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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함께 찾아온 ‘악취’… 사전 예방 역부족
가을과 함께 찾아온 ‘악취’… 사전 예방 역부족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9.18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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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서울 명동역 인근 인도에 상당수의 은행 열매가 떨어져 있다.© 뉴스1 정지윤
사진 - 서울 명동역 인근 인도에 상당수의 은행 열매가 떨어져 있다.© 뉴스1

"아유, 냄새 나고 걸어다니기 불편해."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은 꼬리꼬리한 은행 냄새가 진동했다. 최모씨(20대·여)는 누군가에게 밟혀서 찌그러진 은행 더미를 힘겹게 지나온 뒤 버스정류장에 앉아 물티슈로 강아지 발바닥을 닦았다.

최씨는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닌데 은행 안 밟으려고 노력하면서 오느라 힘들었다"며 "나야 인지하고 피하지만 강아지들이 뭘 알겠나. 이미 포기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녹사평역에서 미군기지를 거쳐 해방촌으로 가는 길 바닥에는 은행 열매가 빼곡하게 떨어져 있었다. 주말 아침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은 지뢰를 피하듯 은행 사이를 가까스로 빠져나갔다.

산책 중이던 윤모씨(50대)는 "가을을 상징하는 은행이지만 부정적인 생각부터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지금도 잘 피해왔다 생각했는데 신발에 묻어 있지 않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을 불청객 은행열매가 올해도 찾아왔다. 서울시가 지난 1일부터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편성·운행 하면서 사전 예방에 나섰지만 거리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예년보다 한달 빠른 사전 예방에도…"이게 이미 턴 거라고요?"

올해 서울지역 은행나무 열매 사전 채취 작업은 악취와 도로 얼룩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년보다 한달 빨리 시작됐다.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부터 은행 열매를 우선 채취하고 고소작업차 및 굴삭기 부착 진동수확기, 그물망 설치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기준 열매가 열리는 은행나무 암나무만 2만6417그루(전체 가로수의 8.9%)가 쏟아내는 열매를 모두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민들 중에는 서울시가 작업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날 오전 명동역에서 숭의여대로 올라가는 길을 걷던 B씨(60대·여)는 "지금 이 거리를 보고 열매를 사전에 털었다고 누가 생각하겠어요"라며 "만약 사전 예방을 하고 있는 거라면 빨리 좀 치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녹사평 역 인근을 걷던 안모씨(50)의 경우 "열매 맺기 전에 수거한다고 했던 것 알고 있다"면서도 "이곳은 아직 안 치웠나보다"라고 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은 지난주 용산구청에서 한번 작업을 했던 곳이었다. 은행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금세 열매가 거리를 가득 메우게 돼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도 5분 정도 기다리는 동안 은행이 바닥 나무데크에 부딪히면서 툭툭 소리내며 떨어졌다. 

◇서울시, 24시간 내 열매 처리 서비스도 운행…중금속 검사 후 열매도 기증

서울시가 가을의 불청객 은행 열매를 방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 계획된 열매 채취 작업 지역 이외에도 '은행 열매 수거 즉시처리 서비스'를 운영해 신속한 처리도 병행하고 있다.

은행 열매로 인한 불편이 있을 경우 서울시 응답소(120) 또는 자치구(공원녹지과·푸른도시과)에 전화 접수를 하면 24시간 내에 처리가 가능하다.

또한 소화와 혈액 순환 등에 좋은 은행 열매가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채취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강북농수산물검사소에서 중금속 검사를 마친 뒤 안전성이 확인된 열매에 한해 경로당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증할 계획이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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