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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시네마] 서부의 사나이-게리 쿠퍼 주연 서부 멜로 영화
[일요 시네마] 서부의 사나이-게리 쿠퍼 주연 서부 멜로 영화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4.01.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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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시네마] 서부의 사나이

오늘(1월 14일) EBS1 ‘일요시네마’는 앤서니 만 감독 영화 <서부의 사나이<원제: Man of the West>가 방송된다.

게리 쿠퍼, 줄리 런던, 리 J. 콥 등이 열연한 <서부의 사나이>는 1958년 미국 제작 영화다. 상영시간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줄거리:

링크 존스(게리 쿠퍼 분)는 마을에서 가르칠 선생을 데려오기 위해 주민들이 모아준 소중한 돈을 가지고 열차에 몸을 싣는다. 처음 보는 열차의 위용에 잠시 멈칫하지만 의연하게 열차에 탑승해서 여정을 시작한다. 그런데 열차가 목재와 물을 싣기 위해 정차하는 동안 무장 강도단의 습격을 받는다. 열차는 링크 존스를 비롯해서 열차의 승객인 빌리(줄리 런던 분), 그리고 샘(아서 오코넬)을 남겨둔 채 가까스로 빠져나간다. 남겨진 셋은 일행이 되어 인가를 향해 걷기 시작하는데 가수 출신의 아름다운 여인 빌리는 링크의 사내다운 풍모에 호감을 느낀다. 링크는 외떨어진 집을 발견하자 경계를 하며 빌리와 샘을 대피시킨 채 홀로 집으로 들어서지만 빈집이 아니었다. 열차를 습격했던 토빈 일당의 거처였던 것. 그리고 빌리와 샘까지 토빈 일당의 볼모로 붙잡히면서 링크가 살인과 도적질을 일삼던 토빈의 패거리였음이 밝혀지는데...

주제:

한때 악행을 저지르던 인물이 개과천선해서 새사람이 된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주변사람들에게 모두 고백하고 죄를 용서받는다. 그리고 결혼까지 해서 행복하게 살지만 어느날 위기가 닥친다. 마을주민들이 모아준 돈으로 선생님을 모시러 가던 기차에서 자신이 몸담았던 강도단의 습격을 받은 것. 그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자신의 과거를 덮어주고 믿어준 마을 사람들을 배신하고 다시 악당들 패거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일행과 함께 부질없이 목숨을 잃을 것인가...

감상 포인트:

게리 쿠퍼가 분한 링크 존스라는 인물은 여느 서부영화의 영웅들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비사회적이고 무자비한 주인공들과도 한참 동떨어져있다. 열차의 기적소리에 놀라서 소스라치고 1대1 대결에서도 그다지 강인한 인상은 보여주지 못한다. 서부영화사상 초유의 캐릭터라 할 만한데, 이후 등장한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1992)>와 같은 작품마저 아류로 돌려놓을 만큼 독창적인 캐릭터다. 영화상의 게리 쿠퍼는 주역으로 전면에 나서기엔 약간 늦은 나이지만 이런 노쇠한 얼굴의 풍모는 그를 좀 더 현실적인 인물로 부각시키기도 한다. 앤서니 만의 정통 서부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본 작품은 실제 가수인 줄리 런던이 게리 쿠퍼의 상대역으로 나와 이룰 수 없는 로맨스를 펼친다. 게리 쿠퍼는 배우 이전에 목장에서 일하던 진정한 카우보이로, 할리우드에서도 카우보이들의 풍습을 가르치는 스승이기도 했다. 그래서 할리우드의 어떤 배우도 그만큼 서부의 사나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장 뤽 고다르는 <서부의 사나이>를 그해의 영화로 선택하면서 ‘웨스턴의 재발명’이라 일컬었다. 1950년대 할리우드 서부극을 최고의 경지로 올려놓은 앤서니 만이 연출한 마지막 서부극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

감독:

앤서니 만 감독은 밑바닥에서부터 영화 인생을 다져온 장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가 1950년대 서부극을 대표하는 감독이 되기까지 거쳐야 했던 일은 수없이 많았다. 배우 선정을 맡거나 무대 장치를 손보아야 하는 것은 그의 오랜 일이었다. 그가 출세를 하기 시작한 것은 RKO 영화사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이다. 1942년에 파라마운트사에서 이적한 그는 중간급의 제작비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니버설사에서 전성기의 작품을 내놓기 시작한다. 폭력적이지만 사려깊은 사나이들을 다룬 서부영화 <윈체스터 73 Winchester 73> (1950) <강 굽이 Bend of The River>(1951) <벗겨진 박차 The Naked Spur>(1953) <머나먼 대지 The Far Country>(1955) <라라미에서 온 사나이 The Man From Laramie> 등은 이 시기의 수준작이다. 미국의 작가주의 이론가 앤드루 새리스는 앤서니 만을 “주제를 갖지 않은 스타일의 감독이다. 그의 서부극은 미국 영화사상 가장 빛나는 야외촬영 장면들에 의해 뛰어난 감독으로 평가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즉 그는 주제적인 작가라기보다는 장인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당한 평가의 기회도 없이 1960년대 할리우드의 붐 속으로 앤서니 만은 휩쓸려 간다. 이 시기의 감독들은 독립프로덕션 설립과 더불어 스펙터클 영화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를 대표하는 감독으로는 데이비드 린, 존 휴스턴의 성서영화들이 있었지만 앤서니 만의 <엘 시드 El Cid>(1961)는 서사극 장르를 신선한 극적 형식으로 선보인 뛰어난 작품이었다. 엘 시드로 불리는 카스틸 왕국의 로드리 고디아즈는 수많은 무용담과 전설 속에서 언급되는 스페인의 국민적 영웅으로 17세기에 이슬람의 침략자들을 격퇴한 명장이다. 감독 앤서니 만은 이 작품 속에서 역사 속의 장엄한 사건과 한 인간의 비극을 동시에 포착했다. 어느 서사극들보다 빠른 템포의 액션과 사건 흐름이 인상적이다. 찰턴 헤스턴의 무게있는 연기가 빛을 더했다. 앤서니 만이 40년대에 만든 작품들은 평작의 수준이었고, 50년대에는 서부극을 다뤘다면, <엘 시드>에 와서는 그의 영화 인생에 완숙미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액션, 연출, 스펙터클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 되었고, 이후 <로마제국의 몰락 The Fall of Roman Empire>(1964) 등과 같은 대작영화에 연이어 도전하였다. 그러나 그의 영화인생은 1967년에 죽음으로 멈추어 버리고, 그의 뛰어난 재능은 영화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 <씨네21 영화감독사전 중에서>

 

엄선한 추억의 명화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EBS1 ‘일요시네마’는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20분에 방송된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 EBS 일요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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