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산 소주와 위스키 브랜디 등 주류에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000080)가 소주 제품 출고가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국산 주류 세금 할인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다만 하이트진로의 경우 지난달 이미 소주 가격을 올렸고, 롯데칠성음료(005300)도 소주 출고가를 내년부터 인상하기로 했다. 이번에 값을 내렸어도 기존 상승분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폭이 크지 않아 음식점과 소매점의 판매가 인하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내년 1월1일 출고분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인하한다. 이번 인하 결정에 따라 일반 주요 소주류 출고 가격은 희석식 소주인 참이슬, 진로는 기존 출고가에서 10.6% 낮아지고 과일리큐르는 10.1%, 증류식 소주인 일품진로 등은 10.6% 낮아진다.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에 협조하고 선제적으로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가격 인하 결정은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른 것이다. 기준판매비율이란 주세에서 세금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세금 할인율이다. 국세청은 국산 소주의 기준판매비율을 22%로 결정했다.
그간 국내 제조주류와 수입산 주류는 주세 과세시점이 달라 국내 제조주류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국산 주류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이어졌다. 국내 제조주류의 경우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더한 금액이 과세표준으로 인정되는 반면 수입주류는 이같은 금액이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단 이유에서다.
소주 출고가 인하에도 소비자들이 이를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적용에 따라 출고가 인하를 선제적으로 발표한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9일 이미 소주 출고가를 올린 바 있다. 당시 1166원이던 참이슬 1병의 출고가는 1247원으로 치솟았다. 이번 인하 인해 내년부터 출고가가 1115원으로 내려갈 예정인데, 실질적으로 지난달 대비 51원만 내리는 셈이다. 하이트진로 외에 무학과 보해양조, 대선주조, 맥키스컴퍼니, 한라산 등 지역 소주 업체들도 출고가를 모두 올렸다.
여기에 롯데칠성음료도 1월1일부터 '처음처럼'과 '새로'의 출고가를 각각 6.8%, 8.9% 올린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9개월간 소주 가격을 동결해 왔다.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면 처음처럼의 출고가는 기존 대비 4.5%, 새로는 2.7% 인하될 전망이다.
소주 업체들의 가격 변동에도 식당과 주점 등에서 출고가 인하를 소비자 판매가에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식당과 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소줏값을 내릴 의무가 없다. 실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소주 가격 인하를 고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 출고가를 내린다고 해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판매가를 내릴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라며 "강제적으로 판매가에 반영하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인 만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퀸 김정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