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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대표에게 듣는 '100세시대, 행복한 노후를 위한 자산관리법’
강창희 대표에게 듣는 '100세시대, 행복한 노후를 위한 자산관리법’
  • 신규섭 기자
  • 승인 2024.01.14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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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이 있든 없든, 평생현역이 답입니다"
한국 1세대 노후설계전문가인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
한국 1세대 노후설계전문가인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

 

강창희 대표는 한국에 ‘투자교육’, ‘은퇴설계’를 전파한 1세대 노후설계전문가다. 현대투신운용과 굿모닝투신운용 대표를 지낸 그가 미래에셋 부회장 겸 은퇴연구소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게 20년 전이다. 미래에셋을 나와 2014년부터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과포럼 대표로 있던 그는 지난해 ‘월급쟁이 생활 50년’을 정리하고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또 다른 출발을 알렸다. 노후설계 최고권위자에게 ‘행복한 노후를 위한 길’을 물었다. 

지난해까지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를 지내셨으니, 50년을 직장생활을 하셨습니다. ‘평생 현역’을 몸소 실천한 건데요, 그 비결이 궁금합니다.
“자리가 허락할 때마다 ‘인생의 고비마다 간접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운 좋게 1975년, 회사생활 3년차에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연수를 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전체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8%였습니다. 노후설계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입니다. 그때부터 다양한 연구와 노력을 기울였고, 그게 지금까지 온 배경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거의 50년 전 일입니다. 그때부터 ‘인생설계’를 하신 거네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세 번의 정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첫 번째가 ‘고용 정년’입니다. 그런데 법정 정년 60세에 퇴직한다 해도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매우 건강합니다. 그래서 퇴직 후에도 수입이 있는 일이든 자원봉사나 취미활동이든 하게 됩니다. 두 번째 ‘일의 정년’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늘이 불러서 가는 ‘인생 정년’이 있습니다. 고용 정년, 일의 정년, 인생 정년. 세 번의 정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이런 준비를 하는 게 재테크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재테크가 아니라, 평생 현역이라는 뜻입니다.”

대표님의 삶이 그 증거인 셈이네요. 그 시작이 투자교육이었고요.   
“2000년 초, 제가 자산운용사 대표를 하고 있었는데, 대표를 하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자산운용업이 성공하려면 운용만 잘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투자자들을 단기 시황에 쫓기지 않고 장기분산투자를 하도록 설득하는 게 중요하더라는 겁니다. 그때 이미 미국과 일본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제 나이 또래들이 투자교육이라는 걸 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저도 마케팅 차원에서 투자교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투자교육에 대한 관심이 은퇴설계까지 이어진 거군요. 
“제가 대표로 있던 자산운용사가 외국자본에 팔려 물러나게 됐습니다. ‘뭘 할까?’를 고민하다가 투자교육, 노후설계교육을 제 ‘라이프 워크’로 삼게 됐습니다. 적성에도 맞고 사회를 위해서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결심을 굳히고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님께 ‘투자교육연구소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그게 받아들여져서 9년 동안 보람 있게 일 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은퇴설계’ 전도사로 나선 게 벌써 20년입니다. 그 사이 ‘은퇴설계’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도 변했을 듯합니다. 초기 생각과, 현재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은퇴설계교육 초기에는 교육대상이 퇴직전후에 있는 분들일 거라는 생각으로 그런 내용 중심으로 교육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와 같은 말을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이런 강의를 10년쯤 전에 아내와 같이 들었어야 했는데 지금 혼자 와서 들으면 낼 모레 퇴직인데 준비는 언제 하며 권한은 아내가 다 갖고 있는데 내 말 안 듣는 아내는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요?’
맞는 말이죠. 노후준비는 노후자금 몇 억원 준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장수, 건강, 자녀, 자산구조,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리스크에 종합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을 때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행복100세자산관리, 내 나이에 해야 할 것은?’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강의도 많이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2~3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보람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몇 년 전 서울시내 구청강당에서 퇴직 후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의를 한 일이 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한 여성분이 ‘이런 강의는 남편이 같이 들어야 하는데 오려고 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그런데 얼마 후 다른 강의에 남편을 데리고 오셔서 소개를 해주시더군요. 저 같은 사람에게 그만한 보람이 없을 겁니다.   
젊은 세대가 제 강의에 공감할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마음이 약해서 유튜브 댓글을 잘 챙겨보질 않습니다. 악성댓글 올라오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서요. 그런데 우연히 ‘금년 34세인데 오늘 이 영상을 본 걸 행운으로 생각합니다’는 댓글을 보게 됐습니다. 젊은 세대도 제 말에 공감한다는 뜻이라 너무 기뻤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부모들이 강의를 듣고 자녀들에게도 듣게 해주고 싶다면서 다음번 강의 장소를 묻는데, 그럴 때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노후 설계’의 본보기가 될만한 케이스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1 상담을 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설계 전과정을 볼 기회는 없습니다. 다만 평생현역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은 자주 봅니다.
첫 번째가 택시기사분입니다. 몇 년 전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분이 60세가 좀 넘은 분이었습니다. 외국회사 서울지사의 사장까지 지낸 분이었습니다. 사장을 할 때는 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를 탔고, 부인은 사모님 소리를 듣던 분이었답니다. 그런데 퇴직을 하자 3년 이내에 개인택시 자격을 따기로 목표를 세웠답니다. 당시 1년 8개월째라고 했으니, 지금쯤은 자격증을 얻으셨겠네요. 
또 한 분은 제가 한국거래소에 다니던 시절, 직장동료였던 여성분 사례입니다. 나이 70세에 어머니가 아파서 요양보호사 자격을 딴 후 어머니를 간병했다고 합니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다른 분 간병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90세 가까운 할머니를 간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너무 보람되고 수입도 나쁘지 않다고 해요. 옛 동료들에게 ‘당신들도 해보라’고 권유를 할 정도로요. 남편이 은행 지점장 출신이고, 아들은 국책은행 직원이라 경제력도 있는 분인데도 말이죠. 주변을 보면 이런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재무 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노후설계도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요. 이런 분도 있어요. 문화유산 해설을 하시는 분인데, 몇 년 전 이 분이 75세일 때 만났습니다. 퇴직 전엔 한전에 다녔다고 해요. 학교 졸업 후에 충청도 공주지점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지점장이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았답니다. 지점장이 일본인 친구와 함께 공주, 부여 고적답사를 자주 다녔는데 그때 지점장 가방 들고 따라다니다 자기도 관심을 갖게 됐대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도 통독하고요. 주말을 이용해 그 코스를 모두 다녀보는데 3년 걸렸답니다. 퇴직 후 우연히 종로 시니어클럽에서 하는 문화유산 해설사 강좌를 알게 됐고, 6주 교육 후 해설자 자격을 취득했답니다. 만났을 때는 일주일에 사흘은 고급강좌를 들으러 가고, 사흘은 창덕궁, 경복궁 등에서 문화유산 해설을 하고 약간의 수당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일본어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요.” 

강창희 대표는 인생주기에 따라 자산관리법도 달리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창희 대표는 인생주기에 따라 자산관리법도 달리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문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자산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퇴직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인생 단계로 보면 현역시절의 제1단계를 지나 제2단계인 ‘모아둔 노후자금을 꺼내 쓰면서 남은 자금을 운용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모아둔 노후자금을 연4% 이내에서 꺼내 쓰고 남은 자금은 정기예금 금리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게 세계 평균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자금을 혼합형펀드에 넣어두고, 보유한 금융자산의 20% 이내에서 주식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전체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은 50%를 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제2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가능하면 노후자금을 덜 꺼내 쓰려는 노력입니다. 가능하면 많은 자금을 3단계로 이월시키기 위함이고요. 우선, 퇴직 후 생활비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지방 이전 등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경조비, 문화비 등의 기타 생활비와 자녀 관련 지출을 줄이는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연금의 중요성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일입니다. 무슨 일이든 일을 해서 5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근로소득을 얻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3단계는 70대 후반 또는 80세 초반에 시작됩니다. 사람마다 시기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이 시기가 되면 점차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운용에서도 졸업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자금을 예금이나 CMA와 같은 원금손실의 염려가 없는 단기금융상품에 넣어놓고 아껴서 꺼내 쓰다가 세상을 떠나는 단계죠. 이 단계에는 무엇보다도 생활비를 아껴서 규모 있게 인출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노후자금이 바닥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죠. 자신의 수명보다 노후자금의 수명이 길도록 관리하는 게 퇴직 후 자산관리의 목표입니다.”

퇴직 후 자산관리 전략을 세울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퇴직 후 생존기간이 상상 이상으로 길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노후설계를 할 때 평균수명에서 현재의 나이를 뺀 만큼 살 것으로 생각하고 설계하는 사례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20% 생존확률 연령까지 산다고 생각하고 설계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60세인 사람의 20% 생존확률 연령은, 통계청 간이생명표를 참고로 트러스톤 연금포럼이 계산해본 바에 의하면 남성 91세, 여성 95세입니다. 만약 아내의 나이가 남편보다 3세 아래라면, 남편이 60세에 퇴직을 할 경우 38년의 생존기간을 상정하고 설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노후설계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만 꼭 기억하라’고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재테크보다 더 중요한 연금에 관심을 갖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보통 선진국이라고 하면 노후자금을 몇 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소생활비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나라가 복지선진국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일본, 독일의 노인들에게 매월 주수입원이 뭐냐고 물으면 ‘연금’이라고 대답하는 노인들의 비율이 60~80%입니다. 반면 한국은 그 비율이 20% 정도입니다. 공무원, 교직원, 군인 출신과 일부 특별한 사람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금은 소액이라도 장기간 가입해야 최소생활비 정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직장생활 시작과 동시에 3층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가입해서 쉬지 않고 불입하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3층연금으로 준비를 못한 채 퇴직을 했다면 주택연금, 농지연금, 산지연금이라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신규섭 기자 사진 강창희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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