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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칼럼] 행복한 명절의 조건
[여성 칼럼] 행복한 명절의 조건
  • 이복실
  • 승인 2024.02.04 06: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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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최대 명절인 설이 다가오고 있다. 명절에 대한 생각은 시대와 남녀에 따라 다 다를 것이다. 나만 봐도 그렇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명절이 너무 좋았다. 명절 오기만을 기다렸다. 맛있는 음식, 새 옷과 새 신발, 특히 설날에는 세뱃돈까지 생기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부족한 시절이니 더 그랬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결혼하고 며느리가 되어보니 며느리에게 명절의 존재는 어마어마한 무게로 다가왔다. 돌이켜보니 어려서는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때도 할머니, 엄마, 숙모 등 여자들은 부엌에서 일만 하셨던 것 같다.

지금 내 주변에는 명절이 반가운 사람보다도 명절이 오는 것이 두려운 사람, 괴로운 사람이 더 많다. 나의 지인은 결혼 전에는 명절은 휴가였지만, 지금은 없어졌으면 하는 ‘노동의 주간’이라고 했다. 명절이 모두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축제여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친정방문 순서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왜 친정은 시댁 갔다 와서 가야 하냐는 것이다. 시댁에 먼저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 자체가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순서는 누가 정했을까? 우리 세대는 그런 순서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이렇게, 명절은 우리에게‘남녀의 역할의 차이’를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고 있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하여 명절이 존재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말을 한다고 ‘조상을 공경할 지 모르는 막돼먹은 집안에서 커서 그렇지’라고 깎아내리는 사람이 아직 있을까? 만일 주변에 그런 분이 계시다면, 세상 변화에 둔감하거나 가정 내 갈등을 무시하거나 가부장적 관념에 아직 젖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변화의 조짐도 보이기 시작했다.

전을 제사상에 안 올려도 됩니다

작년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에서 간단한 준비를 위하여‘차례상 표준안’을 제시한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운 전을 차례상에 올리지 말고, 음식 가짓수도 최대 9개면 족하다는 내용이었다. 국민이 먹는 것도 타의 규율을 받아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지만,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은 다르다.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라고 했다. 여기에 육류, 생선, 떡을 추가할 수 있고, 상차림은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균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일반 국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차례상 간소화’를 들었다. 성균관이 차례상에 전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고 한 근거는, 김장생이 쓴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서‘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고 한 기록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진즉에 이야기할 것을, 그동안 수십 년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이제야 나서는 이유, 성균관이 변한 배경이 궁금하다. 지금이나마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고,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것을 고마워해야 하나? 음식점에서 전이 나오면 생각나는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전이 먹기 싫어요

몇 년 전 회사의 중견간부와 점심을 함께 먹을 기회가 있었다. 식사에 반찬으로 호박전과 동그랑땡 같은 전이 나왔는데 갑자기 이분이 “나는 전이 먹기 싫어요. 우리 음식에 전이 없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순간 ‘전을 싫어하나 보다.’하고 생각했다. 실제로 기름기 있는 전을 안 먹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부인은 전을 몇 시간씩 만들어야 하고 이로 인해서 부부 간에 갈등을 겪으니 음식으로서의 ‘전’이 싫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제사나 명절에 손이 많이 가는 전이 빠지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성균관의 발표가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직장 내에서 추진력, 업무성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카리스마로 유명한 분이었다. 이런 호랑이 같은 분도 가정 내에서 가사노동으로 인한 부부 갈등을 겪고 있다니 놀라웠다. 난 대다수 남성이 아내의 고충을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는 줄 알았다. 특히 회사 일에 몰입도가 높은 분일수록.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고정관념임을 깨달았다. 나는 부인을 도와주시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이에 그는 “아이고, 어떻게요? 할 줄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은 아마도 대한민국 대다수 남편이 명절 때마다 겪어야 하는 현실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한 번 챗봇에 행복한 명절을 보내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어떤 제안을 해줄지 궁금했다.

챗봇에게 행복한 명절의 조건에 대하여 물었다

챗봇은 ⓵협력과 협조, ⓶소통과 이해, ⓷존중과 격려, ⓸즐거운 활동, ⓹간단한 준비, ⓺감사의 시간 갖기, ⓻휴식과 자기관리를 제안했다. 그런데. 챗봇의 제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 며느리, 엄마 등 여성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행복한 명절의 조건을 물었는데, 챗봇은 해결방안으로 여성의 부담을 덜어주고, 여성의 역할을 존중하고 여성과 협력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챗봇도 며느리가 행복하지 않은, 힘든 명절을 보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재미있어서 딸에게 이야기했더니 한마디 한다. “엄마, 챗봇이 바보인 줄 알아?”

아마도 신세대 며느리들은 일곱 가지 제안을 다 원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잘 아는 나의 친구들은 ⓹간단한 준비만이라도 실천되기를 바랐다. 친구들은 30년 이상 주부 경력이 있는 60대 이상 여성들이다. “일곱 가지 제안을 모두를 바란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야.” 나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하나 더 보태자면 ⓵협력과 협조를 추가하고 싶다. “간단하게 명절 준비를 한다면 여성 혼자 하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할까 봐 더 그렇다. 주부인 친구들도 과도한 준비와 요리는 스트레스이다. 간단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부담되는 일들은 최소화하고, 일도 나누어서 함께 해야 한다.

평소에 가사를 나의 일처럼 생각하고 분담한다면, 명절이든 제사이든 함께 일을 분담하며,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텐데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보다. 똑같이 맞벌이하는 데도 가사는 여성의 일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맞벌이 여성은 남편보다 5배 이상, 비 맞벌이 여성은 남편보다 거의 10배 정도 가사 시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도 본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부장적 제도가 수천 년을 내려온 데는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고. 몇 세기에 걸쳐 내려온 관습과 고정관념이 하루아침에 깨지기는 어렵겠지만, 가정 내의 작은 변화는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이끄는 실같이 가늘게 그은 금, 실금이 된다. 가느다랗다고, 작다고 실금을 무시하지 마시라. 실금은 모여모여 거대한 유리 벽과 유리천장을 깨뜨리는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설날은 챗봇이 말한 행복한 명절을 보내기 위한 일곱 가지 제안 중 한 가지라도 수용하고 실천하는 가정이 늘기를 기대해본다. 우리 모두 이제는 행복한 명절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글 이복실(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 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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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4-02-04 21:39:45
의 세계종교인 가톨릭의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신 절대적 초월자이십니다. @한국 유교 최고 제사장은 고종황제 후손인 황사손(이 원)임. 불교 Monkey 일본 항복후, 현재는 5,000만 유교도의 여러 단체가 있는데 최고 교육기구는 성균관대이며,문중별 종친회가 있고, 성균관도 석전대제로 유교의 부분집합중 하나임.

윤진한 2024-02-04 21:38:59
예수회의 귀족대학)만 Royal대며, 일류.명문임. 그리고 주권.자격.학벌 없는 경성제대 후신 불교 Monkey서울대(일본 불교僧 점쇠 천황이 세운 불교 마당쇠 대학). 한국에 무종교인은 없습니다..5,000만 모두가 유교국 조선의 한문성명.본관 가지고, 유교교육 받고, 설날,추석.대보름,한식,단오 및 각종 명절, 24절기,문중제사.가족제사!

일제 강점기에 강제 포교된 일제강점기 포교종교들이 종교협의회나 어떤 모임 가진다고, 종교주권이 생기지는 않습니다.한국은 미군정때,조선성명복구령으로 전국민이 조선국교 유교의 한문성명.본관을 의무등록하는 행정법.관습법상 유교국임은 변치않으며 5,000만이 유교도임.그리고 주권없이, 일본 강점기 강제 포교종교도 같이 믿는 현상이 생겨남.@동아시아 세계종교인 유교나, 서유럽

윤진한 2024-02-04 21:37:47
한국에 남은 일본 불교 Monkey들의 주장에 동조하여, 발언하는 경향이 대중언론에서 아주 많아짐.유교 경전, 가톨릭경전, 세계사, 중국정사, 로마사, 교황청의 공식입장등을 반영하지 않고, 시중에서 무신론적인 부처의 불교Monkey주장으로 무장한 집단들이 공자님을 불교적 관점으로 아전인수하는것을 방지하고자 합니다.

@헌법이나, 국제법, 한국사, 세계사의 자격은 대중언론.입시지의 준동을 아랑곳 하지 않는 특질을 가졌습니다.또한 주권.학벌이 없는 서울대와 추종세력의 약탈을 인정해 줄수도 없습니다. 학과에 상관없이 무슨학과든지 Royal 성균관대(국사 성균관자격), Royal 서강대(세계사의교황반영, 교황윤허로 설립이 기획되어, 국제관습법상 성대다음 Royal대 예우). 성균관대(양반대학)와 서강대(가톨릭계 예

윤진한 2024-02-04 21:36:58
문중,가문의 결정대로 하면 적절할것입니다. 유교의 가장 큰 본질은 하느님숭배, 神明숭배, 조상신 숭배입니다. 이 점을 항상 가슴속에 새겨두고, 후학들이 다시 유교 경전과 역사서, 중국 및 한국의 定說.正論으로, 중국의 정사, 세계사의 가톨릭, 서양의 역사서등을 종합검토하시면 만족하겠습니다.

유교는 하느님, 지신, 조상신 모시는 수천년 세계종교임.사람이 죽으면 魂이 하늘로 올라가고, 魄은 땅에 묻히는 귀신관을 수천년전에 가지고, 귀신관을 잘 정리해 놓은 동아시아 세계종교.공자님께서는 제사때 귀신을 정성스럽게 모시되, 너무 일상생활에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하심.제자들이 오랜 체험을 거쳐서, 형이상학적인 귀신관을 정립하도록 가르치심. 무신론적이며, 창조신을 부정하는 불교나 일본 불교분파인 신도적 시각에서, 한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