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30 02:30 (화)
 실시간뉴스
[건축탐구 집] 가족이 지은 집 "계룡산 자락 독특한 유럽식 벽돌집" 외
[건축탐구 집] 가족이 지은 집 "계룡산 자락 독특한 유럽식 벽돌집" 외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24.04.02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축탐구 집] 가족이 지은 집 "계룡산 자락 독특한 유럽식 벽돌집" 외

 

이번 주 '건축탐구 집'은 오늘 2일 (화) 밤 10시 50분, EBS1TV에서 방송된다.

20년 건축박람회 참가경력으로 집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건축주의 집,  누나 부부의 속사정에 딱 맞는 집을 설계한 건축사 막내 동생의 집 이야기를 만나본다.
 

"까다로운 건축주 모시느라 마음고생한 소장님은 바로 막내딸!?"
‘전원생활이 싫은 아내’ & ‘20년 건축로망 까다로운 남편’을 만족시킨 집

경기도 여주의 한 마을, 박공지붕의 전원주택들 사이에 심플하고 소박해서 눈에 띄는 주택이 있다. 60대 부부 우양 씨와 김은진 씨가 지은 이 집은 없는 게 많아서 유명한 집이다. 주방에 후드가 없고, 화장실에는 환기팬이 없다. 마당에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 단차는 물론 화장실과 방 입구에 문턱도 없고 집안 전체에 몰딩도, 전선도 보이지 않는다.

‘집은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남편 우양 씨의 취향대로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모두 감추고 없앴기 때문이다. 우양 씨는 은퇴 후 전원에 내 집을 짓겠다는 열망을 품고 20년 넘게 봄·가을에 열리는 건축박람회를 찾아다니며 건축 관련 정보를 모았다. 광고에 난 땅을 직접 찾아다니다 보니 ‘어디 하면 바로 위치를 떠올릴 정도로 발품도 팔았다.

하지만 그의 로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었으니... 바로 아내 은진 씨. 전원생활도 싫고 건축은 더 싫다는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양평에 전원주택을 얻었다. 무려 4년을 전세로 살며 어떤 집을 지어야 할지 공부했다. 너무 넓지 않은 마당과 창고는 꼭 있어야 하고, 계단 없는 집과 방이 몇 개가 필요한지 등 어떤 집을 지어야 할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눈 높고 까다로운 우양 씨의 조건에 맞춰서 설계를 시작한 건축사는 막내딸 우지효 씨. 가족끼리 건축하면 안 된다는 철칙을 깨고 설계를 맡은 지효 씨는 회의는 업무시간에만, 모든 연락은 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존댓말로 주고 받으며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했다. 열회수환기장치, 구조용 열교차단재, 고기밀, 고단열자재 등 아버지가 건축박람회를 다니며 모은 정보와 신기술을 집약하면서도 건강하고 예쁜 집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끝에 아버지의 버킷리스트를 이뤄냈다.

열회수환기장치 덕분에 팬과 후드가 없어도 일 년 내내 깨끗한 공기가 유지되고, 지붕의 태양광 패널로 관리비를 대폭 줄이고, 블라인드와 외부 단열재 등을 숨긴 덕분에 투박해 보이는 패시브 주택의 단점을 숨겼다. 단차와 문턱 없는 마당을 통해 집안 어디든 출입이 가능하고 청소하기도 편해, 건축을 반대했던 아내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

가족끼리 짓느라 맘고생이 많았지만, 가족끼리 지어서 까다로운 취향 맞춤, 가족 모두가 만족한 집을 지은 가족의 건축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족이라 싸웠지만, 가족이 지어 누구보다 잘 맞는 집 이야기"
누나의 30년 소원을 들어준 안성맞춤 건축 주치의 남동생

 

충남 계룡시, 민족정기가 어린 명산으로 불리는 계룡산 자락에는 독특한 외형의 유럽식 벽돌집이 있다. 35년의 교단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임을 한 김관중 씨와 그의 아내 신은경 씨의 집은 절반은 붉은색 고벽돌로, 절반은 C블록으로 지은 집이다. 전면부의 거대한 유리창 위에 점토를 구워 만든 밝은색의 C블록을 쌓아 벌집 같은 독특한 외경을 만들어 내고 ‘시스루’의 멋을 살려 햇빛과 조명을 투과해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집 내부는 긴 복도를 중심으로 남편과 아내의 공간을 나누었다. 현관 오른편에는 별명이 ‘또 자’일 정도로 잠이 많고 스포츠 중계를 즐기는 남편을 위한 거실이 있다. 왼쪽에는 요리와 다도, 뜨개질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한 주방, 이와 연결된 테라스가 마련돼 있다. 이렇게 부부의 특성에 최적화된 집이 탄생한 것은 건축가 신민철 씨 덕분.

30년 전, 관중 씨는 처남인 신민철 소장에게 후일에 집을 짓게 되면 설계를 맡아달라고 부탁했었다. 은퇴를 앞두고 땅을 샀다는 소식을 듣고 ‘아, 이제 올 것이 왔구나’ 하고 느꼈다는 신민철 소장. 정작 누나는 동생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설계를 맡기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동생 민철 씨는 누나 부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 나만이 적합한 설계자라는 것을 인정했다고.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매형과 요리와 다도를 좋아하는 누나의 서로 다른 성격과 취향, 라이프스타일이었다. 은퇴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어지는 노년기의 부부를 위해 남편과 아내의 공간을 분리했다. 각자의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소리는 들리도록 공간을 개방해 소통감은 살렸다.

또 무릎이 좋지 않은 누나를 위해 단층으로 설계하고 주방의 동선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2층의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누나를 설득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주방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무릎 높이의 데크. 어렸을 적 같이 놀았던 고향집 툇마루의 추억까지 담았다. 은경 씨는 이 데크에서 봄바람과 햇살을 느끼며 차를 마시는 것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됐다.

분리된 공간으로 모두 만족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부부의 집. 누나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이 담긴 집. 누구보다 가족을 잘 알기에 지어질 수 있었던 따듯한 집을 만나보자.

박소이기자 사진 EBS '건축탐구 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