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부진했던 경기력을 반등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출발하는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뜨거운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을 과감하게 발탁했다.
황 감독은 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3월 태국과의 A매치 2연전(21·26일)에 나설 국가대표팀 엔트리 23인을 발표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강인도 명단에 포함됐다. 이강인은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전날 손흥민(토트넘)과 마찰을 빚어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실력은 분명 출중하지만 자칫 또 다른 논란을 만들 수 있어 실력과 여론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였는데, 황 감독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주장 손흥민 역시 발탁돼, 손흥민과 이강인이 아시안컵에 이어 계속해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보게 됐다.
황 감독은 "이강인을 발탁하는 결정은 전적으로 내가 했다. 이강인을 부르지 않으면 당장 위기는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안 부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이런 갈등은 얼마나 빨리 풀어내느냐에 따라서 더 단단해지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소집해서) 운동장에서 푸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견해를 냈다.
이어 "손흥민과 이강인, 두 선수와 직접 소통을 했다. 이강인은 팬과 동료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를 원한다"고 이강인 측 입장도 전했다.
이 밖에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즈베즈다), 이재성(마인츠) 등 기존 핵심 멤버들도 대부분 포함됐다. 황희찬(울버햄튼)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제외됐다.
새로운 얼굴들도 눈에 띈다. 지난 시즌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국내 무대서 '토종 골잡이'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주민규(울산)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주민규는 연령별 대표팀을 포함 이번이 첫 국가대표 발탁이다. 광주FC의 정호연과 울산HD의 이명재도 처음 A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황 감독은 주민규에 대해 "축구에서 득점력은 또 다른 영역"이라면서 "3년 간 K리그에서 50골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며 짧고 굵게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알두하일(카타르)에서 뛰는 김문환, 버밍엄시티(잉글랜드)의 백승호, 샤르자(UAE)의 조유민 등 아시안컵에 뽑히지 않았던 선수들도 이름을 올렸다.
반면 수원FC의 이승우 등 후보로 거론됐던 일부 선수들은 뽑히지 않았는데, 황 감독은 "이승우뿐 아니라 K리그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대표팀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번에 뽑히지 않았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황선홍호는 오는 18일 소집된 뒤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조별리그 3차전에 대비한다.
황 감독은 '이강인·손흥민' 사태의 봉합과 더불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치렀던 지난 아시안컵에서 보였던 공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부진했던 경기력을 반등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시간이 짧기 때문에 모든 걸 만들어서 경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밸런스를 갖추는 데 주력하겠다"면서 "선수들이 국민들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뛸 것이다. 나 역시 선수들과 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원근 기자 사진 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