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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법] 새해에 시행되는 '보호출산제'
[여성과 법] 새해에 시행되는 '보호출산제'
  • 전현정
  • 승인 2024.01.1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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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에 시행되는 보호출산제에 대해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임산부가 익명으로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출생 후 아이는 지방자치단체에 인도되고,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을 보호하면서 입양 등 양육을 위한 절차를 밟게 된다.

보호출산제가 법제화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9년 4월 국회에서 ‘미혼모 지원을 통해 본 위기임신출산지원제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좌장을 맡으면서 이 제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2023년 6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출생통보제를 신설하였다. 이를 환영하는 칼럼 ‘출생통보제의 도입’(Queen 2023년 8월호)에서 보호출산제가 필요하다고 썼다.

2023년 10월 31일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위기임신보호출산법’으로 약칭한다)을 제정하여 보호출산제가 전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 직후인 11월 말에는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개최한 제1회 여성·아동 인권보고대회에서 좌장을 맡았는데, 이 대회에서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로 보호출산제를 다루었다. 이 제도는 출생통보제와 함께 2024. 7. 19.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위기임신보호출산법은 경제적ㆍ심리적ㆍ신체적 사유 등으로 인하여 출산과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산부의 안전한 출산을 지원하고 그 태아 및 자녀인 아동의 안전한 양육환경을 보장한다. 이로써 생모 및 생부와 그 자녀의 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뜻을 가진 보호출산제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도 표명되고 있다.

임산부란 임신 중이거나 아이를 갓 낳은 여성을 뜻한다. 임신 중인 여성을 가리키는 ‘임부’와 출산한 여성을 가리키는 ‘산부’를 합친 말이다. 위기임신보호출산법은 그 보호대상을 ‘위기임산부’라고 하는데, 임신 중인 여성(‘위기임부’)뿐만 아니라 분만 후 6개월 미만의 여성(‘위기산부’)이 포함된다. 보호출산은 원칙적으로 출산 전에 위기임신·출산 등에 대한 상담을 하고 보호출산 신청을 한 임부에 대해 적용된다. 위기임부는 상담 이후 보호출산을 원할 경우에 보호출산을 신청할 수 있다. 그 후에는 생모의 개인정보에 대하여 관리번호를 부여받고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가명처리를 하게 된다. 생모의 이름 등을 밝히지 않기 위한 이 절차를 ‘비식별화’라고 한다. 보호출산은 이와 같이 「상담, 보호출산 신청, 비식별화」라는 세 단계 절차를 밟고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기임신보호출산법에서 출산 이후에도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를 마치지 않으면 출산일부터 1개월 내에 보호출산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출생하자마자 출생등록이 되어야 하는 출생통보제의 입법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장애아동을 합법적으로 유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보호출산을 통하여 태어난 사람은 아동권리보장원장에게 자신의 출생증서에 대한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보호출산을 신청한 생모 등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인적사항을 제외하고 출생증서를 공개해야 한다. 생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자녀는 생모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아동에게 자신의 부모를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아동에게 자신의 뿌리를 알 권리를 무제한으로 보장하면 생모가 감추고 싶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임신갈등 회피와 극복을 위한 법률」(‘임신갈등법’이라 한다)에서 제한적 익명출산제도인 신뢰출산제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임신갈등상담소에서 상담을 한 다음 혈통증서가 밀봉되어 연방기관에 보관되며, 그 후 모든 절차는 생모의 가명으로 문서화되어 생모의 익명성을 보장한다. 신뢰출산에 따라 태어난 아동은 만 16세가 되면 혈통증서에 대한 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 이러한 열람권에 대하여 익명을 계속 원하는 생모는 가명으로 본인의 이익에 대해 설명할 권리가 있다. 법원에서 혈통증서를 공개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생모의 이익과 아동의 권리를 조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상담 기능이 핵심이다. 독일에서는 임신갈등상담소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여성은 임신갈등상담소에서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상담도 가능하다. 상담 효과가 크다. 상담 이후 신뢰출산을 선택한 비율이 약 22%인데 마음을 바꿔 직접 양육을 선택한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KBS뉴스 2023. 7. 8. 익명출산 관련 보도). 임신중단을 원할 경우에도 상담을 받아야 한다.

보호출산제가 시행 초기부터 잘 운용되도록 지혜와 관심을 모아야 한다. 출산을 할지 말지를 갈등하는 단계에서부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호출산에 관한 상담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보호출산제가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 제도가 갑작스럽게 도입된 만큼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아이와 생모나 생부의 권리가 서로 조화롭게 보장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도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글 전현정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파트너 변호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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