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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4 [졸업]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4 [졸업] 
  • 김도형
  • 승인 2023.11.28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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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사진작가 첫번째 에세이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온라인 연재
[사진 김도형]
[사진 김도형]

 

70년대의 끝자락에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식은 교실 사이의 칸막이를 터 임시로 만든 강당에서 열렸다. 

어머니는 전교 어린이 회장이었던 아들의 졸업식에 선생님들께 드릴 막걸리 한 말을 이고 오셨다. 

나는 초등 6년간 우등상을 받았고 6학년 때에는 전교 어린이 회장을 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시절의 학교 성적은 바닥에서 맴돌았다. 

식을 마치고 각자 교실로 돌아간 우리는 졸업장을 받고 집으로 갔다.

나는 교문을 나설 때 정들었던 교실을 한 번 돌아보았는데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창 너머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교실로 돌아가서 '그동안 잘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를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그당시의 내게 그런 주변머리는 없었다. 

형님과 누님 같았던 정다운 선생님들/ 순수했던 친구들/ 초 칠로 광을 냈던 삐걱거리는 교실 마루/ 학교 뒷산에서 캐와 화단에 옮겨 심은 진달래/ 도르레 줄에 매달린 두레박으로 길어 마시던 우물물/ 짓궂은 아이들이 철봉으로 상처를 내놓은 플라타너스 나무/ 도시락을 데워먹던 화목난로/ 노래 '학교 종이 땡땡땡'의 바로 그 쇠 종소리/ 낡은 등사기로 밀어 글씨가 보일락말락 했던 쪽지 시험지/ '능력있는 인간' 이라는 글씨가 쓰여진 교문의 아치/ 여선생님의 옷에서 나던 희미한 향수내음/ 교실 창을 검은 천으로 가리고 일 년에 한 번씩 봤던 반공영화/ 풍금반주에 부르는 아이들의 노랫소리 

뭐 하나 그립지 않은 것이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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