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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7 [참한아가씨]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7 [참한아가씨] 
  • 김도형
  • 승인 2023.12.0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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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사진작가 첫번째 에세이집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온라인 연재
경남 고성군 참한아가씨 선발대회에서 트로피를 수상한 세째누나
경남 고성군 참한아가씨 선발대회에서 트로피를 수상한 세째누나

 

나는 1남 4녀 중 막내다. 위로 누나가 넷이다. 큰 누나는 어머니뻘이다. 

누나 방에는 내가 꼬마 때부터 보아 왔던 작은 금빛 트로피가 있었다. 

트로피에는 '고성군 참한 아가씨 선발대회' 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세째누나가 그 대회에 나가서 트로피를 타 온 것이었다. 누님의 사진 앨범에는 대회에서 수상한 후 트로피를 들고 사진관에서 찍은 기념사진도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어느 날 교실에서 바라보니 세째누나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우물로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물물을 길어서 마시더니 이내 교문을 나섰다. 그 날 그 시간에 누나가 학교에 올 일이 없었는데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의 일은 곧 닥쳐올 우환의 전조였다. 고성군 미인선발대회에서 상까지 탈 정도로 미인이었고 성격도 온순했던 누나가 그만 마음의 병을 얻은 것이었다. 

집안은 발칵 뒤집혔다.  

누나의 병을 무속으로 치유하려는 어머니의 집착은 대단했다.

매주 목요일은 굿을 하는 날이었다.

어떻게 수소문 해서 불렀는지 충청도의 무당도 우리집에서 굿을 했다.

초저녁에 굿이 시작되면 밤새도록 북과 징을 쳐댔다. 

어린마음으로 헤아려 보아도 그런 야단법석은 환자의 상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것 같았다. 

굿판이 벌어지면 나는 집을 나와 들판을 쏘다녔다. 이상하게도 집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굿 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그 소리가 내 또래 여자아이들의 집에까지 들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다. 

굿이 거듭될수록 가산은 줄어만 갔고 누나의 병세는 더 악화되었다. 

그것이 내 중학교 1학년 시작 무렵부터 벌어진 일이었다. 집과 학교 그 어디에서도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없었던 나는 공부를 손에서 놓아버렸다. 

그 때부터 추락한 성적은 바닥에 닿았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나의 그런 변화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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