득이 줄면서 연체가 시작됐다. 빚 독촉이 심해지자, 어쩔 수 없이 불법사금융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불법사금융 업자의 추심은 일반 금융회사와 수준이 달랐다. 계속되는 추심 전화와 문자에 압박을 느낀 이 씨는 다른 불법사금융 업체에서 대출을 받는 '돌려막기'를 시도했다. 이렇게 그는 총 5곳의 불법사금융 업체로부터 대출을 받게 됐다.

이 씨가 5개 업체로부터 받은 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4006%.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한 '명백한 불법' 행위다. 이번 달 이자는 어떻게 갚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이씨와 같은 불법사금융의 유혹에 빠졌다가 난관에 봉착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불법사금융 업체는 연 수천%의 살인적인 금리를 매기면서, 시도 때도 없는 추심으로 대출자의 일상을 파괴해 놓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지난 5월부터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찰 역시 최근 금융감독원과 수사 공조를 위한 '핫라인'을 구축했다. 일각에선 불법사금융에 손을 대기 전에 정부의 지원 정책을 알아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 수배전단·음란물에 피해자 사진 합성 협박 사례도

11일 금융감독원이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관련 상담·신고 건수는 지난 2019년 5468건, 2020년 8043건, 2021년 9918건, 2022년 1만913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엔 6784건이 접수됐는데, 지금 같은 속도라면 올 연말엔 지난해 수준을 넘길 전망이다.

불법사금융 업체란 금융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고 '미등록 영업'을 하는 대부업체를 말한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지만 이들은 수백%부터 수천%의 금리를 매긴다. 폭행이나 협박, 심야 방문·전화 등 불법 추심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에는 사진을 합성해 협박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불법사금융 피해자 A씨는 업체로부터 "돈을 갚지 않으면 범죄 수배자 문서 양식에 당신 얼굴을 합성해 가족에게 뿌리겠다"는 위협을 받았다며 지난 7월 금융감독원에 상담을 요청했다.

특히 채무자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 등에 합성해 "지인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하는 '성 착취 추심 행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불법사금융이 활개 치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경기 악화가 꼽힌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가계에 돈이 돌지 않자, 생활고에 못 이겨 불법사금융의 손을 잡는 것이다.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상당수는 신용점수가 낮은 '취약계층'이다.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되자 제도권 대부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중단한 영향도 있다.

◇불법사금융 범정부 차원 대응…전문가 "서민금융진흥원 상담부터 받아야" 강조

전문가들은 이같은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불법업체들은 돈을 쉽게 빌려주지만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상환이 어려울 경우 빚으로 돌려막기를 할 게 아니라, 서민금융센터에서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아야 한다"며 "빚을 내서 돈을 갚아야 할 정도라면, 지원해 주는 기관에 적극 문의해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 지원 정책을 알아보려는 대출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불법사금융 피해자를 위해 '불법금융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 '채무자대리 및 소송변호사 무료 지원 신청' 기능을 통해선 불법 추심으로부터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만 19세 이상, 신용평점 하위 20%면서 연 소득이 3500만원 이하라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을 수 있다. 최대 한도는 100만원이나, 서민금융진흥원 상담 과정에서 다른 정책금융상품을 소개받을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5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경찰청‧지자체 특사경‧법무부‧금융당국으로 구성된 '불법사금융 실무협의체'로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불법대부광고 차단에 나서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에 더해 경찰은 지난 5일 금감원과 '불법사금융 수사지원 실무협의회'를 갖고 금감원과 경찰청 불법사금융 담당 조직간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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