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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5 [급장]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5 [급장] 
  • 김도형
  • 승인 2023.12.01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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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사진작가 첫번째 에세이집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온라인 연재
사진 김도형, 경남 고성 1983
사진 김도형 [경남 고성, 1983]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읍내 중학교에 입학했다. 

군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의 숫자는 엄청났다. 

나는 1학년때 4반에 배정되었는데 우리 반의 정원은 무려 68명이나 되었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교실은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

포근한 어머니의 품 같았던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학교는 엄한 아버지의 등 같았다. 

교실바닥도 나무가 아닌 시멘트여서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날씨가 더 춥게 느껴졌다. 

급장 선거가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초등학교 때 급장, 부급장을 해 본 학생들은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나도 나갔다.

나온 아이들은 열 명가량 되었다. 순서대로 한 사람씩 정견도 발표했다. 

나는 급장이 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그냥 '광일초등학교 출신 김도형' 이라고만 밝히고 그 외에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개표가 시작되었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게 많은 표가 쏟아졌다. 얼떨결에 급장이 된 것이다. 

어머니는 거류산의 정기를 받아 중학교에 가서도 급장이 된 것이라고 했으나 나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 때 급장이 되는 바람에 내 인생의 진로가 다른 방향으로 틀어졌다고 나는 아직도 믿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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