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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 지난해 한국기업 77곳 공격…미·일 이어 3위
행동주의펀드, 지난해 한국기업 77곳 공격…미·일 이어 3위
  • 신민섭 기자
  • 승인 2024.03.25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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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 한진그룹은 지주사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조원태 회장과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사내·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을 놓고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인 바 있다.
서울 중구 한진빌딩. 한진그룹은 지주사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조원태 회장과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사내·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을 놓고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인 바 있다.

 

지난해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이 77곳으로 미국·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25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에 의뢰한 연구 '주주행동주의 부상과 과제'에 따르면,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단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까지 한국 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늘리고 있다. 데이터 리서치기관 딜리전트는 지난해 조사대상 23개국에서 총 951개 회사가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2022년 875개 사보다 8.7%, 2021년 773개 사보다 2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주의펀드 공격이 총 214건 발생해, 전년(184건)보다 16.3% 늘었다. 같은 기간 북미는 9.6% 증가했고 유럽은 오히려 감소(△7.4%)했다. 행동주의펀드 대응에 익숙하지 않은 아시아 기업이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대상이 된 것이다.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2019년 8개 사에서 지난해 77개 사로 급증했다. 조사대상 23개국 중 세 번째로 많다. 일본은 지난해 103개 사로 2022년(108개 사)보다 다소 줄었으나 2019년 68개 사보다는 1.5배 늘었다.

행동주의펀드는 타깃 기업의 소수지분을 매입한 뒤 경영진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거나 주총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기업과 적대관계를 형성한다.

행동주의 방식의 기업 공격이 펀드 수익률을 높여주는 수단이 되면서 일반 사모펀드도 행동주의펀드화하고 있고, 각종 투자자 간 수익률 제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이 받는 압박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복수의 행동주의펀드가 타깃 기업을 동시에 공격하는 '스와밍' 사례가 2020년 7건에서 2021년 9건, 2022년 17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집중공격에 시달려 회사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비상장으로 전환한 일본 기업은 2015년 47개 사에서 2022년 135개 사로 늘었는데, 주요 전환 사유가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이라고 답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는 행동주의펀드의 지나친 공격에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어수단을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지배주주 견제와 감시 프레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하고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균형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섭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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