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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 자문역이 전하는 “은퇴설계 해법과 초고령사회에 대한 통찰”
김경록 미래에셋 자문역이 전하는 “은퇴설계 해법과 초고령사회에 대한 통찰”
  • 신규섭 기자
  • 승인 2024.03.27 0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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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생 경제학자의 60년대생을 위한 미래 보고서
은퇴설계전문가인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자문역이 신간 '60년대생이 온다'를 냈다.
은퇴설계전문가인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자문역이 신간 '60년대생이 온다'를 내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록 경영자문역은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미래에셋그룹 초기인 1999년 그룹에 합류했다. 미래에셋그룹에선 캐피탈과 자산운용, 은퇴연구소, 투자와연금센터 등에서 대표를 지냈다. 2021년 은퇴 후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자문역으로 강연과 집필에 전념하는 그는 대표적인 은퇴설계전문가다. 
‘데모테크가 온다’, ‘1인1기’, ‘인구구조가 투자 지도를 바꾼다’ 등의 저자이기도 한 그가 최근 ‘60년대생이 온다’를 냈다. 신간 출간 직후 연락했을 때 그는 광화문으로 사무실을 옮겼다고 했다. 그리고 봄비가 내리던 3월말, 광화문 교보빌딩에 있는 사무실로 그를 찾았다.  

지난해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가 있던 그랑 서울에 계셨는데, 그 사이 사무실을 옮기셨네요. 
3월 1일, 이쪽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사한 지 얼마지 않아 아직은 어수선합니다.  

경영자문역으로 계시니 은퇴가 실감나지는 않겠습니다. 은퇴자들을 보면 4대 보험이나 연말정산 등 처음 겪는 일로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던데요. 
가장 큰 부담이 의료보험이죠. 자기 뿐 아니라 가족까지 관련돼 있으니까요. 소득은 줄거나 없어졌는데, 보험료는 예상보다 많이 나오거든요. 연말정산도 마찬가지고요. 이전에는 회사에서 모든 걸 해결해줬지만, 은퇴 후엔 혼자 해야 되거든요. 

은퇴 후엔 그것 말고도 섭섭한 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갑자기 회사에서 쫓겨난 것처럼’ 얘기하거든요.  
그런 셈이죠.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나올 때가 된 것 같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책에도 썼지만, 한국사회가 은퇴가 빠른 것도 사실입니다. 대부분 50대 중반이면 물러나야 합니다. 조로하는 경향이 강하죠.  

강연과 집필 등으로 바쁘다고 들었습니다. 하루 일과는 어떻습니까?
은퇴 후에도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합니다. 오전 9시에 사무실 도착해서 오후 7시 정도 퇴근합니다. 강연도, 글 쓰는 것도 그 사이에 하고요. 간간이 유튜브도 찍습니다. 요즘은 다른 신간을 준비하느라 바쁘고요. 

벌써 또 다른 신간을 준비하시는 건가요?
이번엔 투자와 관련한 책입니다. ‘영끌’과 ‘코인’ 투자에 익숙한 20‧30세대가 주 대상입니다. ‘영끌’과 ‘코인’을 통해 투자를 배운 세대에게, 자산증식의 올바른 길을 알려주고 싶어서 쓰게 됐습니다. 

은퇴 후에도 강연과 집필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김경록 자문역. 그는 '영끌'과 '코인'으로 투자를 배운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투자의 길을 알려주기 위해 또다른 신간을 준비하고 있다.
은퇴 후에도 강연과 집필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김경록 자문역. 그는 '영끌'과 '코인'으로 투자를 배운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투자의 길을 알려주기 위해 또다른 신간을 준비하고 있다.

 

‘공부에 왕도가 없다’고 한 것처럼 투자에도 왕도가 없는 건 사실인 듯합니다. 하지만 ‘투자론’이라고 하면 왠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투자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헌데 많은 분들이 지름길을 찾고 있죠. 정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사파의 이야기에 솔깃합니다. 정파는 좀 따분한 구석이 없지않아 있거든요. 어쩌다 무협지 같은 얘기가 돼버렸네요.(웃음) 그래도 올바른 투자의 길은,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걸어온 그 길 위에 있습니다.  

‘코인’ 투자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신 듯합니다. 
‘코인’은 저같은 사람 기준으로는 밸류에이션이 안됩니다. 밸류에이션 안 되는 건 뭐든 조심해야 합니다. 화폐처럼 국가가 정하는 건 밸류에이션이 가능하지만, 코인은 아직 그걸 받아들일지 판명이 안 돼서 밸류에이션이 어렵습니다.  

그럼, 개인적으로 어떻게 투자를 하십니까? 
회사에 다닐 때는 주로 펀드에 투자했고, 은퇴 후엔 종목에도 조금씩 투자를 합니다. 물론 대부분이 미국 주식입니다. 지금은 밸류에이션이 높아 소극적이지만, 밸류에이션이 떨어지면 다시 비중을 늘릴 생각입니다. 최근에는 주가가 많이 떨어진 리츠 비중을 좀 늘렸습니다. 국내 상장된 리츠 중에도 해외 물류나 오피스에 투자하는 리츠가 있거든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여가생활은 어떻게 보내십니까. 
틈틈이 국내 여행을 하긴 하는데, 아직은 일하는 게 재밌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사무실에 나옵니다. 저한테는 이게 여갑니다.(웃음) 

바쁘게 사는 데 너무 익숙해진 건 아닌가요? 다른 60년대생처럼요.(웃음)
60년대생만 바빴나요? 50년대생도, 70년대생도 바빴습니다. 요즘 세대도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물론 바쁘고요. 경쟁의 강도만 생각하면 요즘 세대가 더할 겁니다.(웃음) 

신간 얘기를 좀 했으면 합니다. 책 제목이 ‘60대생이 온다’입니다. 
KBS의 한 프로그램에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프로그램 제목이 ‘60년대생이 온다’였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인데 400만뷰가 넘게 나왔습니다. ‘부모세대에 대해 새로 알게 됐다’ 등의 댓글도 많았고요. 그걸 좀더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은퇴를 생각하면 ‘간다’가 더 적확한 표현일 듯한데, ‘온다’라고 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은 올해 아니면 내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초고령사회의 선두주자가 60년대생입니다. 초고령사회를 이끌 주역인 거죠. 민주화 시대에 그들이 제 역할을 했던 것처럼 초고령사회라는 도전 과제도 잘 해결해주길 바라면서 ‘온다’라고 했습니다.  

초고령사회를 주도할 힘은 갖추었다고 보시는 거죠? 
양적‧질적으로 힘은 갖췄다고 봅니다. 60년대에 태어난 이들이 모두 860만명인데, 그들은 동일한 문화적 토대를 갖고 있습니다. 질적으로 부도 가장 많이 이루었고, 그리고 아직 건강합니다. 초고령사회를 짊어질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거죠.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런 세대는 찾기 힘들 겁니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세대간 상생을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본 영화 중에 ‘플랜75’가 있습니다. 노인 문제로 인한 국가 재정 파탄, 안락사 등으로 인한 세대간 갈등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사하는 것처럼, 자신만을 위한 선택이 결국은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선 안되는 거죠. 그러기에 60년대생의 역할이 중요한 겁니다.  

일본의 단카이세대는 사실, 그런 면이 없지 않습니다. 
일본의 단카이세대가 ‘도망치는 세대’였다면,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도망치는 세대’가 돼서는 안됩니다. 초고령화사회로 가는 울퉁불퉁한 길을 평평하게 고르는 세대가 돼야죠. 60년대생의 응집된 힘을 자신의 이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쓰는 겁니다.  

60년대생 전체로 보면 그런 힘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은퇴가 이미 시작됐으니까요. 
세대 내, 부의 양극화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게 60년대생일 겁니다. 그 시발점이 외환위기였고요. 1990년대 이후 IT산업의 발전, 글로벌 금융위기도 중요한 변곡점입니다. 그럼에도 고도성장의 열매를 가장 많이 취한 세대가 60년대생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 은퇴 후 개인의 삶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견지해야 할까요?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라이프 밸런스는 어떤 연령에도 필요할 텐데요. 
괴테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친구가 없는 천국보다 더 큰 형벌은 없다.’ 비재무적 은퇴 준비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사람은 역할과 책임이 있을 때는 그걸 벗어던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역할이 사라지면 공허함을 느낍니다. 엄마들이 자녀를 키울 땐 그렇게 힘들어하다, 자녀가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독립하게 되면 엄청난 공허함을 느낍니다.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erome)이 찾아오는 거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라이프 밸런스를 위해서도 역할과 책임이 필요한 거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새로운 멍에를 매야죠. 성경에서 예수는 사람들에게 멍에를 ‘벗어버리라’고 하지 않고 ‘바꾸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소 한 마리가 멍에 하나를 쓰지만, 이스라엘은 두 마리가 하나의 멍에를 쌍으로 맵니다. 하나는 어미 소, 다른 하나는 송아지에 멍에를 씌우고 밭을 갈게 합니다. 예수가 말한 멍에는 송아지가 맨 멍에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 다른 멍에로 바꿔 매게 됩니다. 달리 말하면 멍에가 소의 존재 이유가 되는 셈이죠. 

나이와 무관하게 자신만의 멍에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요. 일본 에도시대에 이노 다다타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렵게 자랐지만 장사로 거부가 된 그는 50대에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30대 스승을 찾아가 천문학을 배웁니다. 그뒤 일본 전역을 걸어다니며 실측한 지도를 남깁니다. 자신의 노후 책임과 역할을 거기서 찾았던 거죠.  

목표 의식과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될까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어쩌면 이 모두는 실존과 관련된 일인지 모릅니다. 생텍쥐베리의 소설 ‘인간의 대지’에서 조종사 기요메는 안데스산맥 6900미터에서 조난을 당합니다. 만년설로 뒤덮인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그는 너무 힘든 나머지 대지에 엎드려버립니다. 그러자 평안함이 찾아오고 그대로 잠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그 순간, 자신 없이 홀로 비참하게 살아갈 아내 생각이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그 간절함으로 그는 이틀 밤, 사흘 낮을 걸어 마침내 구조됩니다. 생텍쥐베리는 기요메의 위대함의 근원을 책임감에서 찾습니다. 

그동안 한국인들은 ‘무엇을 하며 살지’에 골몰했지,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인생 2막은 그런 고민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듯합니다. 
윤회를 믿거나 믿지 않거나, ‘장수시대’는 하나의 삶이 더 주어진 것입니다. 다시 태어나는 거죠. 그렇다면 새로운 인생을 위해 잘 준비할 필요가 있겠죠. 잘만 준비하면, 좋은 환경에 윤회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생텍쥐베리의 ‘인간의 대지’외에 추가로 추천할 도서 한 권만 부탁드립니다.  
일본 작가 우치다테 마키코가 쓴 ‘끝난 사람’을 추천합니다. 도쿄대 법대를 나와 은행에 근무한 사람이 퇴직 후 3~4년의 좌충우돌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은퇴 후에 직면한, 거의 모든 경우가 망라돼 있어 일독을 권합니다.  

 

신규섭 기자 사진 비아북·김경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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