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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이 선택한 4월의 작가...‘숲-정령’ 시리즈의 윤인자
Queen이 선택한 4월의 작가...‘숲-정령’ 시리즈의 윤인자
  • 신규섭 기자
  • 승인 2024.03.26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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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spirit 210*80 oil on canvas 2023

 

작가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자연과 현재의 자연, 서로 다른 정서의 자연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 윤인자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숲-정령’이라는 제목의 작품들을 그리는데요, 작품을 통해 단순히 자연을 표면적 형상으로만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담긴 내면의 소리를 함께 끌어내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변화를 캔버스에 옮겨 영구적인 예술적 생명체로 재탄생하게 해 자연의 향연과 마음의 평온을 드리고자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진달래가 숲을 이룬 산길을 ‘근거 없는 설레임’으로 걸을 때, 키 높은 나무들이 어깨를 견주며 서있는 숲을 바라볼 때나 초록을 내려놓고 잔설이 포근한 겨울산을 스쳐 만날 때, 함초 뜨거운 갯벌 앞에서 무한의 수평을 그어 볼 때, 강하고도 부드러운 자연의 쉬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숨결과 마주할 때, 경이로운 신비로움이 내적 세계에 머물던 정령들의 밝디 밝은 기운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낍니다. 본질에 부합하는 그 내밀한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균형·평정·함축·침묵. 몇몇 의미를 되새기며 마음 한 구석 빈 바탕처럼, 거친 캔버스 뒷면에 차갑거나 혹은 따스하게, 때론 은은하게 색면과 선으로 쌓아갑니다. 깊고 섬세한 빛과 바람의 흔들림은 빠른 속도감의 나이프에 얹혀져 색으로 쌓아 시간으로 만들고 굳건한 줄기들의 선을 그어 존재를 알립니다. 그러면 정령들이 속삭이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자연 앞에 서면 나의 미미한 몸짓은 늘 부끄러움으로 가득합니다.
봄이 찾아왔음을 그 누구보다 먼저 알리는 꽃, 우리 산천에 예외 없이, 핑크빛 색조를 머금고 새 계절이 왔음을 알리는 소식의 전량, 저는 저 새초롬하고 가녀린 잎을 가졌지만 그 이면에 폭발하는 진달래의 만개한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진달래 핀 공간과 시간을 확장시켜 곧 시들어 갈 운명으로서의 실제 꽃보다 더 긴 생명력을 유지시켜주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작품 경향은 의미가 크겠습니다. 
‘숲·정령精靈시리즈’는 제 작품세계에 있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작품입니다. 흙과 땅, 풀과 나무를 수없이 다루어 오면서 이제 숲이 주는 내면의 목소리를 읽게 됐습니다. 제게 숲은 그냥 나무가 모인 집합체가 아니라, 숲의 속성, 나아가 자연의 핵심에 가깝습니다. 습관적으로 바라보는 나무의 표피가 아니라, 수평과 수직이라는 조형언어의 원형 속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해 들어갑니다. 숲은 이제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요약, 단순화되었습니다. 즉, 죽 뻗은 나무줄기와 가지, 그리고 땅이 가진 기하하적 형상으로 요약됩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한 톨의 씨가 숲에 떨어져 나무로 위로 자라나고(수직), 성장하는 동안 햇빛에 반응하고 날개를 펼치려는 나뭇가지(수평)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장과 생명의 욕구가, 그 섭리가 숲에 담깁니다. 나무는 하나의 개체를 넘어 복수로 형성되고, 수직과 수평의 전개는 날렵하게 펼쳐집니다. 그저 수동적으로 운명을 받아들일 거라는 식물의 속성을 잠재우고, 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자신을 드러내려는 모습입니다. 이것이 제가 추구하고 대응하려는 숲의 표현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숲 시리즈’에는 색채에 먼저 시선이 갑니다. 작업을 하시면서 그걸 느끼시죠?
그럼요. 청색‧적색‧녹색‧황색 이런 톤이 주는 다변성은 제가 무언가를 계속 모색하고, 실험을 지속한다는 느낌을 주는데, 그 과정은 적절하고 흥미로운 작업 형식입니다. 자연이라는 추상성에서 한발 더 들어가, 조금 더 굳건한 방식의 형식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밟아가야 할 미답의 길이기도 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에 핀 함초는 바다의 진달래입니다. 진달래가 봄이라면 함초는 가을입니다. 생장 초기에는 녹색을 띠지만 가을이 되면 붉은색으로 단풍이 드는 함초는 염습지, 간척지에 생육하는 풀입니다. 강화도나 순천만 등지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데, 제 눈에는 이 역시 색채의 향연으로 비추어졌습니다. 드넓은 갯벌에 붉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풍경은 정말 장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작은 자연의 디테일에 무심합니다. 윌리엄 터너가 아니었다면 영국의 안개도 없었듯이 저는 진달래와 함초를 통해 붉은 색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우리의 삶이, 일상이 매사가 우중충한 것만은 아니라고, 채 발견하지 못한 우리 일상의 뒷면에는 저토록 아름다운 핑크색이, 아련하고 진득한 칼라의 세계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forest-spirit oil on canvas
forest-spirit oil on canvas

 

 

작품에 대한 평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월간 산 박정현 편집장이 쓴 평을 소개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목이 '자연의 색깔 - 그 원색의 향연'입니다. 
“그림은 나무가 이룬 숲, 숲을 이룬 꽃. 숲 그 자체이기도 하고 꽃 숲이기도 하다. 화가 윤인자는 '숲·정령精靈시리즈'라고 전시회를 명명했다. '정령Spirit'은 만물의 근원을 이룬다는 신령스러운 기운이거나, 산천초목이나 무생물 따위의 여러 가지 사물에 깃든 혼령을 말한다. 한마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그녀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없는 무엇이 존재한다는 느낌이다. 이 역설적인 느낌이 정령이고 혼이다. 
(중략)…
이것이 윤인자 화가가 추구하고 대응하려는 숲의 표현방식이다. 청색, 정색, 녹색, 황색 톤이 주는 색의 다변성은 화가 윤인자가 추구하고 모색하고 실험하는 결과물이다. 자연이라는 사실성을 그림이라는 추상성으로 화폭에 담았다.
윤인자의 작품은 진달래나 함초시리즈 같이 '뜨겁거나', 겨울산시리즈 같이 '상큼하거나' 혹은 숲시리즈 같이 '포근하거나'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게 그녀가 명명한 '정령스럽거나'이다. 모든 작업의 중심에는 열정적이고 실험적인 방법론이 숨어 있다. 두껍고 질긴 캔버스 뒷면, 마직천 틈새가 바로 작품을 형성하는 장소가 된다. 자연에 대한 탐구를 엿볼수 있고, 잃어버린 자연을 되돌아보게 하고, 자연에 대한 성찰을 갖게 해준다.“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항상 흙, 나무, 꽃, 바위 등 주변의 자연을 단지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 본질까지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연이 자아내는 온갖 오묘한 색감을 물감의 두꺼운 마티에르로 따뜻하게 표현해,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죠. ‘숲-정령’ 시리즈는 이런 뜻에서 비롯된 제목입니다. 자연(숲)에 저만의 화풍을 더해 비로소 탄생하는 생명(정령)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자신만의 특징(오브제나 소재, 작업 시 염두에 두는 것 등)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올이 굵고 마직 같은 캔버스 천을 뒤집어서 특별한 질감을 나타내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천은 수입 광목천으로 여타 캔버스들보다 천이 두껍고 조직이 거칠며, 물감을 많이 흡수할 수 있어 담백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매트하면서도 천의 질감을 살릴 수 있어 차가운 색을 사용하더라도 어딘가 따뜻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뿐만 아니라 원색의 색 조합을 사용하여 자연이라는 사실적인 개념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데도 신경을 집중합니다.

앞으로 새롭게 추구하고 싶은 작품 방향이 있다면?
언젠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자연은 어떤 느낌일까?’ 하고요. 나의 ‘자연’은 포근하고 어딘지 그리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제 작품에서는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자연’은 따뜻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차갑고 고요하며 압도적일수도 있지요. 또 다른 사람은 어떨까요? 따뜻함을 넘어 뜨겁고 열정적으로 온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듯 각자 다른 환경의 사람들이 느끼는 자연을 저만의 표현방식으로 작업해서 ‘타인의 자연’ 전시회를 개최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정말 멋진 전시회가 될 것 같지 않으신가요?  

작품뿐 아니라 다른 계획이 있다면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당분간은 작품 활동에 전념을 할 생각이지만, 여행을 가보고 싶습니다. 제 삶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현재를 즐기며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기에는 여행만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앞으로도 건강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건강관리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신규섭 기자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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