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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태가 쏘아올린 ‘교권회복’, 교권보호 이어지나
서이초 사태가 쏘아올린 ‘교권회복’, 교권보호 이어지나
  • 오수연
  • 승인 2023.10.12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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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이슈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9.15.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9.15.

 

지난 7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의 20대 교사가 극단 선택을 한 후 교권 회복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들의 갑질 의혹들이 불거졌고 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이후 5명의 교사들(서울 양천구·전북 군산시·경기 용인시·대전 유성구·충북 청주시)이 비슷한 이유로 세상과 등졌다.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봤던 교사들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섰고 교권회복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다.

 

교권추락의 상징 서이초 사태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20대 여교사가 지난 7월 18일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교사가 학교 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학생, 학부모들의 무례한 행동이나 심지어 폭행을 당해도 항변조차 못 했던 현장 교사들은 자신들의 권익 보호와 교권 회복을 위한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등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유명을 달리했던 대전의 한 초등학교 A교사의 경우 ‘무고성 아동학대’ 혐의로 4년이나 악성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원노조와 유족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교사 A는 2019년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

등으로 매우 힘들어 했다. 해당 학부모는 ‘수업 시간 중 지우개를 씹고 있는 아이를 같은 반 학생들 앞에서 야단쳐 정서적 아동학대를 가했고, 교실에서 지도하던 중 (학교장에 도움을 요청할 목적이라 하더라도) 아이를 혼자 남겨둔 것은 방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조사와 경찰 수사 결과, 1년 뒤인 2020년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해당 사건으로 인해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고, 그로 인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A씨의 배우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혐의 처분 이후 상당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호전됐다가 서이초 교사 사건, 교권 침해 관련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면서 ‘(학부모 악성민원에 시달렸던) 당시가 계속 떠오른다’며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교사들의 분노 폭발… 법개정 요구

‘서이초 사태’는 그동안 억눌려 왔던 교사들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한 지 49일째(49재) 되는 날 전국에서 추모 집회가 열렸다. 국회의사당 앞 추모 집회에서만 5만명(주최 측 추산)의 교사가 모였다. 이날 전국 13개 시·도교육청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인원까지 고려하면 12만 명 이상이 추모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교사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9.16 공교육 회복을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에서 국회를 향해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3.9.16
전국 교사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9.16 공교육 회복을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에서 국회를 향해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3.9.16

 

지난 16일에도 전국의 교사들이 다시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2만명(경찰 추산)의 교사들은 검은옷 차림으로 의사당대로 4개 차로를 가득 메웠다.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은 교권 회복을 위해서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등 ‘교권 4법’과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의 조속한 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더 이상 교사를 죽이지 말라. 이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하루빨리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며 “법이 바뀌지 않으면 학교가 바뀌지 않고 학교가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 교사들의 핵심 요구는 ‘아동복지법 개정(아동학대 면책조항)’, ‘악성민원 강경대응’, ‘교사의 생활지도권 보장’ 의 세 가지였다.

교사들의 제1의 구호… “아동 학대법 개정”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촉발된 교사들의 목소리 중 아동학대법(아동복지법 중 아동학대 조항 개정)은 언제나 제1의 구호였다. 아동학대법이 현재 수많은 교사들, 특히 초등교사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제1의 악법임은 분명해 보인다.

현행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누구든지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그 구체적 행위 중 하나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제17조 5호)가 명시됐다.

교원단체에서는 이 법 조항이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무고성 신고로 이어지는 빌미로 보고 있다. 법 조문에 별다른 설명이나 예외사항 없이 ‘누구든 정서적 학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것이 모호해 정상적인 학생 지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문제 인식이다.

실제 최근 사망한 대전초등학교 교사 A씨는 수년간 아동학대 신고와 민원으로 고통을 호소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한 아동권리단체가 교사 A씨의 행위에 대해 ‘정서학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교사들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했던 아동학대처벌법·아동복지법 개정 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교사들은 아동학대처벌법에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신고에 대해 조사·수사 전 교육감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에는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는 17조 5항에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행위를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현재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은 12일 당정협의에 따라 정점식 법사위 여당 간사와 이태규 교육위 여당 간사가,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강기윤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가 발의했다. 두 법안에 대한 논의는 각각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와 복지위에 상정되는 대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법안 처리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동복지 전문가 등 일부에서는 ‘누구도 아동학대의 예외가 될 수 없다’, ‘법의 취지가 반감되는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무능한 대응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교육부의 대응도 구설수에 올랐다. 교육부는 8월말~9월초 열흘 동안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에 3차례 전달된 공문에서 “집단행동하지 말라, 징계하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교육부 장·차관은 수차례 “수업을 중단하고 집단행동을 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그 대상에는 연·병가를 내는 교사와 그걸 결재해주는 교장, 용인해주는 교육감까지 포함시켰다.

교육부의 거듭되는 경고에 재량 휴업을 검토했던 학교는 논의를 멈췄고, 9월 4일 국회 앞 집회는 일단 취소됐으며, ‘징계’라는 무게감 앞에서 교사들도 술렁였다.

이런 와중에 서울 양천구와 전북 군산에서 교사가 또 숨지는 사건이 터졌다. 서이초 사태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시스템상 ‘을’의 처지에 놓여 ‘교육자’라는 본질이 사라져버린 현실에 분노한 전국의 교사들은 주말마다 폭염 집회를 불사했다.

교사들은 교육부의 경고를 협박과 탄압으로 받아들였고, 거센 반발 분위기는 49재를 이틀 앞두고 전국교사의 절반이 국회 앞에 집결하는 모습으로 표출됐다.

교사들의 분노뿐 아니라 국민 공감대가 확인된 자리. 이 자리를 기점으로 교육부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지난 3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호소’는 다음날 ‘눈물’로, 결국은 ‘징계 철회’로 끝났다. 교사들의 분노앞에 교육부가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뒤늦게 교사 달래기 나선 교육부

교육부는 현장 교사들의 의견 수렴은 물론 마음건강 지원 대책을 내놓는 등 교사들 달래기에 나섰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오후 교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5일 “매주 1회 현장 교사와 소통하겠다”고 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간담회다. 담임 및 보직교사수당을 현실화하는 방안과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재설계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 ‘교원 마음건강 회복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희망하는 모든 교원은 2학기 내 심리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에 따라 원하는 곳에서 전문가 심리 상담과 전문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아동학대 신고 경험이 있는 교원이나 유·특수교원, 초등 저학년 담임교원은 이달 말부터 우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내년 교원 전용 맞춤형 심리 검사 도구를 개발해 보급하고, 2년 단위로 교원에 대한 심리 검사를 정례화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교사의 우울증 진료 건수는 15만8066건으로 2018년(8만8127건)보다 1.8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놀란 정치권 교권보호 입법에 나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원 대상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응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9.12.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원 대상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응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9.12.

 

전국의 교사들의 분노가 표출되자 정치권과 정부가 움직였다. 국회·정부·시도교육청은 교권 보호 입법을 위해 지난 8월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4자 협의체는 지난 1일 2차 회의를 열고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

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교권 보호 4대 법안 개정에 합의했다.

교권추락에 대한 우려가 여론으로 확대되면서 여야가 발빠르게 움직였다. 교권보호 4대 법안은 15일 여야 합의로 교육위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1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법안에는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은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직위해제 처분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교육활동 침해를 받은 교사에 대한 비용 지원 업무를 학교안전공제회·민간 보험사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그러나 여야가 이견을 보였던 중대 교권침해 사항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아동학대사례판단위원회 설치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해당 내용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됐지만 추후 다시 발의될 가능성도 있다.

교원단체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학생부 기재 방침이 제외된 데 대해 “교사에 대한 학생의 상해·폭행·성비위 등 중대 교권침해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대타협을 위해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이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학교장 주도 민원 대응 시스템 절실

법령 개정만으로는 교권 회복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담임교사 혼자서 악성 민원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부모가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교사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소극적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장이 책임지고 민원을 접수해 해결하는 민원 대응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학부모 민원이 들어왔을 때 담임교사에게 ‘당신이 알아서 적당히 사과하고 넘어가라’고 말하는 학교장(또는 원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악성 민원이든 아니든, 해당 교사에게 무조건 참고 견디라고 강요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법안 발효 이후에도 지속적인 현장 점검을 통해 실질적인 교권회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MZ세대 교사 실용주의 노조에 몰려

서이초 사태를 계기로 교원단체의 세력 판도가 급격하게 변화 중이다. 우선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의 조합원이 올해 2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노조는 기존 교원단체와 달리 20대(27.8%)와 30대(38.2%) 조합원 비율이 총 3분의 2에 이른다. 기존의 교총, 전교조 등 다른 교원단체들이 40, 50대가 중심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교사노조의 성장은 학교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정치색이 강한 전교조는 소속 교사들이 “미국이 6·25전쟁을 유도했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총에 많이 소속된 교장, 교감들은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두 달 만에 교사노조원이 43%나 늘었다. 정치색이 강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이 최대 9만 명대에서 현재 4만여 명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교사노조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2030 젊은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과 실용주의, 교사 권익 신장을 지향하는 신생 노조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사노조는 2016년 전교조 운영에 비판적이었던 교사들이 전교조를 탈퇴한 뒤 설립한 서울교사노조가 전신이다. 2017년 12월 363명이 교사노조로 출범했고, 2021년엔 조합원이 4만5098명까지 늘어 전교조(4만3756명)를 추월했다. 현재는 전교조의 약 2.7배로 커진 셈이다.

이전까지 국내 최대 교원단체였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10만4714명도 넘어섰다. 다만 중복 가입자, 교총의 교수 조합원 등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교사노조 소속 교사들은 정치색은 덜하고, 교사 권익을 중요시해 이런 논란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젊은 교사들이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수당 등 처우 문제부터 학교폭력 대응 부담 완화 등 실용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지적한다.

글 오수연(자유기고가) |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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