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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월 수출 증가 기대감 '글쎄' ... '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 내수 타격 우려
10~11월 수출 증가 기대감 '글쎄' ... '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 내수 타격 우려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3.10.09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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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2.1(2020=100)로 전월 대비 2.2% 증가했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2.1(2020=100)로 전월 대비 2.2% 증가했다.

우리 경제에 반도체 수출을 포함한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고금리·고환율 등 달갑지 않은 먹구름도 자꾸만 몰려들고 있다. 최근 미국이 긴축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국내외 시장금리가 치솟고 원화 가치는 빠르게 하락했다.

미약하게나마 나타난 수출 회복세가 고금리·고환율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으로 인해 빛을 바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으로 수출 회복에 따라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고 반드시 장담할 수 없으며, 오히려 내수 둔화 폭에 따라서는 상저하고(상반기에는 낮고 하반기에는 높음)가 아닌 '상저하저' 형태의 경기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9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수출은 1년 전보다 4.4% 감소한 546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이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출 실적(99억달러)을 달성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도 '10월 수출 증가 전환'에 기대를 걸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간담회에서 "수출은 10월 플러스(+) 가능성이 크다"면서 "늦어도 11월에는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재부는 지난 8월 산업생산이 2년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는 통계청 발표와 관련해 "수출 반등 흐름과 함께 3분기 제조업·순수출 중심의 회복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경기가 수출 개선 흐름에 따라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처럼 연말 경기 반등을 내다보기엔 커다란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4일 국내 채권 금리는 장이 열리자마자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인사들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이 연휴 기간 중 미국 국채 금리를 크게 끌어올렸고 이것이 국내 채권 금리를 한꺼번에 치솟게 했다. 당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4.35%를 돌파하면서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하기도 했다.

여기에 강달러 현상이 심화되면서 원화 가치는 크게 고꾸라졌다. 4일 원·달러 환율은 연휴 직전(1349.3원)보다 14원 껑충 뛴 1363.5원에서 마감했다. 비록 지난 6일 환율은 연휴 이전 수준인 1349.9원에서 거래를 마쳤으나, 여전히 9월 평균인 1330원대 초반에 비하면 20원쯤 높았다.

물가에 대한 걱정도 떨칠 수 없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7% 오르면서 상승률이 전월(3.4%)보다 확대됐다. 또한 근 며칠간은 잠잠해졌지만 지난달 중순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봤던 고유가 현상은 향후 물가를 밀어올릴 상방 압력이다.

이 같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고(高) 우려는 이제 겨우 움튼 수출 개선세를 상쇄하면서 우리 경기 흐름을 발목 잡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따라 급격히 낮아졌다. 미국이 앞서 예고한 대로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한은은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섣불리 낮출 수 없다.

한은으로서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p) 격차로 역전된 한미 금리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불안 등 금융 안정의 판을 뒤집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금리 인하는 당분간 생각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한은 안팎에서 감지된다.

올 여름만 해도 국내 금융 시장에는 한은이 연말~내년 초 경기 부진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국내 가계부채 증가세와 함께 미국의 견조한 경기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기대가 찬물을 뿌렸다고 봐야 한다.

강달러에 따른 환율 상승도 문제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밀어올려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국내 물가 상승은 소비 감소와 기업 비용 증가 등의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게다가 환율 상승이 우리나라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분석은 마치 과거의 일처럼 치부되고 있다. 국제 사회에 한국과 비슷한 품목을 내다파는 중국·일본의 환율이 더 낮은 탓(위안화·엔화 약세)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중간재 수입 가격 상승이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수출 제품 가격 하락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연말 수출이 정부 전망처럼 증가 전환한다고 해도, 3고 현상에 따른 내수 위축 가능성은 경기 반등을 장담치 못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난해 말처럼 다시 높아졌다면서, 현재의 불안한 상황을 최대한 버티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혜안을 요구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지금처럼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가계의 이자 부담이 높아지고 소비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세금을 줄여주는 정책을 쓸 수 있다"며 "금융 부실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저금리 대출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고금리와 강달러 압력이 누그러질 시점으로는 내년 1분기가 지목됐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선 조짐을 보이는 중국 경기와 4분기 나타날 국내 수출 부진 완화, 무역수지 적자 축소는 그나마 긍정적 요인이나 강달러 환경이 전환되기 전까지 원화의 유의미한 반등은 지연될 공산이 크다"며 "강달러 환경이 완화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미국 경기의 점진적 하강으로, 빠르면 4분기 말 또는 내년 1분기에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 압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퀸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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