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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6 [이민수]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6 [이민수] 
  • 김도형
  • 승인 2023.12.06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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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사진작가 첫번째 에세이집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온라인 연재
사진 김도형
사진 김도형

 

급장이 되는 순간부터 우려했던 일들이 일어났다. 

유난히 우리 반 아이들은 많이 떠들었다. 

자습시간이 소란스럽다는 이유로 교무실에 불려가서 야단맞기 일쑤였다. 

종례를 하고 청소를 맡은 분단의 학생들이 모두 집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나 혼자 청소를 해야 했던 적도 많았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태권도를 배웠다는 바로 옆 3반의 급장은 통솔을 잘해서 선생님들은 늘 나와 그 친구를 비교했다. 

우리 반 학생 중에 이민수(가명)가 있었다. 

민수네 집은 읍내에서 큰 가게를 운영한다고 했다. 

어느 날 교무실에 일이 있어서 갔을 때 선생님 한 분이 그날 밤 이민수 아버님이 저녁을 초대했다고 하면서 가급적 전원 참석하라는 공지를 선생님들께 하는 것을 보았다. 

다음날 수업에서 선생님들은 민수를 찾더니 "네가 민수냐?" 라고 한마디씩 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같은 동네 친구가 민수네 집에 놀러가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나를 본 민수의 첫마디는 "니는 머하로 왔노?" 였다. 

머쓱해진 나는 집으로 먼저 갔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민수가 나를 홀대한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이유는 바로 급장선거에 있었다. 

읍내의 초등학교에서 잘 나갔던 민수는 지난 선거에서 급장이 너무 되고 싶었지만 난데없는 촌놈이 당선되니 내가 미웠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내가 대학에 다닐 때 방학이 되어 고향 가게집에 있을때였다.

어느 날 한 영감님이 잡화를 차에 싣고 배달을 왔다. 

물건을 내리고 영감님이 떠나자 어머니는 "저 영감은 복도 없어. 읍에서 OO장사를 크게 했는데 망해서 저렇게 배달을 다니고, 애지중지 키운 입양 아들도 얼마전에 사고로 죽었어" 라고 했다.

나는 문득 짚히는 것이 있어 혹시 십년 전 쯤 군청 옆에서 OO상회를 하시던 분 아니었냐고 물었는데 어머니는 그렇다고 했다. 

방금 왔다간 영감님이 이민수의 아버지였고 사고로 죽었다는 이가 민수였던 것이다. 

민수가 입양아였다는 사실도 그 때 알았다. 

민수가 그렇게 비명에 갔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내내 아이들과 선생님의 틈에서 시달리다 공부를 등한시했다. 

성적은 자꾸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그 무렵 집에 큰 우환마저 생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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