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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영풍 결국 표 대결...창업주부터 이어온 최·장 집안 75년 협력 관계 '파국'
고려아연·영풍 결국 표 대결...창업주부터 이어온 최·장 집안 75년 협력 관계 '파국'
  • 신민섭 기자
  • 승인 2024.02.21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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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집안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씨 집안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을 두고 경영권 갈등을 빚어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처음으로 주주총회서 표 대결을 예고했다. 

2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은 20일 공시를 통해 고려아연의 3월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배당 및 정관 변경의 일부를 반대하고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표 대결의 발단은 고려아연이 결정한 연말 배당 규모다. 주당 5000원 배당을 공시하면서 중간배당 1만원을 합하면 1만5000이다. 2만원을 배당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5000원 줄었다.

최대주주인 영풍(2023년 말 기준 25.28%)이 이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배당액 축소로 인한 영풍의 손해는 약 260억원에 달한다. 영풍은 지난해 영업손실 1698억원으로 경영사정이 좋지 않다. 영풍은 "배당 가능 이익잉여금 약 7조3000억원과 현금성 자산 등 약 1조5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며 배당 축소를 비판했다. 

영풍은 이와 함께 고려아연이 정관을 변경해 외국 합작법인을 대상으로만 가능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제한을 없애려는 시도도 반대했다. '외국 합작법인'이라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마저 없애면 주주가치 훼손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주장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지분 경쟁 과정에서 이미 국내 대기업의 외국 합작법인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을 넘김으로써 기존 지분 희석을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해외법인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를 5272억원에 인수, 배터리 소재 동맹을 맺었다. 이번 주총에는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1실장(전무)을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가 이사회에도 진입하게 된다.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함께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그룹으로 성장하면서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장씨 일가가 맡아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다 최씨 집안 3세인 최윤범 회장이 2022년부터 공격적으로 지분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신사업 진출을 둘러싼 갈등설과 계열 분리 추진설 등이 이어졌다. 장씨 집안 2세인 장형진 고문 측도 지분 희석에 대응해 꾸준히 지분을 늘리면서 긴장감이 높아져 왔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과 장 고문 측이 32%인 반면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 우호지분 등이 33%에 달해 지분 구조가 뒤집어졌다. 다만 그 차이가 크지 않아 약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3월 19일 예정된 고려아연 주총에는 임기가 끝나는 장 고문의 기타비상무이사 재선임 안건도 상정된다. 역시 임기가 끝나는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처리될 예정이어서 안건별 의결 결과가 주목된다.

 

신민섭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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