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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외국인 가입자 체납시 즉시 보험급여 제한… 헌법에 어긋나 
건보료 외국인 가입자 체납시 즉시 보험급여 제한… 헌법에 어긋나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3.09.27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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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와 자리에 착석해 있다. 2023.9.26/뉴스1
사진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와 자리에 착석해 있다. 2023.9.26/뉴스1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건강보험료를 체납하면 다음 달부터 곧바로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제109조 제10항 등의 위헌 확인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한국에 체류하면서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된 우즈베키스탄인 A씨와 시리아인 B씨는 국민건강보험법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건강보험법 109조 10항은 지역가입자인 국내 체류 외국인이 보험료를 체납한 경우 체납일부터 체납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보험급여제한 조항이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달리 취급해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내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체납횟수가 6회 이상이면 체납한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가입자와 피부양자에 대해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보험료가 6회 이상 체납됐다고 곧바로 급여제한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별도의 처분을 해야만 급여제한 효력이 발생한다.

또 건보공단으로부터 체납 보험료의 분할납부 승인을 받고 승인된 보험료를 1회 이상 냈으면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이러한 예외규정이 모두 적용되지 않는다.

헌재는 "예외 없이 보험급여를 제한하면 경제적 사유로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이 없는 외국인 지역가입자에게 질병, 사고, 상해 발생 시 치명적 위험성이 생긴다"며 "가족 전체의 생계가 흔들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도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는 경우 직장가입자에 해당하는 자가 아니면 지역가입자에 당연가입하도록 하고 국내에 체류하는 한 건강보험제도에서 탈퇴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국가가 시행하는 공적 질병보험은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2개월분의 보험료를 체납한 경우 독촉을 시행한 이후에야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있다.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한 검진, 급성질병·통증질환의 치료와 임신‧출산에 필요한 보험급여는 제한하지 않는다.

헌재는 "외국처럼 보험재정의 건전화라는 공익을 추구하면서도 저소득 외국인 가입자에게 최소한의 필수 치료에 한해 보험급여를 제공하는 등 양자간 균형을 이루는 방식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을 바로 위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2025년 6월30일을 시한으로 법이 개정될 때까지만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헌재는 "체납횟수와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보험급여 제한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보험료 체납에 따른 보험급여 제한이 시행된다는 통지절차도 전혀 마련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입법자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납부할 월별 보험료 하한을 전년도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평균을 고려해 정하는 조항, 보험료 납부단위인 세대의 인정범위를 가입자와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로 한정한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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