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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인요한 혁신위’-여권, 위기의 4월 총선
요동치는 ’인요한 혁신위’-여권, 위기의 4월 총선
  • 오수연
  • 승인 2023.12.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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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5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10.31.

 

4·10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권당 국민의힘이 지난 10월 26일 인요한 연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인요한 혁신위는 지난 10월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당 위기 수습과 내부 쇄신을 위한 조직으로 오는 12월 말까지 60일간 활동하게 된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집권당의 전면적 쇄신을 요구하며 주목을 받고 있지만 당 안팎 곳곳에서 반발과 저항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와이프와 아이만 빼고 다 바꾸라”

인요한 위원장은 유진 벨 미국 선교사의 외증손자로 그는 가문의 교육 및 의료 활동 공헌을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 1호’ 대상자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에서 국민대통합 부위원장을 지낸 이력도 있다. 이런 인 위원장은 혁신위 출범 당시 “와이프와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집권당의 강력한 변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혁신위에는 인 위원장을 제외한 혁신위원 12명 중 여성이 7명이고 대학생 등 젊은 세대가 다수 포진했다. 다양성과 사회 통합을 중시했다고 하나 정치적 상징성과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인상이 강하다. ‘당 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불출마·험지 출마론’ 등 혁신위의 ‘기득권 내려놓기’ 요구에 대해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당 일각에서 벌써 ‘조기 해체론’이 불거지는 등 혁신위 활동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자칫 쇄신의 방향타를 잃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기의 인요한 혁신위…당내 반발 거세져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8차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17.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8차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17.

 

혁신위를 지원할 확실한 당내 구심점이 없다는 태생적 한계도 있다. 애초 인요한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수세에 몰리자 ‘한숨 돌리기’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지만 김 대표는 최근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또 그것이 번복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혁신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혁신안에 대한 당내 우군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당 중진들을 향한 ‘험지 출마론’ 자체가 ‘영남권’으로 타깃을 설정하면서 당내 반발이 거셌다. 인 위원장의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는 발언을 놓고 “TK를 잡아놓은 고기 취급하는 것(김용판 의원)”이라는 공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아무리 총선에서 수도권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해도 국민의힘의 ‘텃밭’은 아직 영남”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인 위원장이 지도부·중진·친윤 의원들의 결단을 요구한 타이밍과 방식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정기국회가 끝나지 않았고 총선이 5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거취 결정을 하기에는 시점이 다소 이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외부 압박에 떠밀려 용퇴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부산 5선의 서병수 의원은 “방향은 맞지만 정교하게 시간을 맞춰서 자발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며 인 위원장의 방법론을 지적했다.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등 떠밀려’ 결단하는 모양새가 되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다.
 

험지 출마론 요구…친윤 중신들의 반발

지난달 26일 닻을 올린 인요한 혁신위는 ‘이준석·홍준표 등 징계 취소’, 국회의원 특권 포기, 비례대표 청년 50% 할당 의무화 등 1~3호 혁신안을 연이어 내놓으며 총선을 앞둔 당 분위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중 당 지도부가 공식 수용한 건 ‘징계 취소’ 1호 혁신안뿐으로, 당이 혁신위의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 위원장이 공식 요구하면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중진·지도부·친윤(친윤석열)계에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론’에 대해 당사자들이 반발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최근 ‘당내 지도부·중진·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제안에 대해 여론은 대체로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의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여당 혁신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전체의 53%가 ‘적절한 요구’라고 답했다. 27%는 ‘적절하지 못한 요구’라고 했고, 나머지 20%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의 차이는 26%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대체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당 내부의 체감 온도가 다르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인 위원장의 요구를 전면 일축했다. 부산 사상구가 지역구인 3선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15주년 창립 기념식 인사말에서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여원산악회는 장 의원의 지역 기반이 된 외곽조직이다.

장 의원뿐만 아니라 대구 5선인 주호영 의원도 지난 8일 대구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의정 보고회에서 “대구에서 정치를 처음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며 “서울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0년째 미국 상원의원을 했는데 지역구를 옮겼냐”며 “그 지역에서 지지받고 잘하는 사람이 뭐 하러 (지역구를) 옮기냐”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기현-인요한 긴급회동, 갈등 봉합시도

중진들의 반발에 대해 인 위원장은 연일 “매를 들 수도 있다”는 등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끝내 당사자들이 호응하지 않으면 혁신위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당 중진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맡은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윤심(尹心·윤 대통령 마음)’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되레 당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형국이다.

김기현 대표는 인 위원장을 향해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혁신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고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 핵심을 향해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하자 혁신위에 경고성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전권 위임’의 당초 약속을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하태경 의원은 “김기현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는 운명공동체다. 인요한 혁신위가 무너지면 김기현 체제도 같이 무너진다”며 김 대표의 ‘말 바꾸기’를 꼬집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15일 페이스북에 “혁신위에 전권을 주고 영입 했는데 당대표가 혁신위를 비판 한다. 그건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당지도부와 혁신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긴급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달 23일 인 위원장 취임 인사를 겸해 만난 이후 처음이다. 약 4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회동은 ‘지도부·친윤(친윤석열) 용퇴론’ 등을 놓고 야기된 갈등 기조를 봉합하기 위한 자리였다.
 

흔들리는 혁신위…꿈틀대는 ‘이준석 신당’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9일 오전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 도착해 2맞이방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2023.11.9.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9일 오전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 도착해 2맞이방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2023.11.9.

 

‘인요한 혁신위’가 요동을 치면서 당 쇄신 작업이 암초에 부딪치자 집권당 내부의 비주류 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표적이다. 연일 신당론을 띄우며 여론몰이에 나선 그는 최근 대구지역과의 접촉면을 늘리면서 집중 공략 중이다.

이런 와중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일 “1996년, 대구는 이미 다른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당시 치러진 총선에서 대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여당 신한국당 대신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손을 들어준 전례를 상기시켰다. 대구 13석 중 8석을 자민련에 몰아준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대구에서 윤석열 정부를 많이 사랑해주시는 60~70대 분들이 30대, 40대 때 했던 선택이다. 다시 한 번 변화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1996년 대구에선 소위 ‘TK(대구·경북) 정서’라고 불린 반여권 정서가 팽배했다. 그렇다고 새정치국민회의(더불어민주당 전신)를 지지한 것은 아니다. 이 틈을 ‘반YS’를 내세운 김종필 전 총재와 박철언 전 장관이 잘 파고들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16년 호남에서 안철수 의원이 성공한 것처럼 이번에 ‘이준석 신당’이 대구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 전 위원장은 13일 K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당을 발족한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는데 이 대표가 경북이 자기 고향이고 하니까 선호하는 것 같다”며 “2016년 안철수 의원이 호남을 기반으로 해서 성공을 한 것처럼 이 대표도 경북이나 대구를 바탕으로 했을 때 성공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한다. 안 의원도 호남에 기반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권 텃밭 대구표심 쟁탈전

반면 당내에선 자민련이 승리했던 그때와 지금의 대구가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한다. 자민련의 성공을 재현하기 어렵다는 대표적인 인사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지난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시 대구 자민련 바람은 김영삼(YS) 정권 출범 당시 대구에 설립 예정이던 삼성 상용차를 부산으로 가져간 데 대한 반감과 중심 인물로 거물인 박철언 장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현실을 무시하는 바람만으로 현 구도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TK는 1996년과 달리 ‘반윤’, ‘반여권’ 정서는 뚜렷하지 않지만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TK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지난해 5월2주(10~12일) 조사에서 68%를 기록한 이래 11월2주(7~9일) 조사에선 55%로 13%포인트 하락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역경제 사정도 여의치 않다. 지난달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제조업 생산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가 TK를 자주 찾는 것 역시 흔들리는 민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 챙기기’ 행보가 부쩍 늘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현직 대통령 최초로 참석했고, 지난 7일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 12일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행사에 참석해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호명했다. 김 대표도 14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전 대표가 신당의 베이스 캠프로 대구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이 보수 정당의 본류이자 12개 지역구가 하나의 선거구처럼 움직이는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TK 지지 강도가 세지 않다는 점도 대구행의 이유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우하며 TK 지지 호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동서남북 거리가 짧고 인구 유동이 활발한 대구의 지역적 특성도 이 전 대표가 노리는 대목이다. 대구는 12개 지역구가 하나의 선거구처럼 움직여 이른바 ‘바람’이 잘 부는 곳이다. 조직력 없이 공중전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이 전 대표가 선거전을 펼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그는 지난 11일 자신의 계파인 ‘천아용인’ 회동에서도 동성로, 서문시장, 김광석거리 등을 중심으로 한 집중 유세 전략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 때마다 반복된 대구 공천 파동도 이 전 대표가 대구를 노리는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현재 대구는 용퇴 압박을 받는 중진과 경쟁력이 약한 초선 의원들로 양분돼 있다. 무리한 컷오프(경선 배제)나 친윤(친윤석열) 낙하산 공천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의 틈’을 노릴 수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해 있다.(공동취재) 2023.10.29.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해 있다.(공동취재) 2023.10.29.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지지율은 대략 15% 안팎으로 조사됐다. 표심이 분산될 경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1%포인트 오차범위 내 접전을 기록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15일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김 전 비상대책위원장·유 전 의원·이 전 대표 발(發) 신당이 나올 경우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질의에 민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2.0%, 국민의힘은 31.0%를 기록했다. 신당 지지율은 16.0%였다. 신당 지지율은 무당층에서 24.0%가 나왔고 연령별로는 18~29세가 22.3%로 신당을 가장 많이 지지했다.

글 오수연(자유기고가)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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