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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12 [서울의원]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12 [서울의원]
  • 김도형
  • 승인 2024.01.10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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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사진작가 첫번째 에세이집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온라인 연재
사진 김도형 (경남고성, 1983)
사진 김도형 (경남고성, 1983)

 

한낮에는 좋은 사진을 찍기가 힘들다.

해가 머리 위에서 사물을 비추면 밋밋한 풍경을 연출한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해뜨기 전후나 해지기 전후의 시간을 노리는 것이 좋다.

고등학교 2한년이었던 어느 봄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자마자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서 5리 정도 떨어진 간석지로 갔다.

간석지는 바닷물을 둑으로 막아 담수화 시킨 곳을 말한다.

간석지의 해넘이 사진을 찍으려고 비포장길을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했다.

그렇게 달리던 중에 바퀴가 어떤 물체에 부딪히는 바람에 나는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자갈길에 곤두박질쳤다.

그 길에는 내리막에 콘크리트 다리가 하나 있었다.

다리와 면한 부분의 흙이 많은 비로 패이며 유실되어 돌출된 다리 콘크리트에 바퀴가 부딪혔던 것이다.

땅에 떨어지며 한 쪽 얼굴이 자갈에 갈려 피가 나고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쓰러져 있었는데 지나는 택시가 나를 발견하고 읍내의 서울의원으로 데려갔다.

다행이 얼굴 외에는 다친 부분이 없어 응급처치를 하고 집으로 갔다.

그 이후 며칠 뒤부터 다친 한 쪽 얼굴은 시커멓게 변해갔다.

딱지가 앉으려고 그랬던 것이었다.

학교에서 내 그런 몰골을 보고 어떤 친구는 '얼굴이 그 모양 됐으니 장가는 다갔네' 라고 했고, 어떤 친구는 '그 미남 얼굴이 어쩌다 그 모양이 됐냐' 라고 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얼굴을 다쳐서 상심하고 있는 내게 이왕이면 '그 미남 얼굴이 어쩌다 그 모양이 됐냐' 라고 했던 친구가 고마웠다.

다행이 시간이 가니 얼굴에 앉은 딱지가 떨어지고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다.

술을 마시면 왼쪽 얼굴만 빨개지는 증상이 한동안 있었는데 그것도 결국 없어졌다.

고성 새시장 초입에 있었던 고성의원의 원장님은 가톨릭 의대 출신이라고 했다.

얼굴 상처를 치료 받으면서 나는 왜 그 원장님의 출신 학교가 긍금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 몇 년 후 또 서울의원에 갈 일이 있었다.

대학에 입학해 징집영장이 나와서 신체검사를 했는데 등급은 1등급이었고 추천병과는 사진병 이었다.

신체검사를 한 얼마 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 당시 내 고향집 관할 면사무소에 외삼촌이 근무하셨다.

외삼촌은 그 당시 그 누구보다도 우리 집의 사정을 잘 알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외삼촌은 내게 병역에 관한 혜택이 있을 수 있으니 아픈 누나의 진단서를 끊어 오라고 했다.

부 선망 독자, 노모와 병든 누나를 부양해야 하는 생계 곤란 등의 사유로 병무청에 관련서류를 제출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누나는 실로 오랜만에 읍내 나들이에 나섰다.

읍사무소 아래 중국사람이 운영하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서울의원으로 향했다.

용건을 들은 원장님은 누나와 몇마디 대화를 나누고 나서 진단서를 끊어주었다.

우리는 읍내에서 10리 떨어진 집까지 걸어갔다.

길을 걸으며 생각하니 누나가 불쌍하고 나도 불쌍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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