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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몰아친 ‘강서 보선 후폭풍’...내년 4월 총선 향배는?
정치권에 몰아친 ‘강서 보선 후폭풍’...내년 4월 총선 향배는?
  • 오수연
  • 승인 2023.10.2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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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이슈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당4역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진행한 후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0.18

 

‘총선 풍향계’로 불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17.15%포인트 차로 참패했다. 강서구는 지난 지방선거·대통령선거에선 여야가 박빙 승부를 벌인 지역이라, 수도권 민심이 크게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참패를 당한 여권에선 ‘수도권 위기론’이 분출되면서 쇄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의 실정을 국민이 심판했다는 평가와 함께 내년 총선까지 강도 높은 ‘정권심판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퀸 11월호)

“정권 심판론 통했다”

지난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교훈 후보는 6.52%(13만7065표)를 얻어 39.37%(9만5492표)를 얻은 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후보를 큰 표 차로 따돌렸다. 최종투표율은 48.7%로 역대 보선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역대급 참패는 총선 6개월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강서구 지역은 2022년 6·1지방선거에선 김태우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2.61%포인트 앞섰고, 2022년 3월 대선(강서)에선 윤석열 후보(46.97%)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49.17%)와 불과 2.2%포인트 차의 박빙의 승부를 벌였던 지역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원이 나선 총력 유세에도 불구하고 참패를 당한 것은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내부 진단이다. 대통령실도 보궐선거로 확인된 민심에 당혹해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 한다는 원칙을 깬 것이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끼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고 정권 심판론이 먹힌 것이 참패 원인으로 꼽힌다.

김 후보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집행유예가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지만 광복절 대통령 사면복권 대상에 오르자 뒤늦게 공천을 결정했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를 출마하게 한 지도부 결정이 민심의 외면을 받은 것이 가장 큰 패인으로 꼽힌다.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을 선거운동에 투입한데다 강서구에 충청권 유권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충청 출신 5선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정진석 의원을 명예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할 정도로 총력전에 나섰지만 중도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김기현 2기체제’ 출범… ‘영남당’ 한계 지적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통합형·수도권 키워드로 지도부를 재편해 ‘김기현 2기 체제’의 닻을 올렸다. 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임명직 당직자 8명이 총사퇴를 결정 한 뒤 이틀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연달아 열어 김예지 지명직 최고위원,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함경우 조직부총장, 박정하 수석대변인, 윤희석 선임대변인,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 등 7명의 임명직 당직자 인선을 확정한 것이다. 지난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김대표는 7개월 만에 ‘2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인선의 특징은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비교적 옅은 인사들이 대거 기용됐다는 점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통합을 이루겠다는 김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여당의 정책 구상을 최전선에서 조율하는 정책위의장에 임명된 3선의 유의동 의원은 과거 한때 ‘유승민계’로 분류되기도 했던 인사다.

공천 실무를 총괄하고 당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직을 맡은 재선 이만희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수행단장을 지냈으나 계파색은 옅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된 재선 김성원 의원, 지명직 최고위원을 맡은 초선 김예지 의원, 수석대변인을 다시 맡게 된 초선 박정하 의원 역시 계파 분류가 어려운 인사다.수도권 인사들도 전진 배치 됐다. 임명직 당직은 경기 평택 유의동, 경기 동두천·연천 김성원,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 함경우, 전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 윤희석 등 8명 중 절반이 수도권 인사로 채워졌다.

다만 상징성이 큰 사무총장직에 경북 영천·영도를 지역구로 둔 ‘TK’ 이만희 의원이 임명된 것을 두고는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인사가 사무총장을 맡았다면 ‘쇄신 의지’가 더 두드러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다.

김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6대 실천 과제 중 하나로 당정관계 변화를 언급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대통령실도 이념이 아닌 민생과 정책에 방점을 찍는 국정 기조 변화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김기현 2기 체제’에 대해 수도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이 정도 인적 쇄신을 보고 공감을 할지 의문이다. 사무총장 자리부터 ‘영남당’을 벗어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비주류인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 작심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민심의 분노를 접하고 나서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당은 더는 대통령에게 종속된 조직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도 두렵느냐”고 비판했다.

당정 소통 나선 여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처음으로 여권 지도부가 만나 당정·당내 소통과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이 열린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장관 등 국무위원, 국민의힘 당 4역(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을 비롯한 국회 상임위원장 및 간사, 김대기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90여 명이 포도주스 잔을 든 채 ‘국민통합’을 외치며 건배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이라는 것은 어떤 가치를 기제로 해서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고 우리의 가치 기제는 우리의 헌법 규범”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만찬은 이만희 사무총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새롭게 여당 지도부의 일원이 된 뒤 대통령과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이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대통령은 유 정책위의장에게 ”축하한다“며 덕담을 건네고 악수했다. 이후 여러 테이블을 돌면서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메뉴는 통합을 상징하기 위한 의미의 퓨전 한식이었고 술 없이 포도주스로 건배를 했다.

고삐 죄는 ‘정권심판론’

내년 4월 총선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예상보다 큰 차이로 누르고 압승을 거뒀다. 선거 전에 민주당이 기대해 온 15%포인트 격차를 웃도는 17.15% 포인트 차의 압승이었다.

진 당선인은 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강서갑과 강서병뿐만 아니라 보수 색채가 비교적 강한 것으로 꼽혔던 강서을에서도 김 후보를 앞서며 예상보다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17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메시지를 내고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강서구민과 국민들께서 보낸 따끔한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수도권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꼽혀 온 만큼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내년 총선까지 ‘정권심판론’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확실히 부각한 뒤 11월 중순부터 본격적 총선 모드에 돌입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선거압승을 지렛대로 이재명 체제를 공고화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공석 상태인 지명직 최고위원을 새로 임명하는 등 지도부 내 친명(친이재명) 색채를 더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 대표 간판으로는 중도층 확장에한계가 있다”는 비명(비이재명)계 반발도 여전해 총선 준비 과정에서 내홍이 장기화될 것이란 내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친명 vs 비명 갈등 증폭 가능성도

민주당은 당초 15%포인트 차 이상으로 압승할 경우 정권 심판론 바람에 힘이 실리면서 이재명 지도부 체제로 내년 총선까지 준비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보궐선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사실상 ‘올스톱’ 상태인 당 상황부터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책임을 지고 사퇴한 송갑석 전 최고위원 후임 인선과 조정식 사무총장 이하 정무직 당직자들의 사표 수리 여부 등이 ‘당 재정비’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사무총장 등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직후 사의를 표명했으나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한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는 대로 총선기획단 등 총선조직 구성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사무총장이 총선기획단장을 맡기 때문에 총선기획단을 꾸리려면 조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자들 거취 문제부터 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까지 친명(친이재명) 지도부가 ‘이재명 체제 강화’의 고삐를 죄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비명(비이재명)계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당창당·제3지대론… 12월쯤 윤곽

 

(오른쪽) 유승민 전 의원이 11일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주최 ‘제110회 릴레이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11 (왼쪽)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8일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주최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10.18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김기현 대표 2기 체제가 출범했지만 ‘책임 없는 수습’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당내 비주류를 이끌고 있는 유승민 전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 등은 ‘민심을 외면한 김기현 2기 체제로는 총선 참패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면서 12월 창당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유 전의원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보선은 대통령의 책임이고 대통령이 반성해야 할 선거인데 대통령은 안 변할 것 같다. 그러면 여당이라도 변하고 홀로 설 결심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12월을 탈당 내지 신당 창당을 결심할 시한으로 언급하면서 “중도층, 수도권, 청년층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국민의힘이 극우화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12월까지는 변화와 쇄신을 위해 제 역할을 하고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2017년 1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면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보수를 내걸고 바른정당을 창당한 바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 ‘12월 결심설’을 내보인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도 비명횡사 당하기 전 “뭔가 결행하겠다”며 여권이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올 연말쯤 움직일 뜻을 분명히 했다.

22대 국회 입성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는 이 전 대표는 출마 지역을 오랫동안 공들인 서울 노원병뿐 아니라 대구, 제주 등 모든 곳을 열어 놓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바른정당 창당 때처럼 국민의힘 내 반(反)윤석열, 중도 보수 성향 인사들을 중심으로 독자 신당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6년 전 바른정당 창당만큼 세력을 모을지는 미지수다.

유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제휴 가능성도 언급되지만, 두 사람은 보수에 대한 철학과 세부 정책에서 견해 차도 크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전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 등 국민의힘 비주류 세력들이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새로운 선택’ 등 이미 창당 작업 중인 제3지대 정당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 전 의원은 최근 “결국 하나로 뭉친 세력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가 내년 선거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최소한 12월쯤 가시적인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무당층 유권자 비율은 30%대를 넘나들고 있는 상황이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신당 또는 제3지대 출현의 가능성은 잠복해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글 오수연(자유기고가) |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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