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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전문의 5년새 10분의1 수준 ... “늘어난 정원 필수의료에 머물게 해야”
소아과 전문의 5년새 10분의1 수준 ... “늘어난 정원 필수의료에 머물게 해야”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3.09.19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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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약해지는 필수의료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의료행위의 값)를 올려 병원이 그 분야 의사들을 더 뽑도록 유도하고 지방 거점병원을 정하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의사와 환자 양쪽 모두로부터 외면받았다. 우선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인력이 부족해 일은 더 많고 위험부담도 큰 필수의료 분야 진료과는 이미 오래전 또는 특정 사건으로 기피과가 됐다. 이를 해결하려면 8년째 3058명인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자는 요구도 나오나, 이것만이 근본적인 필수의료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 역시 따라붙는다.

백화점 문 열기를 기다리는 '오픈런 현상'이 동네 소아청소년과(소아과)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아동병원은 소아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운영시간을 줄이는 실정이고, 소아과 전공의 충원율은 2018년 101%에서 2023년 16.3%까지 떨어졌다. 5년 만에 10분의 1이 됐다.

소아 응급·중증 진료를 도맡는 소아외과·소아암 사정은 더 심각하다. 소아외과는 선천성 기형의 신생아 수술부터 종양 제거나 사고로 중상을 당한 환아의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다. 그러나 소아외과 전문의는 전국 36개 병원에 46명밖에 없다.

2021년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2022년과 2023년 합격자 수가 각 3명 나오는 등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다. 소아암 분야도 마찬가지다. 소아암을 진료할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전국에 69명뿐이다.

이들 외에도 흉부외과·두경부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는 "어렵게 환자를 살려도 병원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저수가 구조에 워라밸(일과 삶이 균형)과 미래 비전을 포기해야 하는 근무 환경에 처해 젊은 의사들의 지원을 망설이게 만든다"고 호소한다.

그래서 정부는 중증·응급, 분만, 소아 진료 분야 의료진과 병원에 금전적 보상을 크게 늘리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국민 생명과 직결됐으나 과중한 업무와 소송 위험,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등으로 괴로웠을 의료진에게 적정한 보상을 제공하겠다며 '공공정책수가'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수가만으로 인력난에 허덕이는 분야를 금세 일으켜 세우기에는 한계도 제기된다. 정부는 2009년 전공의들이 지원을 꺼리는 흉부외과 등의 수가를 100% 인상했으나 소위 '빅5' 병원에만 전문의가 몰리고 지방의 필수의료 인력난을 유발했다는 전례가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수가 인상이 필요하긴 하지만, 수가가 병원에 지급되는 만큼 필수의료 분야 인력을 늘린다는 조건 아래 대형병원에 수가를 지급하거나 소아 환자를 24시간 365일 보는 병원 등에 수가 인상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계와 달리 이용자 입장에 선 시민단체들은 의대 정원 확대를 필수의료 해결책으로 강조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한의사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에 미치지 못하며 멕시코(2.4명) 다음으로 적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향후 의료 수요를 감안했을 때 의대 정원을 1000명 늘리고 졸업 후 공공의료·지역의료에 종사할 인력을 양성할 공공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은 국내 의사 수가 충분하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며 인력을 재배치하는 게 우선이라고 맞선다.

다만, 의대 정원을 늘려도 전문의가 되려면 적어도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대학 입시에서는 의대 선호 현상이 강한데 필수의료 현장에 의사가 모자라는 '기피 현상'의 원인도 고민해야 한다. 늘어난 의사들이 미용성형 등 비필수 의료에 몰릴 기현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증원된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종사하게 만들어야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복합적인 필수의료 기피 원인을 각각 해소할 만한 여러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비필수 의료나 비급여 진료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3년 1월 국민건강보험공단 '2021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 조사' 결과 동네 의원에서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55.5%로 전년 대비 4.1%p(포인트) 떨어졌지만, 환자의 비급여 부담률은 4.8%p 늘어 25%를 기록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필수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비급여 진료, 실손보험 본인부담금 무력화 등에 대응할 개념적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필수의료의 위기 또한 비급여 시장의 급격한 증가, 경증에 대한 과도한 건강보험 보장으로 대표되는 '풍선 효과'"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여러 진단검사와 효율성이 떨어지는 항목에 대한 급여 확대가 이어져 전체 의료 시장은 급격하게 커졌고, 의료 이용량이 증가하는 바람에 막대한 재원의 투입이 건강보험 보장률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택하고 필수의료 유인 효과를 이끌 묶음 형태의 정책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교육수련 환경 개선, 무과실 등에 대한 사법 리스크 해결 등을 포함하는 장단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퀸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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