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작가가 보여 드리고 들려 드리는 서정적 사진과 서정적 이야기
마로니에북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5부 4권 112페이지에는 부용이라는 여인을 묘사하는 대목이 있다.
--------
내일 땅이 꺼지는 한이 있어도 오늘 근심 없이 산다.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는 법이 없었고 늘 분위기가 밝았다.
그리고 그를 도와주는 사람보다 그에게 신세지는 사람이 많았으며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
소설 속 인물이니 가능하다.
현실의 인물은 저렇게 살자고, 저렇게 살아야 된다고 다짐은 한다.
그러나 그 다짐은 번번이 공염불로 끝난다.
그래도, 다짐은 반복되어야 한다.
특히 나는.
내일은 커녕 오늘 땅이 꺼질까봐 전전긍긍인,
웬만한 일에도 화를 내는,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도운 사람보다 신세진 사람이 많은,
그런 나 같은 사람은 다짐이라도 반복해야 된다.
다짐하기 좋은 날이 어디 따로 있겠냐만 마침 지금은 봄이다.
강원도 정선 동강 지류의 산골에 벚나무는 꽃을 피웠고, 자작인지 은사시인지 하는 나무에도 이파리가 돋고 있을 오늘 나는 또 하나의 다짐을 해보는 것이다.
'부용처럼 살자.'
저작권자 © Queen 이코노미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