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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8 [해탈]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8 [해탈] 
  • 김도형
  • 승인 2023.12.16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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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사진작가 첫번째 에세이집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온라인 연재
사진 김도형
사진 김도형(인스타 photoly7)

 

그 시절에 들었던 몇마디의 말이 상처가 되어 아직도 옹이처럼 내 가슴에 박혀 있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어도 누나의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심해져 수시로 집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녔다.

죽으려고 그랬는지 장마가 져서 둑이 넘칠 정도로 물이 불었던 개천에 빠져 떠내려가는 것을 마을의 청년들이 발견하고 구해낸 적도 있고 심지어 우리집 우물 속으로 뛰어내린 적도 있다.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병이 도지면 밤낮으로 악을 쓰며 소리를 질러댔던 것이다.

한 시간에 한 대씩 읍내로 가는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소가 우리 가게 앞에 있었는데 장날에 장보러 가는 사람들이나 등교시간에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모여 있을 때 누나가 소란을 피우면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문을 듣고 우리집에 온 어떤 뜨내기가 누나의 병을 고칠수 있는 비방이 있다고 해서 귀담아 들어본적이 있는데 그 비방인즉슨 누나를 밧줄로 묶어 나무에 매달아 빙글빙글 돌리면 정신이 다시 돌아온다는 어이없는 것이었다.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내가 너라면 해탈을 해버리겠다'고 했다. 

해탈이란 '인간의 속세적인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되는 상태' 라고 하는데 친구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얼마나 비참했으면 해탈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또 동네의 한 형님은 내게 '네가 그런 환경에서도 술 담배 안하고 어긋나지 않으니 고맙다' 라고 했다. 

어설픈 위로 보다는 차라리 침묵이 낫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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