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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개 법정 부담금 63년 만에 대폭 개편 ... 폐지에 따른 재원 해법은?
91개 법정 부담금 63년 만에 대폭 개편 ... 폐지에 따른 재원 해법은?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4.01.17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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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간 그림자 조세로 기업과 국민에게 걷어온 91개 항목의 법정 부담금이 63년 만에 대폭 개편될 전망이다. 이같은 부담금은 그간 '준조세'(세금은 아니지만 세금처럼 납부하는 부담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뉴스1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생중계 모두발언을 통해 "기획재정부는 현재 91개 부담금을 전면 개편해달라"고 지시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부담금 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

법정 부담금 제도는 1961년 도입됐다. 2002년부터는 부담금관리 기본법을 시행해 부담금별로 3년마다 한번씩 존치 필요성을 점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91개 항목 부담금은 22조3710억원이 걷혔다. 올해 징수 예정인 부담금 규모는 24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02년(약 7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부담금 개편의 관건은 재원 해법 마련이다. 특정 부담금을 폐지하면 수혜 기관의 재정 부담 가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대표적인 부담금 항목으로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이 있다. 이 부담금은 전력산업 기반조성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기사용자에 대해 전기요금의 3.7%으로 부과한다. 2022년 기준 2조3783억원으로 가장 큰 수준이며, 시행 이래 총 34조203억원이 걷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송·변전 설비 주변 지역 예산을 한국전력 예산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변경하려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번 구조조정에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이 포함되면 정부와 한전은 기존처럼 한전 예산으로 부담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석유 수급과 가격안정을 위해 징수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의 수입·판매 부과금의 2022년 한해 징수액은 1조6606억원에 달한다. 시행 이래 현재까지 42조5억원이 징수됐다.

그간 소비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걷어 '그림자 조세'라는 지적을 받아온 대표적인 부담금 항목으로는 영화 상영관 입장권 부담금이 있다.

영화입장권 부과금은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2007년 도입됐는데, 입장권 가액의 3%로 책정돼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 부담금은 지난 2022년 기준 179억원이 징수됐다. 도입 이래 현재까지 5806억원이 걷혔다.

담배 20개비당 841원인 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사업에 필요한 재원으로 쓰인다. 이들 부담금이 폐지되면 영화산업 진흥이나 국민건강증진사업 등 관련 사업은 다른 재원 마련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부담금으로는 모든 출국자를 대상으로 1만1000원씩 징수한 출국납부금도 있다. 해당 납부금은 지난해 666억원이 징수됐고, 현재까지 총 3조9199억원이 걷혔다. 1991년부터 여권 발급자에게서 1만5000원을 걷어온 국제교류기여금도 '그림자 조세'로 꼽힌다.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받아온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에 대한 부가금'은 이날 개정으로 폐지된다. 이 항목은 시행 이래 총 8225억원이 징수됐다. 그러나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징수가 중지됐다.

아울러 이날 국무회의서 개정안 의결로 전기·전자제품 재활용부과금과 회수부과금은 통합 관리 대상이 됐다. 부과대상(전기·전자제품)과 목적(회수·재활용)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부담금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수수료 및 협회비는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상으로는 전기사용자 일시 부담금, 한국화재보험협회 출연금이 포함됐다.

정부는 환경 오염을 방지, 국민 건강 증진 목적 등 필요한 부담금과 시대에 맞지 않는 관행적 성격의 불필요한 부담금을 나눠 대대적인 손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행위에 예외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부담금이지, 재원 조달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부담금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며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한 자유시장경제를 위해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퀸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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