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9:00 (토)
 실시간뉴스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2 [십오소년표류기]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2 [십오소년표류기] 
  • 김도형
  • 승인 2023.11.24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사진작가 첫번째 에세이집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온라인 연재
경남 고성군 거류면 가려리, 1983 [사진 김도형]
경남 고성군 거류면 가려리, 1983 [사진 김도형]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어느 날 이웃인 은주 누나 집에서 놀다가 아랫방에 양장본으로 된 세계문학전집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나에게 앞으로 저 책들을 빌려 보고 싶다고 했더니 자유롭게 가져다 읽으라고 했다. 

그 날 빌려서 읽은 '십오소년표류기' 가 사진으로 향하는 내 인생의 항로를 열게 한 발단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쥘베른이 지은 그 소설은 열다섯 명의 소년들이 탄 배의 닻줄이 풀려 바다를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정착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브리앙, 드니팬, 고든 등 소설속 인물들의 이름이 아직도 기억난다. 

소년들이 무인도에 막 당도한 대목에서 주인공 브리앙이 높은 산에 올라 길게 뺀 망원경으로 섬을 관찰하는 삽화가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나도 그런 망원경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어린이 잡지 광고에서 본 망원경을 주문했다. 

육천팔백원짜리 '크레이터' 라는 이름의 망원경이었다. 

망원경 광고의 설명을 보니 크레이터는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으로 인해 달에 파인 구덩이를 뜻한다고 했는데 나는 다만 그것이 브리앙이 뽑아들고 보던 망원경과 모양이 같아서 사기로 한 것이었다. 

1970년대 말경 유천팔백원 이면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조개를 팔아서 모아둔 돈으로 구입하기에 충분했다.

우체국에 가서 대금을 우편환으로 바꾸고 주문서를 보냈다. 

주문서를 서울로 보내고 부터 집배원 아저씨를 기다렸다. 

망원경을 받기까지 주문 후 1주일은 더 걸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3일째 되는 날부터 나는 안달을 했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