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주요 판매사 5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제일)이 모두 1분기 내 자율배상을 결정짓는다. 은행권의 예상 충당금 적립액은 2조원대로, 다음 달부터 자율배상 절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전날 비대면 사외이사 간담회를 통해 홍콩 ELS 배상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ELS 최다 판매사인 국민은행은 약 1조원대의 배상 규모를 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금융권에서 추산하는 손실률 50%, 배상률 40%를 가정한 수치다.
국민은행은 간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29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 방침을 결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은행은 판매된 계좌 8만여개에 대해 지난 13일부터 전수조사를 진행해 왔다. 금융당국의 불완전판매 기준에 해당하는 판매분 및 배상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전수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1분기 내로 자율배상 여부와 충당금 관련 결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은행 이외에 신한·하나·NH농협·제일 등도 이달 내 홍콩 ELS 관련 이사회를 예고한 상태다. 하나은행은 27일, 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각 28일 이사회에서 자율배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자율배상 논의를 위해 오는 29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은행별 이사회 승인이 마무리되면 은행권은 오는 4월부터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제시한 조정안을 바탕으로 개별 투자자들과 자율배상 관련 비율 협의 또는 배상 내용 및 절차 안내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별 분쟁조정 및 소송으로 넘어가게 된다.
앞서 홍콩 ELS 판매가 400억원대로 가장 적은 우리은행은 은행권 중 처음으로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 결정을 발표했다. 우리은행의 자율조정 대상 ELS 금액은 415억원, 가입자는 450여명이다. 은행 측은 오늘 4월12일 첫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되는 고객부터 조정비율 산정과 배상금 지급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ELS 규모는 판매사별로 △국민은행 6조7500억원 △신한은행 2조3300억원 △농협은행 1조8000억원 △하나은행 1조4000억원 등이다. 동일한 손실률과 배상률을 적용하은행별 배상 규모는 2000억원대에서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자율배상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대표사례에 대한 조정 결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 달 분쟁 조정 심의·의결 기구인 분쟁조정위원회에 대표사례를 회부한 뒤 심의를 통해 결론을 낼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대표사례 선정과 판매사·투자자 소환 과정 등을 거쳐 이른 시일 내 회사별 대표사례를 선정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